3일 만에 190만 찍었는데… 논란 2연타 터지고 감독 직접 '해명' 나선 한국 드라마
작성일
고전 소설서 재출발한 넷플릭스 ‘스캔들’… 2003년 영화 그늘 극복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이 공개 직후 국내외 플랫폼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강력한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거침없는 성적표와는 별개로 작품을 둘러싼 대중의 시선은 복잡하게 갈리고 있다. 2003년 개봉한 동명의 원작 영화와의 비교 논쟁부터 출연 배우의 외적인 모습을 둘러싼 논란까지,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려한 흥행 기록… 글로벌·국내 차트 동시 석권
지난 18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인 시청 지표를 나타냈다. 넷플릭스 자체 집계 결과 공개 단 3일 만에 190만 시청 수를 달성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 쇼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더 뜨겁다. 한국 TV 쇼 부문에서는 공개 직후 신규 진입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파격적인 서사와 인물 간의 촘촘한 관계성이 국내외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핵심 동력이 됐다.
드라마 ‘스캔들’은 여성이라는 신분적 한계에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위험하고도 발칙한 사랑 내기를 그린다. 여기에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에 휘말리게 되는 여인 ‘희연’의 서사가 축을 이룬다.
작품의 뿌리는 2003년 개봉해 한국 사극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782년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발표한 프랑스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천 IP로 삼고 있다.
원작의 그늘… ‘조윤·조원·안희연’ 삼각 서사 재해석
시리즈 속 주요 인물들은 원작 영화의 캐릭터들과 일대일로 대응하며 비교선상에 올랐다. 극중 손예진이 연기한 조윤(원작 영화의 조씨부인)은 사촌동생 조원과 어린 시절부터 문우이자 비밀스러운 감정을 공유해 온 인물이다. 비상한 재능과 사람을 휘어잡는 기품을 가졌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시대적 현실에 맞서 막후에서 판을 짜는 최고의 전략가다. 자신을 연모하는 조원에게 먼저 은밀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고, 각종 위기 상황을 지략으로 헤쳐 나간다.

지창욱이 맡은 조원은 쾌락과 흥미를 즐기는 조선 최고 바람둥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떨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입신양명이나 관직 진출에는 뜻이 없다. 그저 잡문을 쓰며 유유자적 살아가는 이단아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않는다. 오직 내기에서 이겨 사촌누나 조윤의 상을 얻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 작업에 몰두한다.
나나가 연기한 안희연(원작 영화의 숙부인 정씨)은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인물이다. 수년간 정절을 지키며 살아가던 중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조원으로 인해 내면의 큰 흔들림을 겪는다. 은밀히 천주학 모임에 다니며 ‘천주실의’를 익히는 등 강한 신념과 서민을 향한 애정을 지닌 유학자적 인물이다.
“시대극 몰입 방해” 해명… 배우 나나 입술 필러 논란
작품의 흥행과 별개로 외적인 요소에서 불거진 논란이 시청자 사이에서 거세게 일었다. 바로 배우 나나의 외모, 특히 입술 모양을 둘러싼 시비였다.

일부 누리꾼과 시청자들은 첫 사극에 도전한 나나의 연기력과 별개로 그의 도톰한 입술이 조선 시대라는 극중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감정 이입이 돼야 할 결정적인 장면에서도 시선이 입술로 쏠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이어졌고 배우가 시대극을 선택함에 있어 외형적 스타일링과 미용적 시술을 어디까지 조절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배우 나나는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직접 입을 열었다. 나나는 “내 입술이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줬다면 그건 나의 잘못”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개인적인 선택이 배우로서는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판단 미스를 인정했다. 또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혹평을 보는 게 마음 아플 걸 알기에 미안하다”고 덧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영화 아닌 소설에서 다시 출발했다”… 정지우 감독의 항변
배우의 외모 논란과 함께 또 다른 축을 이룬 것은 2003년 원작 영화와의 비교 논쟁이었다. 영화의 강렬한 잔상이 남아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의 연출과 각색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자 연출을 맡은 정 감독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정 감독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복잡한 심경으로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정 감독은 “제작발표회 때도 밝혔듯 나는 원작 소설(위험한 관계)로부터 완전히 다시 출발한 이야기”라며 “’이걸 왜 지금 다시 만드는가?’에 대한 고민의 관점이 가장 컸던 작품이다. 이 과정보다 영화와 시리즈 ‘스캔들’의 연관성에 대한 논점이 길게 이어지고 있어서 당황스럽다. 그런 논쟁은 사실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논란의 규모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표했다. “논란을 예상 못했다기보다는 논란의 규모가 이렇게 막대했나 싶기도 했다. 최초 시리즈를 시작할 때 원작 영화와 다른 결을 위해 제목 자체를 달리 가려고 제작진과 길게 논의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영화의 논쟁적인 상황을 끄집어내기엔 나도 그렇고 배우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영화의 배우들은 대선배들이고 나 역시 선배 감독(이재용 감독)의 작품이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이번 드라마 연출을 결심하게 된 핵심 계기로 인물 간의 ‘성 역할과 관계성’을 꼽았다. “지창욱이 연기한 조원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조씨부인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관계성에 대한 문제가 쟁점이다. 조원은 조씨부인을 배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이 그렇게 난 것이다. 그것이 1782년 고전 소설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점이었다. 어떻게 그 시대 배경에 여성 우위의 관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싶었다.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고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질 발화점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단순히 여성이 우위에 있다는 것뿐 아니라 일종의 성 역할이 뒤집어져 있는 작품이다. 사대부 최상위층부터 노비까지 여성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는지 시작부터 끝까지 구조화했다. 원작 소설이 가진 발화로부터 인물을 넓게 보면서 18세기 말을 묘사할 기회가 생겼고 매우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다만 지금 불거진 여러 가지 논란은 내 책임”이라며 연출자로서의 짐을 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비교 대상 된 원작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시청자들이 이번 드라마를 2003년 영화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이유는 원작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족적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연출하고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이 주연을 맡아 2003년 10월 개봉한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는 한국 사극 영화의 흥행 판도를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04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개봉 당시 흥행 성적 역시 압도적이었다. 2003년 한국 영화 관객 수 흥행 4위, 외국 영화를 포함한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2003년 청불 영화 1위, 사극 영화 1위를 싹쓸이하며 최종 관객 수 352만 명을 동원했다. 이는 역대 사극 영화 흥행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자 해당 상위권 순위 내에서 유일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다.
영화는 ‘요부와 바람둥이의 정절녀 무너뜨리기’라는 명확한 3단계를 선보였다. 겉으로는 세도가의 정부인으로 살아가며 남자들을 유혹하는 이중생활의 조씨 부인(이미숙 분)과, 과거에 급제했으나 관직을 마다한 채 여인을 탐닉하고 시·서·화를 즐기는 조원(배용준 분)의 은밀한 사랑 게임 동업 관계를 구축한다.

조씨 부인은 남편의 소실인 어린 소옥을 범해줄 것을 제안하지만 조원의 목표는 9년간 수절해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숙부인 정씨(전도연 분)로 향한다. 이에 조씨 부인은 성공 시 자신을 허락하겠다는 미끼를 던지고 내기가 성립된다.
조원은 온갖 술수를 동원해 유혹에 나서지만 천주학을 접하고 서민을 도우며 강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숙부인의 저항에 부딪힌다. 그러나 저항이 완강할수록 조원의 전의는 더 불타오른다. 개봉 당시 세련되고 아름다운 OST와 뛰어난 영상미, 주연 배우 3인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어우러져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