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갇혔는데…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 드디어 유리 보호각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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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유리 걷어내는 국보 석탑
서울 탑골공원의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둘러싸고 있던 유리 보호각이 이르면 2028년 철거된다.
약 30년 동안 석탑을 보호해 온 시설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는 높이 18.6m 규모의 돔 형태 임시 보호시설을 세우는 방안이 추진된다.

1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는 최근 원각사지 십층석탑 보호각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심의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 등은 2027년 세부 설계와 매장유산 조사 등 준비 절차를 진행한 뒤 2028년 기존 유리 보호각을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 이후에는 나무 부재를 활용한 돔 형태의 임시 보호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해당 시설은 지붕을 갖추면서 자연 환기가 가능한 구조로 검토되고 있으며, 사업비는 약 81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계획은 유리로 인한 관람 불편과 통풍·결로 문제를 개선하면서 석탑의 보존 환경도 함께 손보겠다는 취지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조선시대 석탑 가운데 독특한 형태를 지닌 국가유산이다. 1962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보로 지정됐으며 높이는 약 12m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탑에 남은 기록을 보면 세조 재위기인 1467년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탑신 곳곳에 새겨진 세밀한 조각과 장식도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형태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원각사는 현재의 탑골공원 자리에 있던 사찰로 세조 11년인 1465년 창건됐으며, 연산군 때 사라졌다.

석탑은 절이 없어진 뒤에도 500년 넘게 현재 자리를 지켰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 등에 노출되면서 보존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는 석탑을 보호하기 위해 1999년 당시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철골 구조의 유리 보호각을 설치했다. 보호각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석탑을 지키는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두꺼운 유리와 빛 반사 때문에 석탑의 세부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결로가 발생하는 문제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보호각을 구성하는 유리판에 금이 간 사례도 알려졌다.
2006년 배병선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조물연구실장은 국가유산청 기고문에서 "완전 밀폐형으로 석탑을 가두어놓으니 비둘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접근조차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호각의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이전부터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으로 옮겨진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처럼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박물관으로 이전해 보관하는 방안도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 위치에서 보존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구체화됐다. 국가유산청과 종로구 등은 두 차례 자문회의를 열어 기존 보호각 철거와 임시 보호시설 설치, 주변 정비 방안 등을 검토했다.

종로구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포함한 탑골공원의 역사적 공간을 정비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26년 3월에는 1999년 유리 보호각 설치 이후 처음으로 석탑 내부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특별 관람이 진행됐다.
당시에도 유리의 빛 반사와 결로, 통풍 문제로 관람과 보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로구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보존성과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기본설계 심의에서는 최종 보호각의 형태와 구조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석탑 자체를 해체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올해 7월 열린 2차 자문회의 결과, 최종 보호각 설치와 석탑의 해체 여부 등은 향후 별도 단계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8년 철거 예정인 유리 보호각 이후의 장기적인 보호 방식은 추가 논의를 거쳐 정해질 전망이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자리한 탑골공원은 3·1운동의 역사적 현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종로구는 공원의 역사성과 시민 이용 환경을 함께 개선하기 위해 서문 복원과 공원 담장 정비 등 공간 개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논의가 단순한 시설 교체를 넘어 국보의 보존과 시민 관람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