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황태자 탄생하나… 딱 25분 뛰고 '실검 1위' 장악한 한국 선수
작성일
모레노호 '3선 단비' 김봉수, 데뷔전급 활약으로 찍은 확실한 눈도장
후반 교체 투입 직후 정확한 패스와 경기력으로 완벽한 '특급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봉수가 국가대표팀 중원의 새로운 대안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김봉수의 눈부신 활약 속에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도 에콰도르와의 친선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대표팀은 지난 2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모레노 감독의 대표팀 데뷔전이자 4연전으로 이어지는 A매치 일정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4-4-2 카드' 꺼낸 모레노호, 전반전 치열한 주도권 싸움
모레노 감독은 데뷔전에서 '4-4-2 전술'을 선택하며 공격진의 무게감을 극대화했다. 최전방에는 손흥민과 오현규를 투입해 상대를 압박했다. 좌우 측면 날개에는 송민규(나시오날)와 정승원(서울)이 배치됐으며 중원 조합으로는 이재성(마인츠)과 박진섭(저장)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진은 포백 라인으로 구성돼 왼쪽부터 조현택(울산), 김민재(뮌헨), 이한범(브루게),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나란히 섰고 수문장 장갑은 김승규(도쿄)가 꼈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의 신경전은 거셌다. 전반전에만 에콰도르가 4장, 한국이 2장의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격렬한 흐름이 이어졌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제시된 경고는 에콰도르 5장, 한국 4장에 달했다.

한국은 시작과 함께 상대 진영을 압박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첫 실질적인 슈팅은 에콰도르에서 나왔다. 김민재가 걷어낸 공이 페널티지역 맞은편에 있던 페드로 비테에게 흘러갔고, 비테가 시도한 왼발 슈팅은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한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전반 10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며 결정적인 선제골 기회를 잡았으나 오른발 슈팅이 수비벽을 맞고 나왔다. 이어 전반 22분에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왼쪽을 향했다.
에콰도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반 30분 닐손 앙굴로가 시도한 컷백을 케니 아로요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공은 골대 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양 팀 모두 팽팽한 중원 싸움 속에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오현규의 선제골과 손흥민의 57호 골… 승기 잡은 대한민국
0의 균형은 후반 들어 깨졌다. 해결사로 나선 이는 오현규였다.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송민규의 전진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이 슈팅이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에콰도르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선제골의 여운이 가시기 전 투톱 파트너 손흥민이 환상적인 추가 골로 응수했다. 오현규가 상대 수비수 2명 사이에서 공을 지켜내며 파울을 얻어냈고, 이어진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지대에서 직접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궤적을 그린 공은 상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반대편 구석으로 꽂혔다.
이 골로 손흥민은 개인 통산 A매치 57호 골을 기록하게 됐으며,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A매치 최다 골(58골) 기록에 단 1골 차로 다가섰다.
2-0으로 앞서간 한국은 에콰도르의 반격에 직면하기도 했다. 후반 25분 에콰도르의 후안 리켈메 앙굴로가 오른쪽에서 날린 슈팅이 설영우의 몸에 맞고 꺾였으나, 김승규 골키퍼가 몸을 던져 골라인을 넘기 전에 극적으로 공을 막아냈다.
김봉수의 교체 투입과 활약… 쐐기골 도우며 경기 마무리
승기를 잡은 모레노 감독은 대거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후반 20분 박진섭, 조현택, 정승원, 이한범을 빼고 황희찬(샬케), 김태현(가시마), 김봉수(대전),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을 동시에 투입했다.

이어 후반 30분에는 김민재, 송민규, 오현규 대신 조위제(전북), 김민수(레인저스), 오세훈(시미즈)이 들어갔고, 후반 40분에는 손흥민이 빠지고 이동경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후반 20분 교체로 들어간 김봉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재성과 함께 중원에 배치된 김봉수는 정확한 패스로 공격 활로를 개척했을 뿐 아니라 3선 미드필더로서 안정적인 후방 리딩을 선보였다.
김봉수의 특급 어시스트는 후반 41분에 터졌다. 후반 42분 오세훈이 뒤로 꺾어준 공을 잡은 김봉수는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이동경을 향해 부드럽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밀어 넣었다. 발밑에 완벽히 전달된 패스를 받은 이동경은 투입 1분 만에 오른발이 아닌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3-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활약으로 경기가 끝난 후 각종 축구 커뮤니티와 온라인 검색 포털 사이트에는 김봉수의 이름이 최상단에 뜨기도 했다.
"팀에 도움 되려 했다"… 눈도장 찍은 김봉수의 출사표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김봉수는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 감독님께서 요구하는 부분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며 "공격과 수비 시 밸런스를 잡고 주변 동료의 패스를 받는 등 여러 부분을 요구하셨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정적이었던 어시스트 순간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전진적으로 많이 나가라고 원하셨다. 상황이 좋게 흘러갔고 (이)동경이 형이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패스가 나올 수 있었다"라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을 제외하면 대표팀 소집 경험이 전무했던 김봉수에게 이번 에콰도르전은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무대가 됐다. A매치 4연전의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항상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는 게 선수의 몫이다. 몇 분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오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제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겠다"라며 "자신감도 생겼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동아시안컵 당시와 비교해서는 "오늘은 팀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많이 적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라며 "감독님이 새로 바뀌시고 처음 소집돼 빠른 시간에 기회를 받았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남은 3경기에서도 제 모습을 잘 보여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레노 감독의 전술적 요구에 대해서는 "수비할 때는 강한 압박을 원하시고 공격 시에는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원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제 강점이 잘 고려된다면 좋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첫 단추를 잘 꿰맨 모레노호는 김봉수라는 새로운 3선 미드필더 재목의 발굴과 함께 남은 A매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