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집 비밀번호 바꿨는데… 시어머니가 또 집에 들어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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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없이 집 드나든 시어머니
“비밀번호 바꿨지만 남편이 또 알려줘”

연애할 때는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던 남편이 결혼 뒤에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에서 번번이 어머니 편을 들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시어머니의 예고 없는 방문과 육아 간섭이 이어진 끝에 여성은 네 살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향했다.

AI를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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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6년 차로 네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연애 때는 "내가 1순위"…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현관 비밀번호 공유

A씨에 따르면 남편은 연애할 당시 자신을 1순위라고 말하며 각별히 챙겼다. A씨가 지나가는 말로 대전에 있는 유명 빵집의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자 새벽 기차를 타고 직접 사 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한 뒤 A씨가 체감한 남편의 우선순위는 달라졌다. 남편은 외동아들이었고 시아버지가 오래전 세상을 떠난 만큼 어머니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A씨도 처음에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갈등은 신혼집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작됐다. 남편은 맞벌이 중인 부부에게 낮에 반찬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시어머니의 말을 전하며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주자고 했다. A씨도 당시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 뒤로 시어머니가 별다른 연락 없이 집에 들어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A씨는 "퇴근해서 돌아왔더니 냉장고를 정리하고 계신 적도 있었고,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 시어머니가 빨래를 널고 계셔서 당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남편에게 "제발 오시기 전에 미리 전화해 달라고 말씀드려줘"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남편은 오히려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출산 뒤 육아까지 간섭… 비밀번호 바꾸자 남편이 다시 알려줘

딸을 낳은 뒤에는 시어머니의 관여 범위가 육아로까지 넓어졌다고 A씨는 설명했다.

시어머니는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지, 몇 시에 재울지 등을 말했고 클래식 음악만 들려주라고 하기도 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A씨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라며 탓했고, 손녀가 불쌍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갈등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시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러나 며칠 뒤 시어머니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남편이 바뀐 비밀번호를 다시 시어머니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A씨는 "제가 울면서 '내가 누구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오히려 제가 예민한 거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네 살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나왔다. A씨는 "남편은 내가 왜 집을 나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가정을 깼다고 하더라"며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남편의 태도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조언을 구했다.

"예고 없는 방문·생활 간섭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 인정되진 않아"

사연에 답한 임형창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양가 부모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상황 자체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임 변호사는 민법 제840조 제3호에 따라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도 포함된다.

그는 "시부모로부터 폭행이나 심각한 폭언, 모욕 등 혼인관계를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부당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연에서 시어머니가 사연자분을 직접 폭행하거나 심각한 욕설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시어머니가 연락 없이 집에 방문하고 육아와 생활에 지속적으로 간섭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같은 행동이 상당한 기간 반복됐고 그 영향으로 부부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함께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갈등 방치하거나 오히려 심화… 부부 신뢰 무너진 과정 설명해야"

임 변호사는 이번 사연에서는 시어머니의 행동 자체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남편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중요하다고 봤다.

A씨는 시어머니가 찾아오기 전에 연락하도록 해달라고 남편에게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이후 직접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지만 남편은 새로운 번호까지 다시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이 반복됐다면 남편이 부부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갈등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사정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시어머니가 싫어서 이혼하고 싶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남편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음에도 남편이 이를 무시하면서 부부 사이의 신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딸 데리고 친정행… "'가정을 버렸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남편이 A씨에게 '아무 이유 없이 가정을 깼다'고 주장한 부분도 상담에서 다뤄졌다.

임 변호사는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가정을 떠나 부양과 동거 의무를 저버린다면 민법 제840조 제2호의 '악의의 유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해 별거하게 된 모든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별거를 시작한 이유와 경위, 이후 혼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시어머니의 반복적인 방문과 남편분의 방관으로 갈등이 계속된 끝에 사연자분이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집을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사연자분이 가정을 버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별거 이후 상대방과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자녀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녀 문제에 관한 최소한의 연락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양육권은 혼인 파탄 책임보다 자녀 복리 기준으로 판단

A씨가 실제 이혼에 들어갈 경우 네 살 딸의 친권과 양육권을 누가 맡을지도 함께 다뤄졌다.

임 변호사는 친권과 양육권은 어느 쪽이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누가 아이를 돌봐왔는지, 아이와 어느 부모 사이에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는지, 부모의 양육환경과 경제적 능력, 보조양육자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고 했다.

A씨가 혼인 기간 아이의 식사와 병원 진료, 어린이집 등 일상적인 양육을 주로 담당했고 친정부모가 보조양육자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런 사정을 주장할 수 있다고 임 변호사는 설명했다.

반면 남편 역시 아이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돼 있다면 면접교섭은 별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아이와 아버지의 관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