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일본 사회인야구에 0-5 참패 대참사?… 일본 투수의 놀라운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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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12개 구단 스카우트 몰린 드래프트 후보

한국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완봉패하자 한국 매체들은 일제히 사회인야구에 당한 참사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 대표팀이 기업팀 소속 선수들로 꾸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타선을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묶은 일본 선발투수는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올가을 드래프트 후보다. 일본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을 꺾은 일본 대표팀을 흔히 떠올리는 직장인 동호회 수준의 야구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한국야구위원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한국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0-5로 졌다. 경기 뒤 한국 매체들의 반응은 일본에서도 기사화됐다.

데일리스포츠는 한국 매체들이 "프로가 사회인에게 졌다", "굴욕"이라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에 WBC 멤버를 대거 내세우고도 완봉패를 당했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

일본 매체들의 시선은 달랐다. 이들은 경기 결과보다 일본 선발투수 히구치 신(24·오지)에게 주목했다.

히구치는 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데일리스포츠에 따르면 투구 수는 92개였다. 이어 등판한 가요 소이치로와 후치가미 요시키(이상 도요타자동차)도 실점하지 않았다. 일본은 투수 3명의 이어 던지기로 한국 타선을 완봉했다.

히구치 신 / 야구나라
히구치 신 / 야구나라

스포츠닛폰은 두 팀의 이름값 차이부터 짚었다. 한국은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WBC 체코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문보경(LG 트윈스) 등을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일본은 사회인 선수로만 대표팀을 꾸렸다. 스포츠닛폰은 이런 열세에도 '올가을 드래프트 후보' 히구치가 압도적인 투구로 한국 타선을 막아냈다고 전했다.

고교야구닷컴은 히구치의 구위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히구치는 시속 140㎞ 중반대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무기로 한국 타선을 상대했다. 고교야구닷컴은 한국 대표팀에 노시환(한화 이글스), 문보경 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모였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그 강력한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투구는 NPB(일본야구기구) 구단 스카우트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제목에는 '드래프트 후보 좌완의 스카우트 평가는 급상승인가'라는 문구를 넣었다.

히구치의 이력을 보면 이런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도쿄 출신인 히구치는 지바경제대부속고와 아이치공업대를 거쳐 지난해 오지에 입단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다. 아이치공대 4학년 가을 리그에서는 최우수방어율과 최다탈삼진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했다.

아이치현 가스가이시를 연고로 하는 오지는 일본 사회인야구의 강호다. 히구치는 입단 첫해인 지난해 오지가 도시대항야구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도시대항야구대회는 일본 사회인야구 최고 권위의 대회다. 그는 같은 해 일본야구연맹(JABA) 주최 대회 2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이 기록으로 연간 최우수방어율 투수에 올랐다.

입단 2년째인 올해 히구치는 드래프트 지명 자격을 얻었다. 야구 전문지 주간베이스볼은 히구치를 다룬 기사에 '드래프트 해금에 거는 승부의 2년째'라는 제목을 붙였다.

프로 구단들의 관심은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확인됐다. 히구치는 지난달 26일 도쿄돔에서 열린 제97회 도시대항야구대회 개막전 JR홋카이도클럽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 드래프트 전문 사이트 '드래프트회의 홈페이지'는 이날 백네트 뒤에 12개 구단 스카우트가 모두 모였다고 전했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9회초 0-5로 지고있는 상황에서 한국 류지현 감독이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9회초 0-5로 지고있는 상황에서 한국 류지현 감독이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누키 히로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스카우트는 "경사가 있고 딱딱한 도쿄돔 마운드가 잘 맞는 것 같다. 체인지업도 팔 스윙이 직구와 똑같아서 타자는 공의 깊이를 느끼고 방망이를 내고 만다"라고 말했다.

히구치는 이 경기 뒤 "무실점으로 막는 게 전부다. 역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고 주니치스포츠는 보도했다.

일본 대표팀에서 프로 구단의 주목을 받는 선수는 히구치만이 아니다. TBS는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 발표 당시 사회인 드래프트 후보인 후지사와 료스케(도쿄가스)를 대표 선수 24명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했다.

타선도 노련했다. TBS에 따르면 이날 선제 적시 2루타를 친 무코야마 모토키(NTT동일본)는 30세다. 6회 연속 적시타를 합작한 야노 유키야와 소에다 마나미는 각각 32세와 29세다. 한국 선발 소형준(KT 위즈)을 상대로 3회에만 3점을 뽑은 일본 타선은 대부분 기업팀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선수들로 이뤄졌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조별리그 중국전 승리를 더해 슈퍼라운드 2승을 확보했다. TBS는 일본이 자국에서 열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을 노린다고 전했다. 일본은 26일 대만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