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차림 놓는법, 음식 순서 위치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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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다섯 줄, 신위 쪽부터 송편·적·탕·나물·과일 순서로 놓는 법

추석 아침 차례상 앞에서는 해마다 비슷한 모습이 되풀이된다. 생선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둘지, 대추와 밤을 몇째 줄에 놓을지를 두고 가족마다 기억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1년에 두 번 차리는 상이다 보니, 지난 명절에 익힌 자리도 막상 상 앞에 서면 헷갈리기 쉽다.

차례를 지내는 모습. / AI 생성 이미지
차례를 지내는 모습. / AI 생성 이미지

올해는 장바구니 부담이 조금 줄었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22개 지역의 재래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평균 19만6630원으로 지난해 추석 1주 전 대비 1.5% 낮았다.

부류별로 보면 축산물은 2.5% 올랐고 과일은 7.2%, 수산물은 4.9%, 임산물은 8.4% 내렸다. 쌀과 채소, 과일, 축산물은 대형유통업체가 더 쌌고 수산물과 임산물, 가공식품은 재래시장이 더 저렴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과 농협의 반값 상차림 할인,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비용이 내려간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고 차례상 준비가 쉬운 것은 아니다. 음식 가짓수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상의 방향과 줄마다 놓는 음식이다. 기준을 알아두면 음식 수가 달라져도 자리를 정하기 한결 수월하다.

추석 차례상차림 놓는법, 북쪽에 놓은 지방이 기준

차례상차림 위치는 방향을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방이나 조상 사진을 모신 쪽을 북쪽으로 본다. 실제 방위와는 상관이 없다. 차례를 주관하는 제주가 상을 마주 보고 섰을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된다. 상차림의 기준이 되는 '동'과 '서'는 모두 이 기준을 따른다.

상은 보통 다섯 줄로 나눈다. 지방과 가장 가까운 줄이 1열이며, 제주 쪽으로 내려갈수록 열 번호가 커진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추석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1열에는 수저를 담는 시접과 술잔을 놓는다. 기제사에서는 이 줄에 밥(메)과 국(갱)을 올린다. 하지만, 추석 차례에서는 그 자리에 송편을 올리는 집이 많다. 밥과 국을 함께 차린다면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둔다. 이를 반서갱동이라고 부른다. 제주가 보기에 밥이 왼쪽, 국이 오른쪽에 오는 셈이다.

2열에는 적과 전을 놓는다. 이 줄에서 쓰이는 기준이 어동육서와 두동미서다. 어동육서는 생선을 동쪽에, 고기를 서쪽에 두라는 뜻이다. 두동미서는 생선을 가로로 놓을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한다는 뜻이다. 제주 기준으로 보면, 생선 머리가 오른쪽을 향하게 된다.

전을 차례상에 올리는 모습. / AI 생성 이미지
전을 차례상에 올리는 모습. / AI 생성 이미지

3열에는 탕을 올린다. 고기로 끓인 육탕과 생선으로 끓인 어탕, 두부와 채소로 끓인 소탕을 준비한다. 가짓수는 1가지나 3가지처럼 홀수로 맞추는 집이 많다. 3가지를 모두 올릴 때도 어동육서를 따라 어탕을 동쪽에, 육탕을 서쪽에 두고 소탕을 가운데 놓는다.

4열은 반찬 줄이다. 좌포우혜에 따라 북어포나 육포 같은 포는 서쪽 끝에, 식혜는 동쪽 끝에 놓는다. 제주가 보기에 포는 왼쪽 끝, 식혜는 오른쪽 끝이다. 그 사이에는 고사리와 도라지, 시금치로 만든 삼색나물과 간장, 김치를 둔다. 차례상 김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나박김치나 백김치를 올리면 된다.

5열은 과일과 과자 줄이다. 흔히 따르는 기준은 조율이시와 홍동백서다. 조율이시는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곶감) 순서로 놓는다는 뜻이다. 홍동백서는 사과처럼 붉은 과일은 동쪽에, 배처럼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 방식은 배의 위치가 서로 맞지 않는다. 그래서 집집이 둘 중 하나를 골라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약과와 한과 같은 과자는 과일 줄 한쪽 끝에 놓으면 된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편한 원칙이 있다. 날것은 동쪽에, 익힌 음식은 서쪽에 두는 ‘생동숙서’, 마른 음식은 왼쪽에, 젖은 음식은 오른쪽에 두는 ‘건좌습우’가 대표적이다.

추석 차례상차림 음식은 9가지면 충분

앞서 설명한 다섯 줄 배치는 여러 가정에서 오래 이어져 온 방식이다. 하지만, 예법서에 그대로 적힌 방식은 아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송편과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4가지, 술을 더한 9가지를 차례상의 기본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음식을 더 올리고 싶다면 육류와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가족이 서로 합의해 정하면 된다.

전은 기본 목록에서 빠졌다. 위원회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밀과나 유병처럼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사계전서의 기록을 들었다.

사과를 차례상 동쪽에 배치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사과를 차례상 동쪽에 배치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과일 배치도 마찬가지다.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예법을 다룬 옛 문헌에 나오지 않는 표현이다. 위원회는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한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 지방 대신 조상 사진을 두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위원회가 간소화의 근거로 든 문장은 예기에 실린 대례필간이다. 큰 예법일수록 간략해야 한다는 뜻으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달려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위원회가 2022년 7월 공개한 인식조사에서 일반 국민 40.7%는 차례에서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점으로 상차림 간소화를 골랐다.

표준안과 별개로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음식은 가정마다 비슷하다.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 때문에 올리지 않는 집이 많고, 꽁치와 갈치, 삼치처럼 이름이 '치'로 끝나는 생선도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 고춧가루와 마늘은 차례 음식 양념으로 쓰지 않고, 떡에는 붉은 팥 대신 흰 고물을 묻히기도 한다. 이런 내용은 예법서에 적힌 규정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간 관습에 가깝다.

차례, 차를 올리던 의식에서 시작

차례라는 이름은 차(茶)를 올리던 예식에서 왔다. 중국 송나라 때 주희가 정리한 주자가례에는 초하루·보름·명절, 사당에 차를 올리는 의식이 나온다. 조선 사대부 가문이 이 예법을 따르면서 명절 아침에 지내는 의식을 차례라고 부르게 됐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차 대신 술을 올리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차례와 기제사는 지내는 시기와 절차가 다르다. 차례는 설과 추석 같은 명절 아침에 지내고, 기제사는 돌아가신 날에 지낸다. 차례는 보통 술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아 기제사보다 절차가 짧다.

차례를 지내는 뒷모습. / AI 생성 이미지
차례를 지내는 뒷모습. / AI 생성 이미지

지내는 순서는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제주가 향을 피우고 잔에 술을 조금 받은 뒤 모사그릇에 세 번 나눠 붓는 강신을 한다. 이어 참석한 가족이 모두 두 번 절하는 참신을 한다. 지방을 모신 가정은 강신을 먼저 하고, 신주를 모신 가정은 참신을 먼저 하는 방식이 원래 예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제주가 술잔을 올리는 헌작을 한다. 이어 송편이나 밥에 숟가락을 꽂고 적이나 나물 위에 젓가락을 올리는 삽시정저를 한다. 잠시 기다린 뒤 수저를 거둬 시접에 내려놓고, 모두 두 번 절하는 사신으로 의식을 마친다. 마지막에는 지방을 태우고 상을 물린 뒤 가족이 둘러앉아 차례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