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MiCA 은행예치 60% 룰 없애라”…테더도 반색, 서클은 구조 손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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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EU 27개 중앙은행, MiCA 스테이블코인 60% 은행예치룰 폐지 요구
테더·서클 등 발행사 준비금 구조 재편 불가피할 전망

유럽중앙은행(ECB)과 EU 27개 회원국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적용되는 미카(MiCA, 가상자산시장법) 규정 중 은행예치 의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앙은행을 아우르는 유럽중앙은행제도(ESCB)는 9월 22일(현지시각) 유럽집행위원회의 MiCA 재검토 컨설테이션에 제출한 답변에서 이 같은 입장을 담았다. 현행 규정은 ‘주요’로 분류되는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금의 60%를 은행예치금으로 보유하도록 강제하는데, ESCB는 이 조항이 오히려 은행권 유동성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대신 준비자산 상당 부분을 1~5영업일 내 만기가 돌아오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채우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현행 60% 은행예치 룰이 뭐길래
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 일부를 반드시 은행예치금 형태로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일반 토큰은 준비금의 30%, 주요로 분류되는 대형 스테이블코인은 60%를 은행예치금으로 채워야 한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이 2024년 내놓은 세부 초안에 따르면 주요 토큰은 준비금의 40%를 1영업일 내, 60%를 5영업일 내 만기 자산으로 갖춰야 하고 비주요 토큰은 각각 20%와 30%를 맞추면 된다.
ESCB는 이 구조가 “발행사와 여신기관 사이에 직접적 연결고리를 만든다”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 대량 환매 사태가 벌어지면 발행사가 은행에서 예치금을 급하게 빼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은행 자금조달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위험이 커진다고 봤다.
ESCB는 이 답변을 유럽집행위원회가 진행 중인 MiCA 프레임워크 리뷰 컨설테이션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공개했다. ECB를 포함한 27개국 중앙은행이 공동 명의로 참여한 점에서, 개별 회원국이 아닌 유로존 전체 통화당국이 한목소리로 조항 폐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ECB가 내놓은 대안, 유동성 버킷
ESCB가 요구하는 대안은 은행예치 의무를 없애는 대신 준비자산의 최소 비율을 1~5영업일 내 만기가 도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 익일물 역레포(overnight reverse repo)와 단기 국채 등을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발행사는 대량 환매 요청이 들어와도 은행예치금을 건드리지 않고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대응할 수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금이 전통 은행 자금조달과 직접 얽히는 구조도 줄어든다.
EBA가 2024년 마련한 세부 임계치는 현재 초안 단계로, ESCB의 제안이 반영되면 은행예치 비율 항목 자체가 삭제되고 만기별 유동자산 비율 항목만 남는 형태로 규정이 재구성될 수 있다. ESCB는 이 변경이 준비자산 구성뿐 아니라 발행사의 자산운용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테더도 반색, 서클 EURC는 구조 손봐야
이번 제안은 스테이블코인 업계가 이미 제기해온 우려와 맞닿아 있다. 테더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디노는 최소 2024년부터 MiCA의 은행예치 요건이 은행과 발행사 모두에 시스템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2024년 10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금 100억 유로짜리 스테이블코인을 가정해, 이 중 60억 유로를 은행예치금으로 둬야 하는데 은행이 그 자금의 90%를 대출로 운용하면 실제 즉시 가용한 돈은 6억 유로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ESCB의 의견서가 나온 뒤 아르디노는 X(옛 트위터)에 “유럽 중앙은행들이 브뤼셀에 MiCA의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대형 발행사는 그 돈의 60%를 상업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테더는 바로 이 조항 때문에 EU 라이선스를 거절했다”고 적었다. 테더는 실제로 해당 은행예치 조항을 이유로 MiCA 라이선스 취득을 거부한 바 있는데, ESCB의 이번 제안이 현실화되면 테더를 비롯한 발행사들이 같은 이유로 EU 시장 진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생긴다.
서클의 유로 스테이블코인 EURC도 논의의 영향권에 있다. EURC는 이미 MiCA 기준을 충족하며 유로 표시 자산으로 전액 뒷받침되는 토큰으로, 서클에 따르면 유통량은 약 4억 1,100만 유로다. 서클의 준비금 구조는 이미 규제된 금융기관을 활용하고 있어, MiCA 규정이 바뀌면 서클을 포함한 규제 준수 발행사들이 준비금 관리 방식을 다시 손봐야 할 수 있다.
ESCB는 반대 방향의 위험도 함께 짚었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서클이 준비금 중 33억 달러를 SVB에 예치해뒀다고 공개하면서 USDC에 대한 대량 환매 사태가 벌어진 사례를 들었다. 은행이 흔들리면 스테이블코인이 흔들리고, 스테이블코인이 흔들리면 다시 은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양방향 리스크를 보여준 사례다.
집행 사각지대 문제도 함께 제기
ESCB는 준비금 구조 외에 MiCA 집행 자체의 한계도 지적했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 크립토 기업이 여전히 EU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규정을 준수하는 발행사만 더 엄격한 부담을 지고, 역외 플랫폼은 별다른 제약 없이 유럽 이용자에게 접근하는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는 규정을 준수해 라이선스를 받은 발행사가 준비금·유동성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동안, MiCA 인가를 받지 않은 역외 발행사가 별다른 규제 부담 없이 EU 이용자에게 토큰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적 격차로 이어진다. ESCB는 이 격차가 집행력 강화 없이는 좁혀지기 어렵다고 봤다.
ESCB의 의견서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진행 중인 MiCA 프레임워크 재검토 컨설테이션에 대한 답변 형태로 제출됐다. 최종 개정 여부는 집행위원회의 후속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