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육영수 피격 배후?”…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

작성일

육영수 피격 사건 재구성한 ‘암살자(들)’…정치권까지 번진 역사왜곡 논란
주진우 “사자 명예훼손 해당”…관련자 엄정 처벌 요구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되는 순간. / 연합뉴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되는 순간. / 연합뉴스

28일 정치권에서는 영화가 당시 수사 당국의 공식 결론과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적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 내용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며 "북한의 테러라는 역사적 진실도 은폐했다"고 적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반문했다.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주 의원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관련한 북한 측의 과거 발언도 거론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과정에서 육 여사가 희생된 사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다며 이를 북한 소행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자녀들이 육영수 여사의 죽음 앞에 오열하던 모습을 잊었단 말인가"라며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재구성

영화 '암살자(들)' 속 한 장면 /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속 한 장면 / 하이브미디어코프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문세광은 그해 사형을 선고받고 12월 20일 형이 집행됐다.

다만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총탄에 맞았을 가능성 등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이후에도 계속 제기됐다. 2005년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된 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다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이런 의혹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등장시킨다. 이들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권력기관이 개입하는 듯한 장면 등을 배치해 기존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다. 영화가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지만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 같은 설정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서 비판 이어져

영화 '암살자(들)' 공식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공식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

주 의원뿐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도 영화에 대한 비판을 내놓았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내용을 두고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벌어졌다는 취지의 북한 측 주장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김상훈 의원 역시 영화가 역사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영화 내용뿐 아니라 영화 산업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도 제기했다. 다만 영화 제작 과정에 특정 정치 세력의 압력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화 '암살자들'은 불편하다"며 유족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으로 고인을 모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논란 속 흥행은 계속

논란과 별개로 영화는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27일 기준 누적 관객은 156만 명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는 영화의 역사적 사건 재구성이 영화적 상상력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극영화에서 허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