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비찜으로 둔해진 입맛… 소화제 대신 찾아야 할 '가을 바다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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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후 더부룩한 속, 가을 해산물 매운탕으로 해결하기
명절 상 앞에 며칠 앉아 있다 보면 기름진 전과 갈비찜, 잡채에 어느새 속이 더부룩해진다.

이럴 때는 억지로 소화제를 찾기보다, 가을이 제철인 칼칼한 해산물 요리 한 그릇이 답이 될 수 있다.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과 양념이 느끼함을 씻어주는 동시에, 지금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계절의 맛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
낙지볶음…9월부터 살 오르는 가을 대표 보양식

낙지는 4~6월 산란을 마친 뒤 여름 내내 몸에 영양분을 채워,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감칠맛이 짙어지는 대표적인 가을 보양식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예로부터 원기 회복에 좋은 식재료로 꼽혀왔다. 100g당 단백질이 11.5g에 달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면서, 미역이나 굴보다 2배 넘게 풍부한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간 기능 회복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낙지볶음을 만들 때는 먼저 굵은소금과 밀가루로 낙지를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 잡내와 미끈거림을 없앤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여기에 양배추와 양파, 대파, 청양고추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마늘을 배합한 양념에 센 불로 재빠르게 볶아낸다. 낙지를 너무 오래 볶으면 질겨지므로, 채소가 먼저 익은 뒤 마지막에 낙지를 넣어 짧게 볶는 것이 요령이다. 매콤한 양념이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둔해진 입맛을 확 깨워주는 동시에, 밥이나 소면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갈치조림…10월 살 오른 '매칼한' 맛의 정석
갈치는 7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인데, 그중에서도 살이 가장 기름지고 실해지는 시기는 9~10월로 꼽힌다. 좋은 갈치를 고르려면 은백색 광택이 돌고 흠집 없이 탄력 있는 것을 살펴야 하며, 몸 전체를 덮은 은백색 가루는 비늘이 아니라 소화가 안 되고 영양가도 없는 물질이므로 조리 전 깨끗이 긁어내는 것이 좋다.

갈치조림은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뜻하는 신조어 '매칼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꼽힌다. 두툼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손질한 갈치를 얹은 뒤, 고춧가루와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생강을 배합한 양념을 끼얹어 조려내면 완성된다. 무가 갈치의 육즙과 양념을 흡수하며 깊은 감칠맛을 내는 것이 이 요리의 핵심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갈치조림 전문점이 하나둘 들어서며 형성된 '갈치조림골목'이 있을 만큼, 갈치조림은 오래전부터 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얼큰한 별미다. 뜨끈한 무와 매콤한 국물이 명절 내내 쌓인 기름기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얼큰한 생선 매운탕도 좋은 선택
가을 제철 생선으로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 역시 명절 후 느끼함을 씻어내기 좋은 메뉴다. 무와 대파, 미나리, 쑥갓 등 향이 좋은 채소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간을 맞춘 국물에 생선을 넣어 끓이면, 뜨거운 국물 한 숟갈만으로도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더하면 매운맛이 한층 살아나면서 명절 음식의 기름진 여운을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명절 음식을 먹은 뒤 유독 매콤하고 칼칼한 음식이 당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과 갈비찜처럼 기름지고 단맛이 강한 음식을 연달아 먹으면 미각이 둔해지고 소화 속도도 느려지는데,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미각을 자극해 입맛을 되살리는 동시에 침과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국물 요리의 따뜻한 수분이 더해지면 포만감으로 더부룩해진 속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지친 속을 달래고 싶다면, 억지로 참기보다 가을이 제철인 낙지와 갈치로 칼칼한 한 끼를 차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