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씨네21 별점 공개...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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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은사자상 수상' 이창동 감독 8년 만의 역작 '가능한 사랑'
전도연·설경구 19년 만 재회... 타인의 고통을 담는 창작자의 윤리

아마도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평가가 좋은 작품이 아닐까.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에 대한 영화 전문지 씨네21의 별점이 공개됐다.

씨네21 영화평론가 필진 5명이 매긴 별점은 5점 만점에 평균 4.2점이다. 김성훈 송경원이 각각 별 4.5개를 줬다. 이우빈, 이자연, 조현나는 나란히 별 4개를 매겼다.

'가능한 사랑'
'가능한 사랑'

김성훈은 "물과 기름으로 나뉜 세상에서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송경원은 "깊어진 근심. 넓어진 시선. 견디며 다시 헤아리는 시간"이라고 적었다. 이우빈은 "이 세상을 사랑하기란 정말 불가능한 것일지"라고 영화를 평했다. 이자연은 "이토록 모순적인 삶, 그렇기에 가치 있는 생(生)"이라는 평을 내놨다. 조현나는 "진실과 애정으로도 포용할 수 없는 것에 관하여"라고 평을 썼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버닝'(2018) '밀양'(2007) '오아시스'(2002) '박하사탕'(2000) '초록물고기'(1997)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다음 권위의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지난 12일(현지 시각) 받았다. 이 감독은 지난 2002년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오아시스'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에 같은 영화제에서 또 한 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오아시스'에서 주연을 맡은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 언론시사회는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다. 전도연은 뉴욕에서 연극 '벚꽃동산' 상연 일정으로 인해 화상으로 함께했다.

이 감독은 수상 소감에 대해 "공식적인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진심으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상은 결과물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서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가 베니스 영화제였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 또한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다행히 이 영화가 쉽고 자극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들이랄까,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느껴주시고 반응해 주신 걸 그들의 표정이나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다행이었고 기뻤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
'가능한 사랑'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해고 노동자와 계급 갈등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영화로 담아내는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을 꺼냈다. 이 감독은 영화 매체와 카메라의 윤리에 대해 "제게 어떤 기준이 있느냐를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 자신도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10여 년 전에 대기업에서 대량 해고, 파업, 강제 진압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저한테는 충격이자 한국 사회의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이걸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했다가 접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그 이야기를 정직하게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운가 거기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접었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그러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노동의 문제가 단순 파업과 해고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노동의 시각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 왔을 때 이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의 정체성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감독은 "타인의 삶을 그리는 저와 같은 창작자에게는 본질적인 고민이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그들로서 할 수 있을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소비하지 않고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건 평생 해온 질문이다, 지금도 답을 쉽게 찾지 못한 질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예지가 해고 노동자 부부인 미옥(전도연)과 호석(설경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지의 태도가 영화 속에서 일방적으로 대상을 이용하고 착취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지는 어떻게 보면 영화를 만드는 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이다. 제가 영화를 만들 때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에 대부분 고통이 담겨 있다. 그래야만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예술하고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본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도 남의 고통을 탐하거나 자기 것으로 착취하거나 하지 않고 진실로 정말로 사랑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게 메소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사랑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미옥에 대해 "돈과 계급은 사람의 가치관을 무너뜨릴 수 있고 그 사람의 가치를 앗아갈 수 있다 생각하지만 미옥은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호석에 대해 "해고 이후에 아픈 상처가 있고 자아가 완전히 깨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치심과 죄책감과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면서 위축된 인물"이라고 전했다.

'가능한 사랑'
'가능한 사랑'

조인성과 조여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은 상우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는 어떻게 우리와 밀접하게 붙어 있는가 고민하면서 새로운 자본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예지에 대해 "호석과 미옥 부부의 삶을 보면서 충만한 삶과 관계라는 건 경제적인 안정감과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영화를 찍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의 재회로도 관심을 모았다. 전도연은 '밀양' 이후 19년 만에 이 감독과 다시 만났다.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이후 다시 이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했다.

전도연은 '밀양' 당시 이 감독이 좀처럼 '오케이'(OK) 사인을 주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밀양' 때 힘들었던 건, 전 감독이라는 사람은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답을 갖고 계신 감독님이 답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그때의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어서 자신에 대한 불안이 커서 작업이 힘들다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이번에는 (오케이를) 시원하게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밀양'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번 작업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는데 너무 편하고 힐링이 되는 정도의 현장이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과거 자신이 정해놓은 답에 배우가 도달했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오케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2010) 촬영 당시 윤정희가 불안해하고 신체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후 '오케이' 사인을 주기 시작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더불어 이번에는 네 배우가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으며 팀워크를 만들어준 덕분에 자신이 할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조인성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외신 기자들의 환대를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그땐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 운이 좋게 ('호프'로) 칸 영화제도 다녀왔고 베니스도 함께 하게 됐는데 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그런 자리가 엄숙한 자리라 인지하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외신 기자들이) 우르르 나오셔서 뭘 잘못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놀라우면서 반가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역시나 감독님과 우리 한국 영화의 위상을 베니스 기자분들도 느끼셨는데 그런 환대를 해주시고 맞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기술 시사 때 처음 보고 이후로 두 번째로 봤는데 정말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미옥이 일말의 희망을 찾는 모습이 보이면서 '과연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설경구는 "달을 보는데 마음이 막 동하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니까 복합적으로 고흥에서 촬영한 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서 눈물이 터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베니스 갔다가 한국에 왔는데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아 창피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다행으로 조인성 씨가 같이 울어줬다, 전도연 씨는 제가 너무 울어서 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가능한 사랑'은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