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USDC를 가스비로 쓰는 아크 메인넷 가동…11개 기관이 검증인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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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 USDC로 가스비 내는 아크 메인넷 가동
블랙록·비자 등 11곳 검증인 참여, AI 에이전트 결제까지 겨냥

서클(Circle)이 9월 16일(현지시각) 금융시장과 실시간 자금 이동, AI 에이전트 경제활동을 겨냥한 레이어1(L1) 블록체인 아크(Arc)의 퍼블릭 메인넷을 가동했다. 아크는 유통량 74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규제 디지털 달러 USDC를 네트워크 수수료(가스비)로 쓰는 구조를 택해 별도의 변동성 있는 네이티브 토큰 없이 작동한다. 블랙록·비자·예탁결제원(DTCC) 등 11개 기관이 창립 검증인으로 참여했고, 100곳 넘는 기관·생태계 참여자가 출범 첫날부터 합류했다.
서클 최고경영자(CEO) 제러미 알레어(Jeremy Allaire)는 “아크는 USDC 이후 서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출범이며, 13년간 지켜온 전제 —돈은 인터넷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를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가 가스비, 1초 안에 끝나는 정산
아크는 이더리움 가상머신과 호환돼 개발자들이 기존 솔리디티 코드와 도구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체인 ID는 5042이며, 결정론적 방식으로 1초 이내 최종 정산이 이뤄진다는 게 서클의 설명이다. 확률적 확인 기간에 의존하는 다른 블록체인과 달리, 한 번 끝난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프라이버시는 선택 사항으로 설계됐다. 뷰 키를 활용해 거래·잔액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기능이 네트워크 전체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서클은 현재 기준 양자 내성 서명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발행 자산 구성도 다양하다. USDC·EURC를 포함해 JPYC·KRW1·TRYB 등 22종의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아크에서 지원된다. 블랙록의 토큰화 국채펀드 BUIDL, 서클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USYC, 제이너스 헨더슨의 JAAA·JTRSY 펀드도 네트워크에 네이티브로 올라온다. 서클 StableFX는 20종 넘는 스테이블코인 간 24시간 프로그래머블 외환 거래를 지원하며, 크로스체인 전송 프로토콜과 서클 게이트웨이를 통해 20개 넘는 다른 블록체인과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은행 명부” 같은 검증인단, 리플과도 겹치는 이해관계
출범을 다룬 비트코인닷컴 뉴스는 아크의 창립 검증인단을 두고 “은행 명부를 읽는 것 같다”고 평했다. 독립 노드 운영자나 스테이킹 연합체, 크립토 네이티브 인프라 기업은 창립 검증인단에 전혀 없다는 점을 짚었다. 창립 검증인은 블랙록, 예탁결제원, 갤럭시, ICE, 마스터카드, 머니그램, SBI그룹, 스탠다드차타드, 스미토모상사, 비자, 월드페이(현 글로벌페이먼츠) 11곳이다.
알레어 CEO는 “아크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단순한 전제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블랙록 디지털자산 글로벌 총괄 로비 미치닉은 “아크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사용례를 대규모로 뒷받침할 위치에 명확히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검증인 명단에 오른 SBI그룹의 위치다. SBI는 2016년부터 리플 지분 약 9%를 보유한 최대 외부 주주이며, SBI 최고경영자 기타오 요시타카는 이 지분 가치를 약 4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SBI 리플 아시아는 일본 내 유일하게 실제 가동 중인 XRP 송금 통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월 SBI는 아시아 최초의 RLUSD 규제 유통사가 됐다. 그런 SBI가 이제 리플의 경쟁 상대인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아크의 창립 검증인이 됐다. 마스터카드 역시 XRP레저를 포함한 8개 블록체인으로 RLUSD 결제 프레임워크를 확장한 동시에 아크 검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리플의 RLUSD 공급량은 이달 사상 최대인 24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중 약 13억7,000만 달러는 이더리움에, 약 10억5,000만 달러는 XRP레저에 있다. XRP레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7월 13일 10억2,000만 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뒤 월말 7억9,840만 달러로 마감했다.
AI 에이전트가 돈을 쓰는 시대,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
서클은 아크를 “처음부터 AI 에이전트를 경제 주체로 상정해 설계된 첫 블록체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미 서클의 개방형 결제 제품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거래 체결, 결제 관리, 유동성 라우팅, 계약 실행 같은 경제 활동을 사람과 기업을 대신해 수행하고 있다. 서클에 따르면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거래량의 98.8%가 USDC로 처리된다.
지난 5월 서클 에이전트 스택이 출시된 이후, x402 표준을 통해 정산되는 에이전트 간 결제 대부분이 USDC로 이뤄졌다는 게 서클의 설명이다. 에이전트 스택은 정책으로 제어되는 에이전트 지갑, 서클 게이트웨이가 지원하는 나노페이먼트,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로 구성된다. 아크 포털을 이용하면 사람이 에이전트 지갑에 자금을 넣고 지출 한도를 설정하며 온체인 작업을 위임할 수 있다. 에이전트VM은 에이전트가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된 환경에서 다루면서도, 애플리케이션이 그 결과가 어디서 나왔는지 검증할 수 있게 설계되고 있다.
ARC 토큰은 아직 미공개…펀딩과 로드맵
서클은 이번 주 100억 개의 ARC 토큰을 제네시스 발행했지만, 이것이 토큰을 공개적으로 출시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아크는 현재 권한증명 방식으로 운영되며, 참여를 점차 넓혀 2027년 지분증명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토큰 판매를 둘러싼 숫자는 매체마다 다르게 보도됐다. 비트코인닷컴 뉴스는 서클이 ARC 토큰 7억4,000만 개를 개당 0.30달러에 팔아 2억2,200만 달러를 모았고, 완전희석 밸류에이션은 30억 달러였다고 전했다. 블랙록·a16z·아폴로가 매수자 중 하나로 꼽혔고, 이 조달이 진행되는 동안 서클 주가가 16% 뛰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크립토뉴스는 서클이 앞서 ARC 토큰 8억750만 개를 비공개로 매각해 2억4,220만 달러를 조달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해 수치에 차이가 있다.
네트워크 성장 지표도 공개됐다. 아크 테스트넷은 지난해 10월 공개돼 블랙록·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비자 등 100개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서클의 출범 발표에 따르면 테스트넷에서 누적 7억 건 넘는 거래가 처리됐고, 앞선 2분기 실적보고서에는 6월 30일 기준 누적 5억200만 건의 테스트넷 거래와 280만 개의 거래 지갑이 기록됐다. 프라이빗 메인넷은 지난 5월 시작돼 7월 20일까지 결제·자본시장·디지털자산·기술 분야에서 100곳 넘는 파트너가 참여했다.
토큰화 자산 쪽에서는 서클의 USYC가 30억 달러를 넘어섰고 블랙록 BUIDL은 약 24억 달러 규모다. 블랙록은 투자자가 아크 한 곳에서 펀드 자산을 청약·환매·운용할 수 있도록 BUIDL을 아크에 배치할 계획이며, 예탁결제원은 2027년 하반기부터 아크에서 자사 예탁 자산 토큰화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