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낙태죄 폐지 7년 만에...'임신중지약' 한국 도입 "임신 9주 이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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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 공식화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내려진 지 7년 만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절차를 공식화했다.

약국 자료 사진 / 뉴스1
약국 자료 사진 / 뉴스1

정부, 국가정책조정회의서 도입 방안 발표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임신 9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는 임신 9주 이하를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지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어진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성숙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대통령 "해외 직구로 사고 발생"...협의 급물살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물 허용 가능성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보니 사고도 발생한다. 정부가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후 정부 공식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도입이 추진되는 제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이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동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자궁 수축 및 자궁경부 이완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200㎍ 4정을 순차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미소프로스톨만 복용할 경우 성공률은 80~85%지만, 두 성분을 함께 복용하면 95%까지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약품은 이 약물에 대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세 차례 신청했지만, 모자보건법 등 개정 필요성을 이유로 허가 심사 절차가 계속 지연돼왔다.

법제처 유권해석이 물꼬...9주 이내 사용으로 허가 신청

허가 심사가 진전을 보인 결정적 계기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 법제처는 지난달 19일 모자보건법에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 약물이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 요건을 갖춘 경우라면 식약처가 인공임신중절을 효능·효과로 하는 의약품을 품목허가하는 것은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식약처가 '낙태 관련 입법이 아직 안 됐다'는 이유로 임의로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로, 법 개정 전이라도 의약품 자체가 요건을 충족하면 정식 도입이 가능한 길이 열렸다.

현재 식약처는 수입품목 허가·심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약물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가 신청된 상태다. 식약처는 안전성과 효과, 품질과 함께 시판 후 이상사례 관리 등을 포함한 위해성 관리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초기 2년 병원 처방·조제...부처별 입장

정부는 허가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도입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도록 하고,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정식 허가된 약물이 없어 온라인 등을 통한 음성적 유통이 이어지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 복용과 비용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해왔다. 정부는 정식 도입을 통해 약물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의료체계 안에서 복용과 사후 관리까지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국가 의료체계 아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허가 이후 안전한 사용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임신중지약물의 허가 신청자료를 철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88년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한 이후 2000년 미국, 2002년 인도, 2012년 호주, 2023년 일본 등이 잇따라 도입했으며, 2024년 기준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용하는 나라는 약 100개국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인공임신중지 약물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