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SAMA, 中주도 mBridge서 지난해 5월 탈퇴…1년4개월 만에 뒤늦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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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SAMA, mBridge서 조용히 탈퇴…탈달러화 실험 흔들려
관찰국 합류 2년 만에 발 빼…미국 압박설엔 선 그어

mBridge, 달러를 거치지 않는 결제망을 향한 실험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mBridge, 달러를 거치지 않는 결제망을 향한 실험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SAMA)이 중국 주도 국경 간 디지털화폐 결제 플랫폼 mBridge에서 탈퇴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26년 9월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AMA는 지난해 5월 13일 실증(proof-of-concept) 단계를 완료한 뒤 참여국 지위에서 물러났다고 확인했다. 리야드 측은 이번 탈퇴가 처음부터 계획된 절차의 일환이며, 미국의 압박과 반드시 연관된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mBridge, 달러를 거치지 않는 결제망을 향한 실험

mBridge는 국제결제은행(BIS) 혁신허브 주도로 2021년 출범한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플랫폼이다. 중국인민은행, 홍콩금융관리국, 태국은행,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이 초기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직접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단계의 코레스폰던트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국경 간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AMA는 자체 설명에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도매(홀세일) CBDC가 시중은행 간 국경 간 결제·정산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달러가 중개 통화로 개입할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워싱턴의 관심을 끌었던 프로젝트다.

mBridge는 구상 단계부터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국경 간 결제의 실질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공유 분산원장에 기반한 도매 CBDC 정산은 이론상 결제 시간을 며칠에서 몇 초로 줄이는 동시에 코레스폰던트 뱅킹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크립토브리핑의 분석이다.

관찰국에서 탈퇴까지, 3년의 여정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관찰국에서 탈퇴까지, 3년의 여정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관찰국에서 탈퇴까지, 3년의 여정

SAMA는 2023년 mBridge에 관찰 회원 자격으로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2024년 6월 플랫폼의 최소 기능 제품(MVP) 단계에서 정식 참여국으로 지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이를 사우디의 광범위한 디지털화폐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도했다. BIS의 공식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참여 사실이 담겼다.

SAMA는 지난해 5월 13일 실증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힌 뒤 더 이상 참여 회원으로 남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확인했다. 관찰 회원으로 2년, 정식 참여국으로 약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여정이었다. 크립토브리핑은 SAMA의 참여가 애초부터 상업적 관계에 묶이기보다 기술 검증에 그치는 탐색적 성격이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mBridge와의 공개적인 연관을 더는 원하지 않았지만 비공개적인 방식으로는 프로젝트와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탈퇴 시점과 이 사실이 외부에 확인된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코인개버 역시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의 역할이 애초 제한적이었고 공식 탈퇴 이후에도 더 조용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경계와 탈달러화 논쟁

mBridge는 출범 이후 워싱턴에서 꾸준히 경계 대상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이 플랫폼의 보안, 상호운용성, 제재 이행 등 표준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BIS 역시 지난 2024년 10월 mBridge에서 손을 뗐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BIS가 워싱턴의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BIS 총재는 이후 BIS가 프로젝트에서 “졸업했다(graduated out)”고 표현하며, 탈퇴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크립토브리핑은 BIS가 프로젝트 성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남은 참여 중앙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역량을 갖췄다는 논리로 탈퇴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코넬대학교 교수이자 브루킹스연구소 시니어펠로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일부 미국 동맹국들이 mBridge와 같은 구상을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 국가는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축소하거나 중국 위안화 사용을 늘릴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반발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리얄은 여전히 달러에 페그돼 있고, 워싱턴에 대한 금융 노출도 상당한 수준이다. 사우디는 브릭스에 참여하면서도 미국과 방위·에너지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크립토브리핑은 이런 균형 외교 속에서 사우디가 스위프트와 달러 청산체제를 우회하는 채널과 공개적으로 연관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남은 회원국과 향후 과제

SAMA가 빠졌지만 mBridge 자체는 실제 거래량을 늘려왔다. 크립토브리핑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지난해 말까지 누적 약 555억 달러(약 77조 원, 1,387원/달러 기준)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남은 참여국인 중국, 홍콩, 태국, UAE 중앙은행은 새로운 홍콩 소재 법인을 통해 상업화 단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인개버에 따르면 마카오통화당국은 새 회원으로 합류해 2026년 중반 mBridge 연결을 가동했다. BIS와 사우디라는 두 핵심 축이 빠진 상태에서, 크립토브리핑은 프로젝트가 독립 운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와 국제 기준 준수, 특히 제재 이행과 관련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크립토브리핑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그동안 mBridge에 신뢰성을 더해주는 동시에, 석유 대금 결제가 언젠가 비달러 디지털 채널로 흘러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탈퇴는 이 컨소시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회원국 하나를 제거한 셈이라는 게 크립토브리핑의 진단이다.

SAMA는 이번 탈퇴가 CBDC 연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우디의 비전 2030 프레임워크는 결제 시스템 현대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목표를 담고 있다. 크립토브리핑은 SAMA의 결정이 기술로서 CBDC를 연구하는 것과 특정 다자간 플랫폼에 장기간 참여하는 것 사이의 구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코인개버는 관찰 회원 2년에 정식 참여 약 1년이라는 짧은 이력으로 인해, 사우디의 탈퇴가 창설 멤버의 탈퇴보다는 파급력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