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끊었는데 갑자기 폐업”… ‘먹튀' 피해 10건 중 7건이라는 '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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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결제 후 돌연 폐업…헬스장·필라테스 '먹튀' 피해 10년 새 7배 급증
환급받지 못한 피해자 36%…사업자 연락두절·자산부족 문제

장기 이용권을 선결제한 뒤 업체가 돌연 폐업하면서 남은 이용료를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먹튀 폐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폐업 관련 선불거래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10건 중 7건 이상이 필라테스와 헬스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가 폐업과 함께 연락을 끊거나 환급 능력이 없는 경우 피해구제 절차를 밟더라도 실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서울 시내의 한 헬스장.  /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헬스장. / 연합뉴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폐업 관련 선불거래 피해구제는 총 838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37건에서 2022년 96건, 2023년 133건, 2024년 26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04건이 접수됐고 올해는 7월까지 104건이 접수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2024년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7배 이상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필라테스가 325건으로 전체의 38.8%를 차지했고 헬스장이 291건으로 34.7%를 차지했다. 두 업종에서 발생한 피해구제 신청만 616건으로 전체의 73.5%에 달했다. 이밖에 사설강습서비스 55건, 요가 54건, 상조서비스 40건, 미용서비스 36건, 골프 회원권 32건, 의료서비스 5건 등이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실제 환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838건 가운데 사업자의 연락 두절이나 환급 능력 부족 등으로 ‘처리불능’으로 종결된 사건이 304건으로 36.3%를 차지했다. 실제 환급으로 이어진 사건은 150건으로 17.9%였으며 계약 이행은 40건으로 4.8%에 그쳤다.

할인 내세워 장기 결제 유도한 뒤 폐업

피해 과정은 비슷하다. 몇 개월 또는 1~2년 이용권을 한꺼번에 결제하면 월 이용료를 낮춰주겠다는 방식으로 장기 계약을 유도한 뒤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폐업 직전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신규 회원을 모집한 사례도 확인됐다.

올해 2월 보도된 서울의 한 필라테스 업체 사례에서는 지난해 11월 장기 이용권을 구매한 회원이 한 달 뒤 업체로부터 내부 공사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업체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했고 대표는 잠적했다. 해당 회원이 돌려받지 못한 이용료는 160만원이었으며 확인된 피해자는 120여명, 피해 규모는 약 3억원으로 추정됐다. 업체는 폐업 직전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장기 선결제를 유도했고, 강사 임금과 건물 임차료 등도 장기간 밀린 상태였던 것으로 보도됐다. 경찰은 해당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에는 전남광주 지역의 한 헬스장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내걸고 2년 장기 회원권과 개인트레이닝(PT) 이용권 등을 판매한 뒤 돌연 잠적한 사례도 나왔다. 2024년 7월 광주 북구와 광산구의 필라테스 학원 2곳이 수강료 약 2억5000만원을 미리 받은 뒤 폐업하면서 수백명의 회원이 피해를 본 사례도 확인됐다.

헬스장 자체의 폐업도 증가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헬스장은 577곳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도 9월 중순까지 531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 자체가 모두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 회원권을 선결제하는 업종 특성상 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남은 이용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불받으러 갔더니 대표가 잠적”

폐업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사업자에게 남은 이용료 환급을 요구하거나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폐업과 함께 사업장을 비우면 환급 절차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서 ‘처리불능’으로 분류된 사건이 304건에 달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피해구제 신청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 합의나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연락을 끊거나 환급할 재산이 없는 경우 실제 환급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장기 선결제 상품에서 폐업 위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결제 시점과 서비스 제공 시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년 이용권을 구매한 회원이 몇 달만 이용한 상태에서 업체가 폐업하면 소비자는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업체가 영업을 중단하면 환급 재원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카드 결제 방식에 따라서도 대응 방법이 달라진다. 한국소비자원은 과거부터 헬스장 장기 이용계약의 경우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면 사업자 폐업이나 계약 불이행 상황에서 카드사에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안내해왔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2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할부로 결제한 경우 사업자 폐업이나 연락 두절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할부거래법상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반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일시불로 결제한 경우에는 같은 방식의 할부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장기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과 환불 조건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보관하며, 장기 계약이라면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필라테스·요가는 표준약관 마련

정부도 올해 관련 제도를 손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요가·필라테스 업종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표준약관을 마련했다.

표준약관에는 사업자가 휴업이나 폐업을 하려는 경우 예정일 14일 전까지 회원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 종류와 보장 내용도 계약 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다만 표준약관은 사업자에게 사용이 강제되는 법적 의무와는 다르며, 공정위는 사업자와 소비자단체 등에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환불 기준도 구체화했다. 요가·필라테스 계약을 해지할 때 환급금은 할인 전 금액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위약금은 이용료의 10%를 기준으로 하도록 했다. 서비스 이용 방식도 기간 기준과 횟수 기준으로 나눠 각각의 환급 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공정위가 표준약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필라테스 이용자의 9.9%, 요가 이용자의 11.5%가 사업자 폐업 등으로 이용료를 환급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환급받지 못한 금액은 평균 약 25만원이었다. 필라테스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폐업 관련 사건의 비율도 2021년 1.7%에서 2024년 13.7%, 2025년 1월에는 17%까지 높아졌다.

보증보험 의무화 법안도 국회 계류

헬스장 등 체육시설의 선불 이용료 피해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지난해 12월 1개월 이상 이용료를 선납받거나 회원권을 판매하는 체육시설업자를 ‘선불식 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비한 보증보험 가입과 휴·폐업 시 잔여 이용료 정산계획 제출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사업자가 통보 없이 폐업하거나 잠적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 현황을 조사하고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휴·폐업 때에는 잔여 회원권의 기간과 금액, 중도환불 계획 등을 지자체에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기 이용권을 판매하는 업종에서는 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동안에는 할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갑작스러운 폐업이 발생하면 남은 기간의 이용료를 한꺼번에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사업자와 연락이 끊기거나 환급 재원이 부족한 경우 소비자 개인이 피해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소비자원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과 환불 기준, 중도해지 조건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보관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폐업이나 연락 두절 등 문제가 발생하면 결제 내역과 계약서, 문자메시지, 이용 기록 등을 확보한 뒤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하거나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