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세금'으로 100억대 장비 지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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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억원 규모 의료장비, 북한 병원에 전달될까?
군사 전용 우려 vs 인도적 지원...남북 의료협력의 갈림길

정부가 북한 평양시 강동군병원에 엑스레이와 제세동기,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166종, 1431개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소요액은 675만 달러로, 통일부가 적용한 환율을 기준으로 약 93억원 규모다. 아직 남북 간 직접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북한이 실제 지원을 받을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1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내용이다.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원은 북한 지방병원 현대화를 위한 ‘보건의료 협력 보따리’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지원 대상은 평양시 강동군병원으로, 진단과 수술, 치료에 필요한 필수 의료장비가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 측의 호응이 있을 경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구체적인 품목에는 진단 장비인 엑스레이와 청진기, 혈압계가 포함됐다. 수술 장비로는 수술대와 무영등 등이 선정됐으며, 치료 장비에는 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 등이 들어간다. 제세동기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적인 활동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되며,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호흡을 보조하는 의료기기다.

통일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협조를 받아 필수 의료장비 166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병원에서 진료과별로 사용하는 필수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에 대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의견도 품목 선정 과정에서 참고했다고 밝혔다. 아직 제조사와 구체적인 모델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세부 품목과 수량, 단가 등은 향후 북한과 협의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지원 물품 목록을 마련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의료장비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에 의료장비를 반출하려면 유엔 대북제재와의 관계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사전에 제재 면제 절차를 진행했다. 관련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북한 측의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남북 간 직접적인 소통이 중단된 상황이어서 정부가 마련한 지원 계획에 대해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혔거나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통일부 역시 북측의 호응이 있을 경우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원 대상인 강동군병원은 북한이 지방 의료시설 현대화를 위해 추진한 병원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통해 매년 20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군병원은 이 같은 지방 발전 구상과 연계해 건설됐으며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정부의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놓고 국회에서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동군 지역에 북한의 군수산업 관련 시설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장비 가운데 일부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일부 장비가 생화학무기 생산이나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의료지원 계획에 대한 야당 측의 문제 제기다.

국민의힘은 강동군이라는 지원 대상 지역의 특성도 문제로 들고 있다. 박충권 의원은 강동군에 북한의 군수산업과 관련된 조직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의료장비 지원 과정에서 장비의 용도와 관리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식 의원 역시 대북지원 사업의 추진 과정과 예산 집행을 국회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정부는 의료지원과 북한의 군사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북한의 핵·군사 정책에 대한 대응과 북한 주민의 질병 치료 문제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도 인도적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준비한 지원 물품에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엑스레이는 골절이나 폐 질환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상진단 장비이고, 혈압계는 혈압 측정에 사용된다. 수술대와 무영등은 수술실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이며, 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는 응급환자 치료에 활용된다. 이번 지원 계획은 특정 치료제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단부터 수술, 응급치료까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포괄하는 형태로 마련됐다.

다만 현재 확정된 것은 지원을 위한 품목 선정과 관련 절차를 진행한 단계다. 1431개 물품 전체가 실제 북한에 전달된 것은 아니며, 제조사와 모델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북한과의 협의 과정에서 품목이나 수량, 가격이 변경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이 지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보여야 실제 물품 전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업을 둘러싼 쟁점은 인도적 의료지원의 필요성과 지원 물품의 관리 및 전용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입장이고, 야당은 지원 대상 지역과 장비의 특성을 고려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의 공식적인 수용 의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실제 지원 여부는 남북 간 협의 재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최전방 부대에서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군간부 3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발생한 해당 사고로 부상자들은 현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곳은 경기도 일대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육군 25사단 관할 최전방 지역이다. 해당 부대는 DMZ 내 수색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어 즉각 후송 조치됐고, 부상자들은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날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폭발이 발생한 지뢰가 우리 군이 과거에 매설한 것인지, 북한군이 DMZ에 새로 매설한 것인지, 혹은 북측에서 떠내려온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