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밤 10시'에 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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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주무시기 전에 방송으로 알려드리려던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밤 10시쯤 선포한 것은 국민 피해와 혼란을 줄이고 국회의 대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비상계엄 선포 시각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화요일 저녁 10시 정도에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점을 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계엄 사실을 알리는 방식과 시각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잠들기 전에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리고, 국회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들이 주무시기 전에 방송으로 알려드리고 국회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어도 밤 10시에는 대국민 담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대국민 담화를 진행한 시각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설명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계엄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대학 시절의 경험을 거론하면서 5·18 당시 신군부가 밤 12시에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대국민담화가 없었으며, 장관이 광화문 중앙청 기자실 칠판에 계엄 선포 관련 내용을 공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에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송을 통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 사실을 알리고, 국회가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 밤 10시를 선택했다는 취지다.

계엄 선포를 더 이른 시간에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퇴근 시간과 계엄 선포가 겹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주요 도심에서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군 병력과 경찰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앞에서부터) 김용현 전 대통령경호처장,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앞에서부터) 김용현 전 대통령경호처장,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더 늦추는 선택도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올 때까지 기다린 뒤 자정쯤 대국민담화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과거처럼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 계엄 선포 내용을 공고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실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서두를 게 뭐가 있었겠나”라고 말하면서 계엄 선포 시각을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피해가 가장 적고, 혼란을 줄이고, 질서 유지 병력을 최소화하면서 국회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선포 시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헌법 절차를 지키려 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 절차를 최대한 지키면서 불상사를 최대한 예방하려 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시간 자체가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의 대응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이날 발언의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계엄을 여러 차례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계엄을 여러 번 했다 하면 더 완벽하게, 꼼꼼하게 했을 것”이라며 “45년 만에 선포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12·3 비상계엄이 국가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야당의 국정 운영에 따른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이른바 ‘메시지성 계엄’이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법정 발언에서도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민에게 알리는 방식과 국회의 대응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현재 재판은 항소심 단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2월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 병력을 보내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고,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내용과 윤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밝힌 주장은 구분된다. 이날 법정에서 나온 밤 10시 선포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 것이며, 항소심 재판부의 최종 판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항소심 재판부가 관련 주장과 증거를 심리하고 있다.

국회로 들어가던 계엄군 / 연합뉴스
국회로 들어가던 계엄군 / 연합뉴스

비상계엄, 헌법에 규정된 국가비상사태 대응 제도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대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계엄의 종류는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된다.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요건은 계엄법에 규정돼 있다. 계엄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경비계엄은 사회질서가 교란돼 일반 행정기관만으로 치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법률이 정하는 범위에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 영장제도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치의 내용과 범위는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정해진다.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계엄법은 이 경우 국무회의의 일시와 장소, 출석자의 수와 성명, 발언 내용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계엄법은 통고할 때 작성된 국무회의 회의록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계엄 해제와 관련한 권한도 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계엄법 역시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대통령이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선포로 시작되지만 국무회의 심의, 국회 통고, 국회의 해제 요구와 같은 절차가 함께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