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표현의 자유? 그럼 '아수라'도 보시라”…이 대통령 저격한 정치인
작성일
역사 소재 영화의 한계, 표현의 자유 진영 논쟁으로 확대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정치인이 있다. 같은 글에서 2016년 개봉작 '아수라'를 추천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추석 연휴 극장가 흥행작과 정치권 공방이 한 게시물 안에서 맞물렸다.

바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소식이다.
장동혁, 페이스북에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 직격
장 대표는 28일 오전 페이스북에 "'암살자(들)'이 추석 연휴에 개봉했다"고 적었다. 이어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설정을 두고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영화를 직접 관람했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표현은 "라고 한다"는 전언 형식이다.
장 대표는 영화를 둘러싼 세평도 전했다. 북한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의 리메이크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다만 이 평가의 출처는 글에 나오지 않는다. 장 대표 본인의 평가가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로 제시됐다.
김정일 사과 언급…"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든다"

장 대표는 논거로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의 일화를 꺼냈다.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인용한 김정일의 발언은 "암살 음모는 하급자들이 관련됐으며, 나는 사전에 그런 음모를 알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장 대표는 여기서 논점을 표현의 자유로 넓혔다. 그는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든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5·18은 말 한마디에 감옥"…표현의 자유 형평성 문제 제기
장 대표가 든 비교 사례는 다섯 가지다. 글에 적힌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6·25 북침론은 표현의 자유다'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은 표현의 자유다'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을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
장 대표는 이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반문했다. 특정 역사적 사안과 인물에 대해 보호받는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이 진영에 따라 갈린다는 문제의식이다. 각 사례의 법적 판단이나 실제 처벌 현황은 장 대표 글에 제시되지 않았다.

'아수라' 소환…"안남시=안동시+성남시?"
글의 마지막 대목에서 분위기가 바뀐다. 장 대표는 "말 나온 김에 나도 좋은 영화 한 편 소개한다"며 2016년 개봉한 '아수라'를 꺼냈다. 시청 경로도 함께 안내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애플TV에 모두 올라와 있다고도 소개했다.
이어 "안남시=안동시+성남시?"라는 문장을 적고 "'영화적 상상력'이니 다른 말씀 마시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가상도시 '안남시'를 두 실존 지역에 겹쳐 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장 대표가 언급한 안동은 이 대통령의 고향이다. 성남은 이 대통령이 시장을 지낸 곳이다. 장 대표는 대통령 이름을 직접 적지 않았지만, 두 지역을 나란히 놓은 만큼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암살자(들)'을 두고 나온 "영화적 상상력"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구조다.
'암살자(들)', 어떤 영화이길래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제작됐다.
흥행 성적은 뚜렷하다.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정치인의 공개 비판이 나온 시점이 흥행 초반이라는 점에서, 논쟁이 관객 유입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다만 현재까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없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어떤 사건이었나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사건은 1974년 8월 15일에 일어났다.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육영수 여사가 피격을 당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소재로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의 설정과 장 대표가 인용한 김정일 발언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영화는 배후 의혹을 파고드는 허구의 서사이고, 장 대표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사과했다는 사실을 들어 해당 설정을 반박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어디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다.
'아수라'는 어떤 영화인가
'아수라'는 2016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범죄 느와르다. 이 작품에는 선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데, 악인들이 각자의 생존과 욕망을 위해 서로를 짓밟는 극단적인 하드보일드 장르로 분류된다. 제목의 '아수라(阿修羅)'는 끝없는 싸움과 혼란이 이어지는 지옥도를 뜻한다.
배경은 앞서 장 대표가 언급한 가상의 비리 도시 '안남시'다. 영화는 이 도시를 무대로 권력과 이권을 둘러싼 인물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