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카자흐 동시에 잡았다…신한금융이 중앙아시아로 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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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금융기관 자금지원 한도 설정 추진…인프라·신재생에너지 PF까지 협력 확대
카자흐 국영 투자홀딩스와도 MOU…한국 기업 현지 진출 뒷받침할 금융망 구축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경제 협력이 자원·인프라·에너지 분야로 빠르게 넓어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도 현지 자금조달 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최대 2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 체계를 추진하고 카자흐스탄에서는 국영 투자기관과 손잡고 현지 진출 기업과 인프라 사업에 대한 금융 협력을 강화한다.

우즈벡 금융기관에 최대 2억달러…인프라·신재생 PF도 검토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4~15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정부·국영 금융기관과 잇달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투자산업무역부와 협력계약을 맺고 현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최대 2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되는 투자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하는 방안도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서 '최대 2억달러'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해당 금액이 한꺼번에 공급된다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현지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자금지원 한도를 마련한 뒤 실제 사업과 금융 수요에 맞춰 구체적인 거래를 발굴하는 구조다. 양측은 정기 협의 채널을 운영하며 후속 사업을 찾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우즈베키스탄 부총리에 이어 올해 6월 투자산업무역부 장관 등과 접촉하며 현지 정부와 협의를 이어왔다. 이번에는 논의를 자금조달과 투자 프로젝트 수준으로 구체화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방한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도 별도로 만나 현지 금융산업과 신한금융의 사업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성장률 6%대 우즈벡…은행 개혁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진행

신한금융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지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택한 배경에는 빠른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 구조 변화가 맞물려 있다.
세계은행은 우즈베키스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4%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정부는 에너지와 교통 등 기반시설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력 분야에서는 노후 인프라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25GW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력 배전망 현대화에 필요한 투자 규모만 약 30억달러로 추산된다. 기존 배전시설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년 넘게 사용돼 전력 손실과 공급 안정성 문제가 투자 과제로 꼽힌다.
금융산업 자체도 전환기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우즈베키스탄 국영 상업은행 9곳은 전체 은행 자산의 63%, 대출의 67%를 차지했다. 정부가 은행 민영화와 시장 중심 금융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영은행의 비중이 높다. IMF는 국영은행 구조조정과 민영화, 경쟁 확대가 금융시장 개혁의 주요 과제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이 현지 은행에 직접 자금 공급 통로를 마련하고 정부와 프로젝트를 공동 발굴하려는 방식은 이런 시장 구조와 연결된다. 현지 금융기관을 매개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인프라·에너지 사업의 금융 주선이나 PF 참여 기회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에서는 '바이테렉'과 손잡아…한국 기업 금융지원까지

카자흐스탄에서는 국영 투자·개발금융 기관인 바이테렉과 협력 범위를 넓힌다. 신한금융은 지난 14일 열린 관련 행사에서 바이테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직원 연수와 현장 방문,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카자흐스탄 금융시장 정보와 금융 운용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산업·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내용도 담겼다.
바이테렉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산업·중소기업·수출·주택·인프라 관련 금융을 맡는 핵심 기관이다. 2025년 말 전체 금융지원 규모는 약 10조3000억 텡게에 달했다. 올해도 실물경제에 8조 텡게를 공급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4조1000억 텡게 이상을 시중은행과 금융기관을 통해 보증·보험·조건부 금융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과 바이테렉의 협력이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기업금융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정책금융기관과 한국계 은행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일반 기업대출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정책금융기관과 상업은행, 수출금융기관 등이 자금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 흔하다.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계기…금융사도 '프로젝트 선점' 경쟁

이번 협력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경제 관계가 확대되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은 지난 16일 서울에서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07년 한·중앙아 협력포럼 출범 이후 장관급 중심으로 이어져 온 협력 체계를 정상급으로 확대한 행사다. 정부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인프라·플랜트, 통관과 규제 분야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현지 사업 기회를 넓힌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상회의에 연계된 비즈니스 행사에는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 약 500명이 참여했다.
우즈베키스탄과는 교통·물류 인프라와 핵심광물, AI·디지털 전환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우즈베키스탄의 향후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데 뜻을 모았다.
카자흐스탄과 한국 역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에너지와 자원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미 현지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은 2008년부터 현지에서 영업해 왔으며 기업대출과 예금, 외환·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번 정부·현지 금융기관 협력을 통해 별도의 자금조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형태다.
진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은 높은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을 갖춘 중앙아시아의 핵심 시장"이라며 "이번 협력계약을 계기로 투자·조달 협력을 구체화하고 금융산업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금융 노하우 교류와 인프라·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해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