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 “클래리티법 좌절이 SEC·CFTC 규정 제정 가속시킬 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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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리티법 상원 부결에 번스타인 “SEC·CFTC 규정 공격적으로 쏟아진다”
토큰 분류·디파이 보호·RWA 선물 등 다섯 갈래 규정 방향 제시

# 번스타인 "클래리티법 부결에도 SEC·CFTC가 자체 규정으로 공백 메울 것"
번스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들이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한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공격적이고 신속한” 규정 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두 기관이 클래리티법 협상에 들인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새 규정을 잇달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원은 15일(현지시각) 클래리티법 본회의 토론을 시작하기 위한 토론종결(클로처)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클래리티법, 상원 문턱에서 좌절
상원은 15일 클래리티법 클로처 동의안을 49대 50으로 부결시켰다. 법안 자체에 대한 최종 표결은 아니었지만, 가결에 필요한 60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번 표결은 법안 본문을 곧바로 통과시키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본회의에서 법안 토론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절차적 단계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재표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코인텔레그래프에 공유된 이 보고서는 남은 입법 일정이 촉박하고 윤리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일정상 올해 안에 다시 표결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블루밍빗 역시 같은 날 코인텔레그래프 보도를 인용해, 남아 있는 의회 일정과 윤리 조항 관련 의견 대립이 재표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번스타인은 클래리티법이 통과됐다면 “정치적 정권 교체로부터 업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법안이 좌절된 지금 그 공백은 SEC와 CFTC 스스로의 규정 제정으로 메워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즉 법제화를 통한 항구적 보호막 대신, 행정기관 차원의 규정으로 임시적이나마 업계가 필요로 하는 명확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번스타인이 예상하는 SEC·CFTC 규정들
번스타인은 두 기관이 내놓을 만한 규정 방향을 다섯 갈래로 정리했다. 첫째는 자금조달을 위한 토큰 분류체계 정비다. 둘째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과 자기 수탁 프로토콜 개발자를 보호하는 조치다.
셋째는 지분(주식) 토큰화에 대한 혁신 예외 적용이다. 넷째는 실물자산(RWA) 연계 무기한 선물 계약의 승인 절차 단축이다. 다섯째는 연방 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스와프로 분류하는 규정의 개정이다. 이 중 스포츠 이벤트 계약 관련 규정은 현재 이러한 계약이 스와프로 분류돼 있는 기존 틀을 손질하는 방향으로, 파생상품 규제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으로 지목됐다.
번스타인은 이 다섯 갈래 규정이 클래리티법 부재로 생긴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봤다. 각 항목이 실제 규정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시행 일정은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자금조달, 디파이, 토큰화, RWA 파생상품, 스포츠 계약 등 업계 전반의 핵심 쟁점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 부결 이후 규제 공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전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EC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SEC는 클래리티법 표결과 무관하게 독자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 8월 19일 가상자산이 연계된 투자계약에 “명확하고 목적에 맞는”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며 새 규정을 제안했다. 자본 조달을 허용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유지하는 방향이다.
제안된 규정에 따르면 가상자산 기업은 4년간 최대 500만 달러(약 68억 원, 1달러 1,360원 기준)까지, 12개월간 최대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까지 토큰을 발행해도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가상자산을 “투자계약”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안전지대(세이프 하버) 조항도 담겼다. 이는 신생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증권법상 등록 부담 없이 초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7월 2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원이 클래리티법 처리에 실패할 경우 SEC가 “규정을 낼 준비가 돼 있고, 낼 의지도 있으며, 낼 능력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SEC가 독자적 규정 제정에 나설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한 기사에서 도이체방크가 기관투자자용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며, 전통 금융권 역시 규제 명확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선 암스트롱 전망과 같은 방향
앞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도 9월 10일 CNBC 인터뷰에서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클래리티법이 부결되더라도 SEC와 CFTC가 이미 규정 제정을 준비하고 있어 표결 직후 규제 명확성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의 이번 분석은 암스트롱이 표결 전 제시한 예상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SEC와 CFTC의 독자 규정을 통해 업계가 필요로 하는 규제 명확성이 결국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 감독권을 SEC와 CFTC로 나누는 연방 프레임워크를 세우려는 법안이었다. 상원이 이를 처리하지 못한 지금, 관심은 두 기관이 토큰 분류체계와 RWA 승인 절차 등 다섯 갈래 규정을 실제로 언제, 어떤 내용으로 내놓을지에 쏠려 있다. 번스타인과 암스트롱의 전망이 겹치는 지점은, 법제화가 지연되더라도 행정 규정을 통한 명확성 확보라는 방향성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