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는 '옛말'… 왜 더 이상 TV 시청률로 드라마를 평가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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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TV를 버린 시청자들, K-드라마는 어디서 그들을 사로잡는가
예부터 드라마는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매번 울고 웃기며 고단한 삶 속 따뜻한 안식처가 돼주곤 했다. 대중문화의 대표 주자답게 드라마는 남녀 성별의 구분 없이, 나이의 구분 없이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겨 보는 가장 보편적인 대중 콘텐츠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의 높은 인기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이자 핵심 화두다.

드라마를 소비할 수 있는 대중 매체가 TV밖에 없던 시절에는 인기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2010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당시 작품은 방영 내내 30~40%라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 마지막 회에서는 무려 전국 시청률 50%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렇듯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시청했느냐를 직관적으로 수치화한 ‘시청률’은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의 흥행 성패를 판가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자 절대적인 척도가 됐다.
그러나 오늘날 안방극장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아무리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시청률이 많이 나와야 20%를 웃도는 수준에 머무른다. 사실상 최근에는 전국 시청률 10%만 넘겨도 방송가 내부에서 "굉장히 잘 나왔다"는 찬사와 함께 대성공작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과거와 비교하면 성공의 기준 수치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시청률 수치의 전반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신 흥행작들의 화제성은 과거 국민 드라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가장 최근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 회 기준 24.9%였다. 작품이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파급력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화제성만큼은 과거 '제빵왕 김탁구' 시절에 결코 뒤지지 않았으나 기록된 시청률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큰 격차를 보인다.
그렇다면 오늘날 방영하는 흥행 드라마의 시청률 척도가 왜 옛날 드라마의 시청률 수치와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미디어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1. SNS 발달과 '숏폼' 중심의 쾌속 소비 문화
첫 번째 배경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비약적인 발달과 이에 따른 콘텐츠 소비 형식의 변화가 존재한다.

SNS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더 이상 본방송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맞이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짧은 요약 영상이나 몰아보기 콘텐츠만으로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핵심 사건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시간 안팎의 롱폼 영상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최대치의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숏폼' 영상이 점차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면서 미디어 소비 형태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1회당 길게는 1시간이 넘는 긴 호흡의 드라마 전편을 온전히 소비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피로감과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의 내용과 최신 트렌드는 파악하고 싶지만 긴 시간을 직접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현대인들이 대거 몰려든 곳이 바로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 떠도는 숏폼 영상들이다. 시청자들이 핵심 장면만 편집된 숏폼을 통해 빠르게 흥미를 충족하고 있어 TV 본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인원은 대폭 줄어들었다.
2. OTT 플랫폼의 대중화와 시청 주권 이동
두 번째 핵심 요인은 글로벌 및 국내 OTT(Over-The-Top) 플랫폼의 대중화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TV 방송으로 다소 한정돼 있었다. 정해진 방송 편성 시간에 맞춰 TV를 켜야만 시청이 가능했고 다시 보고 싶다면 재방송 편성 시간에 맞춰 다시 TV 앞에 앉아야만 했다. 방송 도중 놓친 장면이나 다시 보고 싶은 장면으로 자유롭게 되돌아갈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와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러나 OTT라는 신흥 미디어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OTT 플랫폼은 기존 TV 매체가 가지고 있던 시공간적 한계와 불편함을 완벽하게 해소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전통적인 TV보다 OTT 플랫폼이 훨씬 더 친숙하고 편안한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한 달에 일정한 구독료만 지불하면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횟수 제한 없이 마음껏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속 재생, 일시정지, 원하는 구간 반복 재생 등의 뛰어난 편의 기능도 시청자들을 OTT로 끌어당긴 주요 원인이 됐다.
더 이상 사람들은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각에 TV 앞으로 모여들지 않는다. 이동 중이거나 여가 시간 등 각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이용해 OTT 플랫폼에 접속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3. 멀티 스크린 환경과 TV 보유율 감소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 개인용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가구당 TV의 중요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 안에 TV 매체 자체를 두지 않는 일명 'TV리스(TV-less)' 가구가 크게 늘어났다. 기존 시청률 집계 대상이 되는 전통적인 TV 수신 환경과 가구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TV 시청률 지표도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4. 방송 채널의 다변화 및 콘텐츠 공급 과잉
과거에는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드라마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tvN, JTBC 등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대거 성장했고 여기에 다양한 OTT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수백 가지로 다양하게 분산되면서 특정 드라마 한 편에 수많은 시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이른바 '쏠림 현상'이 크게 약화됐다.
5. 라이프스타일의 다변화 및 대체 엔터테인먼트 증가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의 주말 및 저녁 시간대 라이프스타일 역시 매우 다변화됐다. 드라마 외에도 유튜브 개인 방송, 숏폼 콘텐츠, 틱톡, 웹툰, PC 및 모바일 게임, 다양한 개인 취미 활동 등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대체 엔터테인먼트 수단이 무궁무진해졌다.
이에 전통적인 안방극장 중심의 미디어 소비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즉 더 이상 시청률 수치만으로는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오늘날 드라마 홍보 전략
시대의 변화 속에서 드라마를 알리고 시청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전략 역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거치고 있다. 과거처럼 TV 방송 광고나 '본방 사수' 이벤트 등 수동적인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드라마의 흥행을 담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거실 TV 앞을 벗어나 다양한 디바이스와 플랫폼으로 파편화됨에 따라 방송가와 제작사들은 시청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발을 넓히는 능동적 마케팅과 시청자 스스로 입소문을 내게 만드는 '참여형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늘날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는 마케팅 기법은 단연 '숏폼 전략'이다. 이제 제작진은 기획 및 편집 단계에서부터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 즉각 활용할 킬링 씬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1분 안팎의 세로형 영상 속에 도파민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자극적인 갈등이나 달콤한 로맨스 장면을 압축해 유통함으로써 숏폼을 즐기는 대중을 자연스럽게 드라마 본편으로 유인한다.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오프라인 몰입 경험 마케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 속 핵심 공간과 세트장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구현하거나 주요 캐릭터의 콘셉트를 담은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팬들이 직접 공간을 체험하고 즐기도록 한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촬영한 인증샷과 후기 영상이 개인 SNS를 통해 재생산되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홍보 전략이 실제 지속 가능한 흥행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와 깊은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숏폼 콘텐츠만 가볍게 소비하고 떠나는 시청자를 본편 시청으로 유입시킬 고도의 동선 설계다. 숏폼 영상의 조회수가 아무리 몇백만 회를 기록한다 해도 그것이 실제 TV 본방송 시청이나 OTT 플랫폼의 구독 및 재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마케팅의 실질적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숏폼 끝자락에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본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아울러 작품 초기에 시청자를 확실하게 사로잡을 '코어 팬덤' 구축 역시 핵심 성공 요인이다.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초반 1~2회 내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해당 작품은 순식간에 잊힌다.
불특정 다수 전체를 겨냥한 모호한 마케팅보다는 특정 장르 마니아층이나 핵심 타깃층을 겨냥한 밀도 높은 초기 홍보로 과몰입 팬덤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이들 코어 팬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2차 창작물을 생산하며 세를 불려 나가는 '스노우볼' 효과야말로 파편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열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