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알리바바 큐원 “앤트로픽 복제” 비난 직후 美 연방관보가 큐원으로 검색 운영
작성일
FBI “앤트로픽 베꼈다” 지목한 알리바바 큐원, 美 정부 사이트도 썼다 삭제
연방관보, 논란 직후 큐원 검색 기능 조용히 내려…의원들 “국익 반한다” 반발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웹사이트가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Qwen)을 검색 도구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FBI가 알리바바를 향해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술을 “악의적으로” 베꼈다고 공개 비난한 지 불과 며칠 뒤였다. 국가기록원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기능을 조용히 내렸다.
연방관보에 등장했다 사라진 큐원 검색 기능
로이터가 검토한 스크린샷과 아카이브된 사이트 소스코드에 따르면, 연방관보 웹사이트는 9월 16일(현지시각) 다른 검색 옵션과 함께 큐원 기반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 기능이 언제부터 사이트에 배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큐원 기반 검색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과 비슷한 시점에 9월 16일 사라졌다. 연방관보는 새로 제안된 연방 규제 목록을 매일 게시하고 관련 공공 의견을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로, 큐원은 이 공공 의견을 찾아보는 도구로 쓰였다.
FBI는 17일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국가기록원과 백악관도 관련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기능은 삭제됐지만, 왜 애초에 중국산 모델이 미 정부 사이트에 올라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FBI “산업적 규모의 악의적 복제”…알리바바는 “근거 없다”
사태의 배경은 FBI가 앞서 내놓은 발표다. FBI는 지난주 알리바바가 앤트로픽의 모델을 베껴 자체 AI 도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자들은 당시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산업적 규모”로 “악의적”으로 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과 베이징 간 긴장을 한층 끌어올린 시점에 나왔다. 주중국대사관 워싱턴 대변인은 복제 의혹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와중에 정작 미 정부 산하 사이트가 그 논란의 당사자인 큐원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 다니엘 카스트로(Daniel Castro) 회장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정신 나간 일 중 하나”라며 미중 AI 경쟁 구도와 정부기관의 중국산 모델 채택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다.
오픈웨이트라 저렴하지만…전문가들 “위험은 조건부”
큐원은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이다. 시스템 핵심 구성요소가 공개돼 있어 개발자가 이를 내려받아 특정 용도로 수정할 수 있고,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폐쇄형 모델보다 대체로 비용이 낮다. 보안 전문가들은 오픈웨이트 모델이 기관 자체 IT 인프라에서 구동될 수 있어 민감 데이터를 외부 제공업체에 넘기지 않고도 더 큰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짚는다.
조지타운대 로스쿨 아누팜 챈더(Anupam Chander) 교수는 큐원 사용이 즉각적인 사이버보안 위험을 일으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방관보의 콘텐츠는 이미 공개된 정보라 모델이 민감한 정부 데이터를 다루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위험 여부가 결국 모델이 어떻게 학습됐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크 워너(Mark Warner) 상원의원은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위험의 크기는 미국 데이터가 정부의 보안 경계를 벗어나 알리바바가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처리됐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물레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발 더 나가 “연방정부 기관은 어떤 중국산 AI 모델도 써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가 중국 AI 모델에 더 의존하게 될 뿐이고, 이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도 조사 대상…반복되는 큐원 논란
큐원을 둘러싼 미 의회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하원의 중국 관련 위원회와 국토안보 위원회는 큐원을 사용하는 에어비앤비에 서한을 보내 관련 세부사항을 요청했다. 미국인이 쓰는 플랫폼에 중국 AI 도구가 통합됨에 따른 국가안보 위험을 조사하는 차원이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움직임과도 묘하게 겹친다. 앞서 팔란티어·엔비디아·부즈 앨런 해밀턴 등 대형 기업들은 앤트로픽과 오픈AI에 지적재산권을 오용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요구하며 두 회사의 고급 모델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정작 그 기술이 도용됐다고 지목된 중국 기업의 모델을, 미 정부 기관이 별다른 검증 없이 공공 서비스에 올려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안이 당장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하지만, 워싱턴이 중국 AI 모델에 대해 내세우는 공식 입장과 실제 정부기관의 행태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큐원을 둘러싼 검증과 규제 논의는 에어비앤비 조사를 포함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