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이동 뒤 '한쪽 다리'만 붓고 열나면 위험 신호, 걷기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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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만 붓고 아프면 위험 신호
마사지 대신 걷기와 수분 섭취부터 챙겨야 한다

추석 연휴 귀성길이나 여행길에 차나 기차, 버스에 몇 시간씩 앉아 있고 나면 다리가 뻐근하게 부어오르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한다. 대부분은 도착하자마자 종아리를 세게 주무르거나 뜨거운 물로 씻어내면 붓기가 금방 풀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리 붓기에는 단순히 오래 앉아서 생기는 것과, 혈전이라는 위험한 원인이 함께 섞여 있을 수 있어 첫 대응을 잘못하면 오히려 상태를 키울 수 있다.
다리 붓기, 세게 문지르는 마사지가 첫 대응이면 안 되는 이유
양쪽 다리가 비슷하게 붓는 것은 오래 앉아 있거나 더운 날씨, 꽉 끼는 옷, 짠 음식 등으로 흔히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이다. 이때는 일어나서 가볍게 걷고 옷을 느슨하게 풀며 물을 평소대로 마시고, 쉴 때 다리를 살짝 높여주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렇게 앉은 채로도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발끝을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문제는 한쪽 다리만 갑자기 더 붓고, 아프고, 만졌을 때 따뜻하거나 붉게 변했을 때다. 이런 경우에는 세게 문지르는 마사지를 첫 대응으로 삼으면 안 된다. CDC는 이런 좌우 비대칭 증상이 혈전이 생겼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으며, 집에서 마사지로 풀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정맥에서 벌어지는 일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심부정맥혈전증(DVT)이라 부른다. 보통 종아리나 허벅지, 골반 부위의 깊은 정맥에서 발생하며, 팔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DVT 환자의 절반가량은 아무 증상이 없기도 하지만, 증상이 있을 때는 해당 다리나 팔의 붓기, 통증이나 압통, 열감, 붉거나 검게 변한 피부색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평소 종아리 근육은 걷거나 움직일 때마다 수축하면서 다리 정맥의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한다. 장시간 앉아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이 펌프 작용이 멈춰 혈류가 느려지고, 혈액이 정맥 안에 오래 머물면서 굳어 혈전을 만들 위험이 커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혈전 일부가 떨어져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해 폐를 막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 다리를 지키는 습관
차로 4시간 이상 이동한다면 준비물 없이도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 있다. 휴게소마다 차를 세울 때 잠깐이라도 내려서 5분 이상 걷고, 좁은 좌석에서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발끝을 들었다 내리는 동작과, 발끝을 바닥에 붙인 채 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번갈아 해주면 종아리 펌프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리 근육에 힘을 줬다가 풀어주는 동작도 함께 해주면 도움이 된다.
옷은 허리나 다리를 조이지 않는 헐렁한 차림이 좋고, 뒷좌석이든 조수석이든 다리를 오랫동안 꽉 겹쳐 앉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명절처럼 이동이 길어지는 날에는 상비약과 진료 관련 정보를 가방 깊은 곳이 아니라 바로 꺼낼 수 있는 자리에 챙겨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속버스·기차·비행기에서도 같은 원칙이 통한다
같은 원칙은 이동 수단이 바뀌어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4시간 이상 걸리는 비행기, 기차, 자동차 이동 모두에서 헐렁한 옷을 입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술은 피하고, 가능할 때마다 통로를 오가며 걷는 것이 DVT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안내한다. 좌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앞서 소개한 발목 펌프 동작을 앉은 채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평소 혈전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압박스타킹이나 혈전 예방 약을 미리 처방받아 쓰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의사와 상담해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NHS는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3일 이상 침상에 누워 있었거나, DVT를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거리 이동 전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착해서는 양쪽 다리를 나란히 비교해봐야 하는 이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리 상태를 눈으로만 훑어보고 넘기기보다 양쪽 다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붓기가 양쪽 다리에 비슷하게 나타나고 움직이거나 쉬면서 점차 가라앉는다면 계속 지켜보면 되지만, 한쪽만 심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호다.
NHS는 DVT의 대표 증상으로 한쪽 다리에 나타나는 욱신거리는 통증, 한쪽 다리의 붓기, 붉거나 푸르거나 검게 변한 피부, 부풀어 오른 정맥을 꼽는다. 드물게는 다리가 아니라 아랫배 통증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여기에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함께 나타나면 혈전이 폐로 이동한 폐색전증일 수 있어 곧바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물 마시는 습관과 평소 위험요인까지 함께 챙겨야 한다
탈수는 혈액을 더 진하게 만들어 DVT 위험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NHS는 장거리 이동 중에는 목이 마르기 전부터 물을 충분히 마시고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짠 음식으로 인한 일시적 붓기를 줄이는 데도 함께 도움이 된다. 이동 중 화장실 가기가 걱정돼 물을 줄이는 습관은 오히려 혈전 위험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평소 위험요인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NHS는 60세 이상, 과체중이나 비만, 흡연, DVT 병력, 호르몬 치료나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피임약 복용, 암이나 심부전, 하지정맥류, 혈전이 잘 생기는 체질을 가진 경우 장거리 이동 시 위험이 더 커진다고 안내한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은 장시간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혈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하며, 다리에 통증·부종·열감이 함께 나타나면 참고 넘기지 말고 의료기관에 상담받을 것을 권한다. 명절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있다면 걷기와 수분, 다리 상태 확인까지 세 가지를 세트로 기억해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