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구역 세입자 있으면 입주 최대 '3년 3개월' 미룬다…갱신계약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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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 임대주택 매수자, 갭투자 차단하며 세입자 주거안정성 보장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을 매수한 무주택자는 기존 임대차계약에 더해 갱신계약 1회까지 인정받아 이론적으로 최대 3년3개월 동안 실거주를 미룰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기존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18일부터 입법예고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투기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지정된 지역이다. 이 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나 지상권 등을 이전하거나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을 매수할 때도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 등 허가받은 목적에 맞게 이용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 때문에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한 사람에게는 실거주 의무가 붙는다. ‘실거주’는 말 그대로 주택을 사놓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매수자 본인이 실제 그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주택 매매와 달리 토허구역에서는 이 실거주 원칙이 거래 허가의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매수하려는 주택에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다. 매수자가 집을 사자마자 본인이 들어가려면 기존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실거주 유예제도’다.

실거주 유예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입주를 잠시 미룰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매수자에게 무조건 임대기간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세입자의 계약기간을 존중하면서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늦춰주는 장치에 가깝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실거주 유예 대상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유예가 가능했지만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대상을 넓혔다. 당시에는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는데 이번에 이를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에서 달라지는 핵심은 세입자의 ‘계약갱신’까지 실거주 유예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계약갱신은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세입자와 집주인이 임대차계약을 다시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택을 매수할 당시 체결돼 있던 기존 계약기간까지만 실거주 유예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갱신계약 1회까지 인정된다.

갱신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다. 기존 임대차계약 기간에 최대 2년의 갱신계약 기간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가 실제로 입주하는 시점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살고 있는 토허구역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매수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계약이 1년3개월 남아 있다면 매수자는 바로 입주하지 않고 기존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이후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고 그 갱신계약이 최대 2년까지 인정된다면 매수자의 입주 시점은 기존 계약기간에 더해 2년 더 늦춰질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시행일인 10월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론적으로 최대 3년3개월까지 실거주를 유예할 수 있다. 기존 임대차계약에 따라 최대 1년3개월을 기다린 뒤 갱신계약을 통해 최대 2년을 추가로 인정받는 경우다. 이 경우 계산상 2029년 말까지 실거주 시작이 늦춰질 수 있다.

다만 모든 갱신계약이 자동으로 실거주 유예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정한 시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갱신계약은 실거주 유예 신청 전에 체결돼야 하며, 갱신계약 역시 이번 제도에서 정한 실거주 유예 신청기간인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 사이에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신청기한’과 ‘유예기간’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신청기한은 매수자가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짜를 의미하고, 유예기간은 실제로 주택에 입주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뜻한다. 이번 조치는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면서 갱신계약에 따른 추가 유예도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가 이른바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갭투자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등의 차액을 이용해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한 뒤 직접 거주하지 않고 보유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과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준비해야 할 자기자금이 적어지는 구조다.

토허구역에서는 이런 방식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두고 있다. 이번에 실거주 유예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기존 임차인의 계약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매수자가 임대를 계속하면서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앤 것은 아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는 조건도 중요하다. 무주택자는 말 그대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실수요자는 시세차익 등 투자 목적보다 실제 거주를 위해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는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매수 이후 유예기간이 끝나면 직접 입주해야 한다. 입주한 뒤에는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그대로 유지된다. 즉 이번 제도는 실거주 의무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의 기존 계약과 갱신계약으로 인해 입주가 늦어지는 경우 그 시작 시점을 한시적으로 뒤로 미루는 구조다.

국토부가 갱신계약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도 고려한 조치다. 주택 매매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갱신을 통해 최대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가령 기존 집주인이 토허구역의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세입자의 임대차계약이 아직 남아 있다면 새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입주하기 어렵다. 기존 제도에서는 이 기간까지만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갱신계약 1회가 추가로 인정된다.

반대로 매수자가 이미 다른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번 제도의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세입자가 있는 토허구역 주택을 매수해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이번 개정의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가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대 중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2년간의 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토지거래허가제 자체는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이용 목적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되고, 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에 따라 허가 대상과 세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실제 거래에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18일부터 입법예고된다. 입법예고는 정부가 법령을 바꾸기 전에 개정안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다. 이후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예정대로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 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을 매수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실거주 유예 방식이 달라진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주택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기존 세입자의 계약 종료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기존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 갱신계약이 체결됐는지, 갱신계약의 시작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실제 입주 가능한 시점과 실거주 유예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주택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임대차계약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 매매와 임대차계약은 별개의 법률관계이기 때문에 기존 계약의 내용과 관련 법령에 따라 임차인의 권리가 판단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임대차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매수자의 실거주 시점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은 기존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되고, 세입자의 갱신계약 1회가 최대 2년까지 유예기간에 포함된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유예기간 종료 후 2년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10월 1일부터 토허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기존 임대차계약과 요건을 갖춘 갱신계약을 활용해 입주 시점을 늦출 수 있게 된다. 최대 유예기간은 개별 임대차계약의 시점과 갱신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며, 이론적으로는 시행일 기준 최대 3년3개월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