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멍든 울진의 추석…'불통'과 '막말'이 부른 정치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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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협의회가 내건 과격 문구 현수막에 민심 이반
상생과 대화의 정치 복원 시급

[울진=위키트리]박병준 기자=추석 명절을 목전에 둔 경북 울진군이 삭살한 갈등의 바람에 휩싸였다.
군민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겠다던 민생지원금 예산이 울진군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면서다.
명절 밥상머리에 기대했던 온기가 한순간에 박탈감으로 바뀌자 지역사회는 순식간에 폭발했고, 거리 곳곳에는 “똥이나 드세요” 같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저속한 문구의 현수막까지 나부끼며 울진의 품격이 통째로 무너졌다.
이번 사태의 뇌관을 추적해 보면, 그 최초의 발단은 명백히 황이주 군수의 무리한 공약 추진과 심각한 불통 행정에 있다.
재원 조달 방안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회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규모 현금성 지원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려다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의회를 파트너로 존중해야 할 단체장이 소통을 생략한 채 여론전만 의식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회가 재정 건전성이나 절차적 타당성을 들어 예산을 심의·삭감할 권한은 물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득되지 못한 채 정치적 공방으로 비친 점은 아쉬움을 남기며, 그 피해와 상처는 고스란히 군민들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군수의 독단과 불통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서, 이장협의회 등 일부 단체들이 보여준 대응 방식 역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행정과 주민 최일선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아야 할 이장들은 준공무원에 준하는 공익적 신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단체 명의를 내걸어 거리에 원색적인 막말 현수막을 도배하고, 감정적인 삿대질로 갈등의 선두에 선 것은 지역사회의 품격을 처참히 짓밟는 자해행위다.
정책적 불만이 있다면 합리적 절차와 대화를 통해 풀어야지, 저속한 언어로 지역 갈등을 극단적인 분열로 몰아가는 것은 리더 그룹으로서 자격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이번 울진의 추석 명절은 군수의 독선적인 불통 리더십과, 이에 휩쓸려 절제력을 상실한 이장협의회의 감정적 대응이 결합해 빚어낸 총체적 난국이다.
울진군정과 지역 리더들은 이제라도 각성해야 한다.
군수는 독단적 행정 방식을 버리고 의회와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하며, 이장단 역시 행정의 말단 하수인이나 정치적 친위대처럼 행동하는 구태를 끊어내야 한다.
멍들 대로 멍든 울진의 가을 하늘 아래, 부끄러운 현수막을 거두고 상생과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