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부담돼서”…실종사건 허위 종결한 제주 경찰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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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 미종결 시 상급자 보고·동료 인계 부담 이유
재수색 끝 실종자 2명 숨진 채 발견…추가 부적정 처리 25건도 확인
제주에서 실종신고를 받고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담당 경찰관 개인의 허위 처리뿐 아니라 상급자 감독과 내부 심의 등 실종사건 처리체계 전반의 허점도 드러났다.

제주지검 형사1부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부 모 경장(34)을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직무유기,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보완수사를 벌여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연락 안 했는데 “신변 이상 없다”…실종사건 허위 종결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30대 여성 장 모 씨의 실종신고를 전파받고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실제 장 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는데도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직접 연락해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에는 장 씨와 직접 연락한 것처럼 내부 보고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상급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장 씨 사건의 경우 내부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상자’ 취지로 입력돼 실종자 관리 대상에서 삭제된 사실도 확인됐다.
같은 방식의 사건 처리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반복됐다. 부 경장은 지난 7월 2일 60대 남성 박 모 씨의 실종신고를 받은 뒤 실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소재가 확인된 것처럼 허위 처리해 사건을 끝낸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 가족에게는 “박 씨와 연락했고 신변에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로 부 경장이 박 씨와 연락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첫 사건 들통난 계기는 가족의 ‘재신고’
부 경장의 허위 종결은 장 씨 가족이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장 씨 가족은 지난 7월 19일 서울 소재 경찰서를 통해 실종신고를 다시 했고, 경찰이 장 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 경장이 앞선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정황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다.
장 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박 씨 가족도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경찰이 두 사람을 다시 수색했지만 장 씨와 박 씨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 두 번 경찰서 찾아갔지만 ‘단순 상담’ 처리

박 씨 가족은 최초 신고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7월 27일과 8월 6일 두 차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당시 근무자들은 부 경장이 남겨둔 ‘실종자가 경찰관을 만나기를 거부했고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종결 기록을 그대로 믿은 채 가족의 요청을 단순 상담으로 처리했다.
가족이 두 차례나 직접 경찰서를 찾아 소재 파악을 요청했지만 정식 수색 절차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장 씨 실종사건이 허위로 종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씨 가족도 자신들의 사건 역시 제대로 처리된 것인지 의심하게 됐고, 8월 21일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재신고가 이뤄진 뒤 경찰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박 씨는 바로 다음 날인 8월 22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장 씨의 연인은 최초 신고가 허위 종결된 뒤에도 연락이 계속 끊기자 7월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부 경장이 남긴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록 때문에 신고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
결국 이틀 뒤인 7월 19일 장 씨의 사촌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다시 실종신고를 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최초 신고가 종결된 지 두 달 이상 지난 시점으로 이때는 장 씨의 초기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상당수 CCTV 영상이 이미 삭제된 뒤였다.
범행 이유는 “사건 인계 부담”

검찰 조사 결과 부 경장은 미종결 사건을 남겨둘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다음 근무자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인 실종자라면 막연히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한 점도 범행 배경으로 조사됐다.
두 사건은 모두 부 경장이 혼자 야간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처리됐다.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 사건을 업무 부담을 이유로 내부 시스템상 종결해버린 것이다.
상급자 결재 없어도 혼자 사건 종결 가능

검찰 수사에서는 개인의 허위 처리뿐 아니라 경찰 내부 관리체계 문제도 드러났다. 상급기관은 실종사건을 종결할 때 경찰관이 실종자를 직접 대면한 뒤 처리하도록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끝내더라도 상급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확인하는 절차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실종수사팀 경찰관이 상급자 결재 없이 사건을 단독 종결할 수 있었고 사후 검토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변사·교통사고 사망’ 입력하면 기록 사라져
프로파일링시스템 자체에도 허점이 있었다. 담당 경찰관이 사건 종결 사유를 ‘변사’ 또는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하면 해당 내용이 시스템에서 곧바로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이 실종신고 접수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사유로 사건을 종결할 때도 별도의 통제 시스템은 없었다. 실종수사팀 경찰관 누구나 단독으로 사건을 끝낼 수 있었고 상급자가 종결 이유를 다시 확인하거나 결재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가능성 따지는 ‘합동심의’도 단톡방 공유로 끝
실종자가 신고 접수 이후 12시간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범죄 연관성을 판단하기 위한 ‘합동심의’가 열려야 한다. 형사과장이 주관해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하는 절차이지만 제주서부경찰서에서는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합동심의 과정에서도 사건별 위험성과 범죄 가능성을 두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형사과장과 실종수사팀원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 112 신고사건 처리표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고 검찰은 범죄 관련성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 거의 없어 정상적인 합동심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경찰청까지 압수수색…휴대전화 재포렌식

경찰은 부 경장을 지난달 14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뒤 같은 달 25일 구속했다. 이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으며 부 경장은 구속 상태에서 보완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형사1부장을 주임검사로 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청 본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부 경장의 휴대전화를 재포렌식했으며 부 경장과 상급자·동료 경찰관, 실종자 유족 등 12명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부 경장이 내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행사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298건 전수조사했더니 추가로 25건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종결한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문제가 된 두 사건 외에도 허위 종결이나 실종 프로파일링 관리목록 삭제 등 부적절하게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례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추가로 발견된 사건들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허위 종결 문제가 단 두 건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 경장이 근무했던 기간의 실종사건 처리 전반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전 형사과장·실종팀장 등 8명도 조사
제주경찰청은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전 형사과장과 실종팀장·팀원 등 8명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 감찰 부서의 수사 의뢰에 따라 조사 대상에 올랐으며,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를 받은 상태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사건 암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