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살해 후 냉장고에 시신 숨겼다… 피해자인 척 '8000'만 원 챙긴 남성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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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중대성 인식 못해”… 동거녀 살해·시신 은닉 40대, 30년형 최종 확정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약 1년 동안 김치냉장고에 숨겨두고 피해자 명의로 수천만 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 대해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 및 시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주식 투자 손실 갈등… 범행 후 11개월간 시신 은닉

사건의 전말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는 2024년 10월 20일 오후 9시경,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한 다세대주택에서 동거녀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격분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2022년부터 함께 약 1억 원 이상의 규모로 주식 투자를 진행해 왔으나 지속적인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역시 주식 투자 손실 및 경제적 문제로 인한 말싸움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을 저지른 A 씨는 B 씨의 시신을 집 안에 있던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이후 약 11개월 동안 시신을 은닉한 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생활을 이어갔다.

피해자 행세하며 8800여만 원 편취… 실종 신고로 덜미

A 씨는 B 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마치 B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피해자 행세를 지속했다.

또한 범행 다음 날부터 지난해 5월까지 B 씨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거나 가입돼 있던 보험을 해지해 환급금을 돌려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 씨가 B 씨 명의로 편취한 금액은 총 8870여만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밀하게 이어지던 A 씨의 범행은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유족들이 지난해 9월 29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서 마침내 덜미가 잡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거지 등을 수색한 끝에 범행 정황을 포착하고 A 씨를 체포했다.

1·2심 "죄질 극도로 불량"… 대법원, 징역 30년 최종 확정

지난 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A 씨에게 적용된 살인, 시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속죄한다고 진술하면서도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을 범행 원인으로 돌렸다"며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시신을 은닉한 상태에서도 생활고를 이유로 피해자 명의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어 "유족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 피해자와 소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A 씨는 피해자를 사칭해 '나 없이 살아라'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유족들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줬다"면서 "유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아픔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음에도 A 씨는 편취한 대출금 등을 변제하려는 노력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A 씨 측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 측 역시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열린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0년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유족들이 A 씨 측이 법원에 낸 형사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점 등을 주요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이 징역 30년을 유지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로써 1년 가까이 시신을 은닉하고 피해자 행세를 하며 추악한 범행을 이어가던 A 씨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