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집안 내력이었나…일본 무너뜨린 이현중, 어머니는 바로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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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점 18리바운드 이현중, 어머니와 '모자 금메달' 신기록 달성

한국 남자농구가 개최국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27점 18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끈 ‘에이스’ 이현중은 어머니에 이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며 ‘모자(母子)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금메달 목에 건 이현중...어린 시절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이사 / 왼쪽부터 뉴스1,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메달 목에 건 이현중...어린 시절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이사 / 왼쪽부터 뉴스1,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현중의 어머니 정체는 바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과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한국 여자농구의 ‘레전드 센터’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다. 아버지 역시 삼일고 감독으로 하승진을 길러낸 농구인 이윤환 씨다.

일본에 67-57 완승…12년 만에 되찾은 아시아 정상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67-57로 제압했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되찾으며 통산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 우승을 달성했다. 앞선 우승은 1970년과 1982년, 2002년, 2014년에 나왔다.

이번 우승은 원정에서 거둔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한국이 국내에서 열린 2002년 부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를 제외하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것은 1982년 인도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승부처마다 터진 3점포…27점·18리바운드 ‘원맨쇼’

전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현중이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뉴스1
전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현중이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뉴스1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의 거친 수비가 맞붙었다. 한국은 1쿼터 이현중의 3점슛을 시작으로 6점을 연달아 올리며 앞서갔지만 일본의 압박 수비에 고전해 12-16으로 첫 쿼터를 마쳤다. 2쿼터에서는 이정현의 연속 어시스트와 이현중의 블록슛, 최준용의 앨리웁 득점으로 흐름을 바꿨고 28-28 동점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팽팽했던 승부는 후반 들어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변준형과 이현중이 3점슛을 성공하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고, 일본이 외곽포 두 방으로 응수하자 이현중이 지체 없이 연속 3점슛을 꽂아 44-39 리드를 만들었다. 이정현과 이우석까지 외곽 득점에 가세하면서 한국은 55-47로 3쿼터를 마쳤다.

집중 견제 속에서도 3쿼터에 일찌감치 더블더블을 완성한 이현중의 손끝은 마지막까지 식지 않았다. 4쿼터에서 3점슛과 골밑 득점을 연이어 성공해 60-49까지 격차를 벌렸고, 이우석의 풀업 점퍼가 림을 튕겨 나오자 재빠르게 팁인 득점으로 연결했다. 경기 종료 3분 34초를 남기고 점수 차는 다시 11점(64-53)으로 벌어졌다.

한국은 체력이 떨어진 일본의 막판 3점슛이 잇달아 빗나가면서 승기를 굳혔다. 이현중은 종료 11.1초 전 자유투 두 개까지 침착하게 성공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이현중은 27점 18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한국의 12년 만의 ‘금빛 피날레’를 완성했다.

어머니는 ‘농구 전설’ 성정아…모자 금메달리스트 탄생

어린 시절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이사 /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린 시절 이현중과 모친 성정아 이사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금메달로 이현중 가족에게도 특별한 기록이 탄생했다. 이현중의 어머니 성정아 이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농구의 은메달 획득을 이끈 레전드 센터로 이름을 남겼다. 이현중이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유한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 이사는 일본 현지를 찾지 않고 한국에서 중계방송으로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금메달 현장을 놓쳐 아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에이, 요즘 집에서 TV 틀어놓고 보면 얼마나 좋은데요. 뭘 굳이…”라며 웃어넘겼다. 결승을 앞두고는 “처음에는 조금 마음을 졸이면서 지켜봤는데, 이제 걱정은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중이가 팀 내에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고, 금방 또 그 답을 찾아내 즐기면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중의 아버지도 농구인 이윤환 씨다. 삼일고 감독을 맡아 한국 농구의 대표적인 센터 하승진을 길러냈다. 성 이사는 자신의 장점이었던 리바운드와 아웃렛 패스 능력을 아들이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유전자의 힘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현중이가 코트에서 그대로 하는 걸 보면 유전자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자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앞두고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성 이사는 “저도 운이 좋았고, 현중이도 좋은 시대에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며 “영광스럽기는 하지만, 제가 땄던 금메달을 자식이 딴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느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모자는 성격까지 닮아 서로 애교를 부리지 않는 ‘쿨한 사이’다. 이현중이 잘한 날에도 성 이사는 “오늘 이현중답게 잘했네”라는 짧은 한마디를 건넨다고 했다.

금메달도 “목표에 한참 못 미쳐”…이제 NBA 생존 경쟁

전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현중이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전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현중이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아시아 정상에 오른 이현중의 시선은 이미 다음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일본과의 결승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아시안게임 우승은 영광이지만, 사실 제 목표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아직 이룬 게 너무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 무대도 밟고 싶고, 미국프로농구(NBA) 진출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며 “앞으로 대표팀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 ‘대한민국 농구가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직전인 이달 초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1년 비보장 계약인 ‘이그지빗 10’ 계약을 맺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한 이현중은 오는 26일 미국으로 건너가 NBA 입성을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20일 전적(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

▲남자 농구 결승전

한국 67(12-16 16-12 27-19 12-10)57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