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5개월 만에...추석 연휴 첫날 넷플릭스 1위 오른 대반전 '한국 영화'

작성일

극장 흥행 실패 이후 넷플릭스 1위 오른 한국 영화

극장에서 조용히 내려갔던 한국 영화가 추석 연휴 첫날 넷플릭스 정상에 올랐다.

영화 '끝장수사'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끝장수사'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은 박철환 감독의 범죄 수사극 '끝장수사'다. 지난 4월 2일 극장에서 개봉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넷플릭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리즈, 예능, 영화 신작 라인업을 발표했는데, '끝장수사'는 연휴 기간 넷플릭스에서 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소개됐다. 시골로 좌천된 형사와 인플루언서 출신 신입 형사가 강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쫓는 이야기다.

러닝타임은 97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긴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분량과 등급이라는 점이 시청자 유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7년 창고에 갇혔던 '출장수사'...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작의 험난한 여정

'끝장수사'는 한때 광역수사대 에이스였다가 사건을 망치고 인생까지 꼬인 형사 재혁에게 두뇌와 재력, 패기를 갖춘 인플루언서 출신 신입 형사 중호가 파트너로 붙으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시골 교회 헌금함에서 4만8700원을 훔친 절도범을 붙잡았다가 그가 서울 강남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범인이 체포돼 종결된 상태였다. 진범을 잡기 위해 서울로 향한 두 형사가 강남경찰서와 부딪히며 수사를 이어가는 과정이 극의 뼈대다.

작품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끝장수사'는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디즈니+ '그리드', '지배종' 등을 연출한 박철환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박 감독은 일본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 큰 영향을 받았고 국내 유사 사례를 참고해 작품을 완성했다.

개봉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출장수사'라는 제목으로 2019년 9월 촬영을 마치고 2020년 개봉을 준비했으나, 같은 해 코로나19 팬데믹과 주연 배성우의 음주운전 적발이 겹치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개봉 시기가 확정되면서 제목이 '끝장수사'로 바뀌었고, 21세기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가장 오래 개봉이 밀린 '창고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영화 '끝장수사' 속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끝장수사' 속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가 잘못해서" 고개 숙인 배성우, 군 복무 중 소식 접한 정가람

개봉 지연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배성우의 음주운전은 작품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이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음주 단속에 적발됐으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었다. 그해 12월 적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그는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는 내 잘못"이라고 사과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배성우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가 잘못해서 이렇게 늦게 개봉하게 되어 죄송하다"며 앞으로 늘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봉 당시 리뷰에서도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음주운전 물의를 빚은 배우가 정의로운 형사를 연기했다는 점, 7년의 공백이 몰입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관람 전부터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 '끝장수사' 주연 배우 배성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끝장수사' 주연 배우 배성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상대역 정가람은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 군 복무 중이었다. 정가람은 당시를 떠올리며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역 후 여러 활동을 거쳐 개봉을 맞게 돼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7년 전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다시 본 소감도 화제가 됐다. 그는 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그때(촬영 당시)는 노안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농담을 건넸다. 옆에 있던 윤경호가 "뭐라고요?"라고 받아치면서 현장에 웃음이 터졌다.

정가람이 연기한 중호는 식품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200억 원대 유산 상속자로, 팔로워와의 내기에서 이기려고 경찰이 된 인물이다. 실제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부끄러움도 많고 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면서도 작품 안에서는 그런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 오히려 즐기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한철·윤경호·이솜...조연 라인업이 살린 수사극

'끝장수사'가 재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있다. 이솜은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검사 미주 역을, 윤경호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용의자 역을, 조한철은 재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강남경찰서 엘리트 팀장 오민호 역을 맡았다. 이 밖에도 우현이 충북보은경찰서장 홍석구 역, 박수영이 보은경찰서 형사팀장 박철준 역, 김중기가 서울중앙지검 검사 양민수 역으로 출연해 극을 받쳤다.

조한철은 배성우와의 현장 호흡에 무게를 뒀다. 그는 정해진 대로만 연기하는 배우들이 아니어서 즉흥 연기의 여지를 열어뒀다며 "형의 내공을 믿고 너무 행복하게 찍었다"고 말했다. 배성우 역시 조한철과 촬영하다 웃음이 터져 NG가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경호에 대해서는 촬영 당시엔 조용했는데 완성본에서 감옥 속 용의자로 나오는 장면을 보니 말이 정말 많더라며 웃었다.

영화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조한철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조한철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반전을 품은 캐릭터를 맡은 윤경호의 연기도 주목받았다. 윤경호는 반전이 있는 조동호 역을 연기했으며, 그간 자주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연기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밝혔다. 극장 개봉 직후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개봉 초반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53을 기록했고, 관객들 사이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재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리뷰는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며 배우들의 활약이 인상적이고 7년의 시간 차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극장 성적은 저조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첫날 1만3957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지만, 개봉 10일 차에는 10위까지 떨어졌다. 극장에서 충분히 관객을 만나지 못한 작품이 명절 안방극장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영화 '끝장수사' 주연 배우 배성우와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끝장수사' 주연 배우 배성우와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카포에라 수련부터 커피차까지...7년 전 촬영장 비하인드

촬영 현장의 뒷이야기도 관심을 모은다. 극 중 격투기 경험이 있다는 설정 때문에 정가람은 촬영 전 4~5개월 동안 브라질 전통 무술에서 유래한 격투기 카포에라를 익혔다.

윤경호에게 '끝장수사'는 특별한 기억이 담긴 작품이다. 그는 촬영 기간 중 황금촬영상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일정이 겹쳐 대리 수상을 맡겨야 할 상황이었다. 이를 알게 된 촬영감독이 다른 핑계를 대며 촬영을 접자고 한 뒤 시상식에 다녀오라고 배려해줬고, 윤경호는 고마운 마음에 처음으로 자비를 들여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윤경호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끝장수사'에 출연한 배우 윤경호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