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농지, 팔기 싫으면 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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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매각·헐값 우려 일축, 정부 농지 전수조사의 진짜 목적은?

정부의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서 강제 매각과 헐값 매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청와대가 “팔기 싫으면 안 팔아도 된다”며 처분 대상은 투기성 농지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이영수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은 22일 청와대 온라인 정책홍보 프로그램 ‘팩트방앗간’에 출연해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이 비서관은 농지를 강제로 팔게 한 뒤 정부가 낮은 가격에 사들이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매각 여부는 농민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현재 방침에 따르면 전수조사의 핵심 대상은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지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소유한 사례다. 단순히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농지를 처분 대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비서관은 투기 대상의 범위가 광범위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농지는 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 뉴스1

처분 대상 사례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취득한 농지, 경매 등을 통해 공유 형태로 취득한 농지, 허위 농업법인을 이용해 취득한 농지 등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불법 임대차를 하거나 실제 경작하지 않고 휴경한 농지가 주요 조사 대상이라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농지 소유자가 고령이거나 건강 문제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도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 비서관은 60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은 경우 친척이나 지인과 사인 간 임대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령 농민이 직접 경작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농지를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상속받은 농지도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상속농지는 1㏊ 미만의 경우 친척이나 지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 1㏊는 1만㎡로, 약 3025평에 해당한다. 상속을 통해 농지를 보유하게 됐지만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사람까지 전수조사만을 이유로 일괄 처분하게 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행강제금 역시 모든 농지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처분 대상 농지와 관련된 경우에 적용된다. 이행강제금은 농지법상 처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로, 이번 전수조사에서 모든 농지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성격의 제도는 아니다.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이미 처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도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22일 기준으로 2026년도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통지서는 단 한 건도 발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농지 유형을 구분했다. 이 비서관은 일반 농지는 시세로 매입하고, 투기 농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입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가 모든 농지를 일괄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농지를 매입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령농과 상속농의 부담을 줄이고 농지를 비축하는 동시에 청년농에게 농지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농지 비축은 농지를 정부나 관련 기관이 확보해 필요한 농업인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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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정부가 2026년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실태조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18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기간은 2년이며, 올해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기본조사에서는 농지대장 등 행정정보와 인공위성,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조사 대상을 선별한다. 농지 소유자의 정보와 소유 면적 등을 확인하고, 상속이나 이농으로 발생한 농지, 농업법인과 일반법인 등이 보유한 농지 등을 살펴 심층조사가 필요한 곳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심층조사에서는 실제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서류상으로 농업인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지, 농지법상 허용되지 않는 임대차나 농지의 다른 용도 사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번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농지 투기를 막고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농지 전수조사와 연계해 농지 소유·이용·보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안을 논의해왔다.

농지법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인 경자유전 원칙도 이번 조사와 관련해 거론된다. 경자유전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의미다. 농지는 일반 토지와 달리 식량 생산이라는 공익적 기능이 있어 소유와 이용에 별도의 규제가 적용된다.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언제든 자유롭게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농지법은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임대차나 위탁경영 등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고령이나 질병, 상속 등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 적용되는 규정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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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가격과 거래량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청와대는 농지 가격이 최근 하락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전수조사가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올해 농지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농지 가격은 올해 4.4% 하락한 것으로 청와대는 제시했다. 이 비서관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이후 농지법이 강화되면서 농지 가격이 연평균 약 9%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하락 폭은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가 전수조사와 농지 가격 하락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부인하면서 제시한 수치다.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농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까지 조사와 처분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사 자체는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처분은 투기성 농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고령으로 농사를 중단한 경우나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경우에는 관련 요건에 따라 임대나 위탁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청와대는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현장의 불안이 커진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조사 목적은 투기 농지를 가려내고 농지 이용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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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짓는 데 이용되는 토지를 뜻한다. 논과 밭, 과수원처럼 작물을 재배하는 땅이 대표적이며, 축사나 농업용 시설 등이 들어선 토지 가운데 법적으로 농지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주택용지나 상업용지와 달리 농지는 식량 생산에 직접 이용되는 토지라는 특성 때문에 소유와 이용에 별도의 법적 규제가 적용된다.

농지가 일반 토지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나 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지법은 농지를 농업 생산에 이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농업에 필요하지 않은 시설을 짓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면 별도의 허가나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지를 주택이나 공장, 상가 등을 짓는 땅으로 바꾸는 것도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농지 소유에도 원칙이 있다. 헌법에는 농지는 농업인이 경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자유전’ 원칙이 규정돼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투자 목적으로 대규모로 사들이거나 실제 경작 없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농지는 아파트나 일반 토지처럼 가격 상승만을 기대해 자유롭게 사고파는 자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에 이용할 목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취득한 뒤에도 실제 농업에 이용하고 있는지 관리 대상이 된다.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 역시 일반 토지의 임대차와 달리 농지법에서 정한 요건을 따라야 한다.

이번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논란이 된 것도 이 같은 농지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전국의 농지를 조사하면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소유자가 대거 적발돼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농민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농민이나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은 사람들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됐다.

정부가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농지의 소유자와 실제 이용 현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농지법 위반이나 투기성 소유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농지대장 등 행정자료와 위성·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전국 농지의 이용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현장 조사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느냐’ 하나만이 아니다. 농지를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실제 이용하고 있는지, 불법 임대차가 이뤄졌는지, 농업법인이 적법하게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 여러 사항을 함께 살펴본다. 이에 따라 고령이나 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경우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거나 법을 위반한 경우를 구분해 판단하게 된다.

농지에 대한 규제가 강한 배경에는 식량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농지가 주택이나 공장 등 다른 용도로 계속 전환되면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지의 소유와 이용 실태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도 농업에 필요한 토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