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음식 아이스박스에 담을 때, 상온 '2시간' 넘기면 탈 날 수 있다
작성일
아이스박스는 음식을 차게 유지할 뿐 식혀주진 않는다
상온 2시간, 32도 넘으면 1시간이 위험구간 기준이다

추석 상에 오를 갈비찜과 잡채를 싸서 친정이나 본가로 옮기다 보면, 아이스박스에 담긴 음식 통이 차 트렁크 안에서 몇 시간씩 흔들리는 일이 흔하다. 보냉 기능이 있는 가방에 넣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리한 음식이 상온에 머무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위험한 구간으로 넘어간다. 상에 올리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를 따져보는 습관이 명절 식중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식중독은 구토, 설사,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되는데,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며칠 안에 별다른 치료 없이 회복되지만, 고령자와 영유아, 임산부, 당뇨나 암·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이스박스는 음식을 차갑게 만들지 못한다
아이스박스나 보냉 가방은 이미 차가운 음식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통일 뿐, 뜨겁거나 미지근한 음식을 스스로 식혀주지는 않는다. 갈비찜을 끓인 직후 뚜껑을 닫아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으면 통 안 공기는 오히려 데워지고, 옆에 있던 다른 반찬까지 함께 온도가 올라간다.
얼음팩이나 얼린 생수병을 반찬 사이사이에 함께 넣어야 냉기가 유지되는데, 수건으로 감싸는 정도로는 뜨거운 음식을 오래 따뜻하게 지킬 수도, 찬 음식을 오래 차갑게 지킬 수도 없다. 보냉 가방의 두께나 브랜드보다 안에 넣는 냉원이 있는지가 실제 보관 시간을 좌우한다.
이동 중에는 뚜껑을 자주 여닫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스박스 문을 열 때마다 내부의 찬 공기가 빠져나가고 바깥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챙겨 넣고 최대한 여닫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 냉기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다.

상온에 머무는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기면 위험해진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조리한 음식이나 냉장이 필요한 음식을 상온에 두는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기온이 32도를 넘는 날에는 1시간으로 줄이라고 안내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중독 예방 수칙도 같은 방향인데, 식중독균이 왕성하게 증식하는 위험온도대를 약 4~60도로 보고 조리한 음식은 이 구간을 2시간 이내에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권한다.
추석 음식을 아침에 조리해 낮 동안 차로 이동하고 저녁 상에 올리는 흔한 일정만으로도 2시간을 넘기기 쉽다.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면역력이 약한 가족이 함께 먹는 명절 상이라면 이 시간 기준을 넘겼을 때 탈이 날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날달걀을 쓰는 명절 후식이나 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FDA는 달걀노른자와 흰자가 완전히 굳도록 익혀야 하며, 날달걀이 들어가는 레시피에는 살균 처리된 달걀이나 달걀 제품을 쓰라고 권한다. 반죽을 미리 익히지 않고 맛보는 습관도 날달걀과 날가루가 들어있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깊은 냄비 그대로 담지 말고 얕은 그릇에 나눠 식힌다
갈비찜이나 잡채를 끓인 냄비 그대로 뚜껑을 닫아 옮기면 음식 가운데 부분은 겉보다 훨씬 느리게 식는다. 두께가 있는 음식일수록 중심부의 열이 빠지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동 전 얕은 밀폐 용기에 나눠 담아 두께를 5cm 안팎으로 낮추는 편이 안전하다.
국그릇이나 찜용 냄비 하나에 몰아 담기보다 얕은 반찬통 두세 개로 나누면 냉기도 골고루 닿고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어든다. 나물이나 전처럼 넓게 펴 담을 수 있는 음식은 특히 이 방식이 효과적이며, 국물이 있는 찜류도 국물과 건더기를 따로 나눠 담으면 식는 속도가 빨라진다.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을 같은 용기나 도구로 다루지 않는 것도 함께 지켜야 한다.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했던 칼과 도마로 바로 나물을 무치거나 이미 조리된 갈비찜을 담으면 교차오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날음식용과 조리 음식용 도구를 구분해 쓰는 편이 안전하다.
명절 음식부터 캠핑 도시락까지 상황별로 냉원을 다르게 챙긴다
본가나 친정으로 명절 음식을 옮길 때는 얕은 용기에 나눠 담은 반찬을 아이스박스에 넣고, 얼린 생수병이나 딱딱한 아이스팩을 반찬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것이 좋다. 물병을 얼릴 때는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므로 가득 채우지 말고 8부 정도만 채워야 병이 갈라지지 않는다.
캠핑이나 등산처럼 냉장고를 아예 쓸 수 없는 이동에서는 조리한 음식을 최대한 빨리 식힌 뒤 아이스박스에 넣고, 뚜껑을 여닫는 횟수를 줄여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들이나 이사 후 음식을 나눠줄 때도 마찬가지다. 만든 지 오래된 반찬을 상온에 둔 채 포장만 해서 건네주면, 받는 사람이 냉장고에 넣기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합쳐 위험 구간을 넘길 수 있다.
뜨거운 음식을 뜨겁게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온에 오래 방치하지 않으려면 수건으로 감싸는 대신 보온 기능이 있는 용기나 장비를 써야 하며, 장거리 이동이라면 뜨거운 음식과 차가운 음식을 아예 나눠서 각각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
조리·포장·출발·도착 시간을 적어두면 감으로 판단하지 않게 된다
음식 통에 조리를 끝낸 시간, 포장한 시간, 출발한 시간, 도착한 시간을 작은 메모지에 적어 붙여두면 상온에 머문 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냄새나 겉모습만으로 음식이 괜찮은지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데,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 가운데는 냄새나 맛의 변화 없이 증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도착한 뒤에는 상 위에 몇 시간씩 꺼내두지 말고 곧바로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식약처 기준대로 냉장은 5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며, 온도가 맞는지는 냉장고용 온도계로 가끔씩 확인하는 편이 좋다. 시간을 기록해두는 습관은 명절뿐 아니라 평소 배달 음식이나 포장 음식을 옮길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음식을 두고 망설여질 때는 일단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확실하지 않다면 맛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버리는 편이 낫고, 조리부터 도착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해 기준을 넘겼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명절에 남은 음식은 사흘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차례를 지내고 남은 갈비찜이나 전은 냉장고에 넣어뒀다고 무한정 안전한 것은 아니다. 냉장 보관한 남은 음식은 3~4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남은 음식을 계속 꺼내 먹다가 이 기간을 넘기기 쉬운데, 맛이나 냄새에 큰 변화가 없어도 시간이 오래 지났다면 먹지 않는 것이 낫다.
여러 번 데워 먹을 음식이라면 한 번에 필요한 양만 꺼내 데우고, 남은 부분은 다시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바로 냉장고로 되돌려야 한다. 명절이 끝난 뒤 냉장고 정리를 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도 결국 이 남은 음식들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얼렸던 갈비찜이나 나물을 다시 녹일 때도 상온에 꺼내두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냉장고 안에서 서서히 녹이거나 찬물에 담가 녹이는 방법, 전자레인지로 녹이는 방법을 써야 하며, 찬물이나 전자레인지로 녹인 음식은 녹인 즉시 바로 조리해야 안전하다. 20파운드(약 9kg)짜리 큰 냉동육이라면 냉장고 안에서 완전히 녹기까지 나흘에서 닷새가 걸린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