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수만 개 촛불부터 바이킹 전투까지…스페인 북부 ‘피에스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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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마을 뒤덮는 ‘촛불의 밤’…에르본 고추 축제서 복불복 매운맛 체험
바이킹선 타고 상륙전까지…갈리시아서 만나는 천 년 전 역사의 재현

수만 개의 촛불이 중세 마을의 밤을 밝히고, 한입 먹기 전까지 매운맛을 알 수 없는 고추를 두고 축제가 벌어진다. 이어 바이킹선을 탄 사람들이 강을 건너 상륙하고, 이를 막아서는 주민들과 한바탕 전투까지 펼친다.

EBS1 ‘세계테마기행-인생은 피에스타, 스페인’ 1부 ‘모든 길은 축제로 향한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EBS1 ‘세계테마기행-인생은 피에스타, 스페인’ 1부 ‘모든 길은 축제로 향한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28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인생은 피에스타, 스페인’ 1부 ‘모든 길은 축제로 향한다’에서는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박성진이 스페인 북부를 돌며 마을마다 이어져 온 축제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만난다.

국내에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온 박성진은 부르고스주의 페냐란다 데 두에로를 시작으로 갈리시아의 에르본과 카토이라까지 이동한다. 화려한 대형 축제보다 주민들이 오랜 세월 직접 지켜온 지역 축제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수만 개 촛불이 밝히는 중세 마을의 밤

첫 여정은 부르고스주의 작은 중세 마을 페냐란다 데 두에로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이곳에서는 마을의 전등을 끄고 골목과 광장 곳곳에 수만 개의 촛불을 밝히는 ‘촛불의 밤’이 열린다.

해가 지면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작은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마요르 광장 역시 촛불로 가득 채워지고, 여기에 플라멩코 기타 선율까지 더해지면서 평소 조용했던 마을은 거대한 야외 무대로 변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중세 시대 사법권을 상징하는 석주 ‘롤로 후리스딕시오날’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촛불이 어우러지며 페냐란다 데 두에로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기타 한 대를 들고 여행에 나선 박성진 역시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며 축제의 밤을 함께한다. 거창한 무대나 대형 공연장이 아니라 마을 골목과 광장이 자연스럽게 축제 공간으로 바뀌는 모습이 스페인식 피에스타의 시작을 보여준다.

먹어봐야 안다…‘복불복 매운맛’ 에르본 고추

이어 향한 곳은 갈리시아의 파드론에 자리한 작은 마을 에르본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에르본 고추’다. 수도원에서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0년 유럽연합의 원산지명칭보호를 받은 지역 대표 농산물이다.

에르본에서는 매년 고추를 주인공으로 한 ‘에르본 고추 축제’가 열린다. 이 고추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겉모습만 보고는 매운 고추인지 아닌지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지에는 “어떤 것은 맵고, 어떤 것은 맵지 않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같은 접시에 놓인 고추라도 하나는 담백하지만 바로 옆 고추에서는 강한 매운맛이 느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누가 매운 고추를 집을지 모르는 ‘복불복’ 재미가 생긴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갓 조리한 에르본 고추를 함께 맛보고 웃고 떠들며 지역 특산물을 즐긴다. 농산물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의 중심이 되는 현장이다.

바이킹선 타고 강을 건넌다…천 년 전 전투의 재현

마지막 여정은 우야강 하구에 자리한 카토이라다. 이곳에서는 앞선 축제들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중세 유적인 ‘토레스 데 오에스테’를 무대로 바이킹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카토이라의 대표 행사인 ‘바이킹 순례 축제’는 9~10세기 갈리시아를 침략했던 바이킹과 이에 맞서 지역을 지킨 역사를 오늘날 축제의 형태로 되살린 행사다.

축제가 시작되면 바이킹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바이킹선 ‘우르술라’를 타고 우야강을 건넌다. 배가 육지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강가로 뛰어내리고, 상륙하려는 바이킹과 이를 막아서는 사람들이 뒤엉키며 한바탕 전투가 펼쳐진다.

그러나 과거의 전쟁과 달리 오늘날 이들이 손에 든 것은 무기가 아니다. 전투가 끝난 뒤 사람들은 서로의 투구와 뿔잔에 붉은 와인을 따르며 웃고 떠든다. 과거 침략과 방어의 역사가 피 대신 와인을 나누는 화합의 축제로 바뀐 셈이다.

축제의 흥은 음식으로도 이어진다. 갈리시아의 전통 음식 ‘라콘’을 함께 맛보며 주민과 여행객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울린다.

먹고 마시고 노래한다…삶이 곧 ‘피에스타’

페냐란다 데 두에로에서는 촛불이 마을 전체를 밝히고, 에르본에서는 지역에서 재배한 고추가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카토이라에서는 천 년 전 침략의 역사마저 웃음과 와인이 가득한 축제로 다시 태어난다.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세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이어온 마을의 역사와 음식,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축제의 소재가 된다는 점이다.

특별한 날을 위해 일상과 분리된 행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자체가 피에스타가 되는 스페인 북부의 문화를 만날 수 있다.

EBS1 ‘세계테마기행-인생은 피에스타, 스페인’ 1부 ‘모든 길은 축제로 향한다’는 28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