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건설은행 직원, 47만달러 테더 뇌물 받고 16억달러 가짜 신용장 승인…징역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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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뇌물 6억5000만원 받고 16억달러 위조 신용장 승인한 홍콩 은행원 4년형
CCB 내부감사로 적발, ICAC는 다른 연루자 체포영장도 신청

홍콩 반부패기구 염정공서(ICAC)가 테더(USDT)로 받은 뇌물 47만달러(약 6억5000만원) 대가로 가짜 신용장을 승인해준 전직 은행 관계관리자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9월 18일(현지시각) 밝혔다. 중국건설은행(아시아, CCB Asia) 코즈웨이베이 지점에서 일하던 람춘인(Lam Chun-yin, 32)은 자신의 업무 권한 밖에 있는 신용장 승인 업무를 사칭해 가짜 서류를 만들어줬다. 문서들의 명목상 가치는 16억달러(약 2조2200억원, 1달러 1,387원 기준)에 달했다. 홍콩지방법원은 뇌물 액수와 같은 370만 홍콩달러(HK$3.7 million) 배상도 함께 명령했다.
47만달러 테더 뇌물이 16억달러 가짜 신용장으로
람춘인은 CCB(아시아) 코즈웨이베이 지점 소비자금융 부서에서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관계관리자(relationship manager)였다. ICAC에 따르면 그의 업무는 원래 신용장이나 기업 여신 상품을 다루지 않았고, 은행도 그에게 그런 업무를 맡긴 적이 없었다.
보험 관련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베스투(Vesttoo Limited, 현재는 영업을 중단)는 투자자들에게 은행이 발행한 스탠바이 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 투자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발행은행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지급보증서)을 요구했다. 유포홀딩스(Yu Po Holdings Limited)가 2022년 초 이 플랫폼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ICAC는 한 범죄조직이 람춘인을 유포 관련 신용장 담당자로 위장시켰다고 밝혔다. 2022년 4월부터 6월 사이 람춘인은 베스투의 한 부서장 및 다른 공모자들과 짜고 47만달러 넘는 테더를 받는 대가로 중국건설은행 명의를 사칭한 여러 스탠바이 신용장과 유포 명의의 담보서한 2건을 승인했다. 앞서 2025년 6월 ICAC 기소 발표에서는 람춘인이 가짜 스탠바이 신용장 88건과 가짜 담보서한 2건에 연루됐다고 밝힌 바 있다.

6년형에서 4년형으로 줄어든 이유
홍콩지방법원 어니스트 린 캄훙 판사는 대리인의 뇌물수수 공모 혐의 1건에 대해 6년을 기준형으로 잡은 뒤 유죄를 인정한 점을 고려해 3분의 1을 감경해 최종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 밖의 감경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린 판사는 위조된 은행 서류가 은행에 상당한 잠재적 위험을 안겼고 국제금융센터로서 홍콩의 명성에도 타격을 줬다며 사건의 죄질이 “다른 유사 사건보다 무겁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뇌물 액수와 같은 370만 홍콩달러를 CCB(아시아)에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람춘인은 대리인의 뇌물수수 공모 혐의 1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위조 문서와 관련한 별도 공모 혐의는 재판 없이 법원 파일에 그대로 남았다.
CCB 내부감사가 포착…ICAC “다른 연루자 체포영장도 신청”
이번 사건은 CCB(아시아)가 자체 내부 감사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부패 신고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ICAC 조사 결과 중국건설은행이나 계열사 어디도 사건에 연루된 스탠바이 신용장이나 담보서한을 발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ICAC 관계자는 연루자들이 테더 등 암호화폐로 뇌물을 우회 지급해 부패 행위를 감추려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자금 흐름을 추적해 사건을 적발했다. ICAC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9월 18일 발표에서 해당 인물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 뇌물, 홍콩 당국엔 통하지 않았다
홍콩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뇌물 지급이 감시망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건으로 다시 확인시켰다. 앞서 한국에서는 거래소 직원이 비트코인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아랍에미리트와 스웨덴에서는 국경을 넘나든 암호화폐 자금세탁 조직이 검거되는 등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부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크립토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수사당국은 별도의 인신매매 사건에서 8127 USDT의 흐름을 거래소 계정과 은행 이체 내역까지 추적해낸 바 있다. 홍콩 항소법원은 지난 8월 이 자금 추적 증거를 근거로 56개월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베스투 관련 분쟁은 미국 법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베스투와 계열사들은 신용장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뒤 2023년 8월 델라웨어주에서 챕터11(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관련 청산신탁은 2026년에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에이온 계열사인 화이트록보험은 뉴욕 법원에 낸 소송에서 중국건설은행 관련 담보를 신뢰해 약 1억4000만달러(약 1942억원)의 보험료가 지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주 대법원 앤드리아 매슬리 판사는 지난 4월 21일 중국건설은행 측의 소송 기각 시도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민사 소송의 주장들은 람춘인의 홍콩 형사 판결과는 별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