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한국과의 약속 어기고 북한군포로 한국송환 사실 공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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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공망 지원 기대 때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격 공개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며 유감을 나타내면서 공개 의도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뉴욕 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중 한 명은 포로로 잡힐 것을 알아차렸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운명이 자신을 죽게 놔두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이 북한에서 사람들을 키워내는 방식"이라며 "그들의 자유와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때 막지 못했고 제때 중단시키지 못했으며 러시아가 제때 처벌받지 않은 전쟁이 계속 확산하면서 악도 함께 퍼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현지시각) 한국행 결정 배경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북한군 포로도 "한민족"이라며 "대한민국은 이들을 자국민으로 간주한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포로 처리 자체가 외교적·인도적으로 민감한 문제였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포로가 돼 한국으로 귀순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북한 정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 문제도 얽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과정에서 적 생포를 '교환 기금'이라고 표현하며 장려해왔다. 적을 많이 생포할수록 러시아 수용시설에 있는 자국 포로를 더 많이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생포한 포로를 교환하지 않고 제3국으로 보낼 경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 인도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행 결정 자체는 인도주의 원칙을 우선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가 국제법 준수와 인도주의를 강조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개 시점과 장소를 두고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재원 고갈과 겨울철 에너지 위기 등으로 동맹국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유엔총회에서 한국행을 공개한 것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 등을 부각하며 한국으로부터 방공망 지원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반대 해석도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4일(한국시각)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건 없이 포로들을 보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그 약속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킨 것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국 측이 제공한 반대급부 여부에 대해 "확인한 바 없다"고 답했다. 정부도 포로 송환을 우크라이나 지원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양국 협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양국은 지난 3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께 비밀리에 특사를 보내 한국 외교당국 고위 당국자와 송환에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공개 결정의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