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고 고통스러워” 80대 조부 흉기로 살해한 손녀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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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징역 20년 구형… 손녀 측, 살해 고의 부인
“살인 아닌 상해치사로 봐달라”

서울북부지법 재판부가 80대 조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말다툼 중 조부 찔러 숨지게 해… 검찰 징역 20년 구형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최경서 부장판사)는 15일 A(24)씨의 존속살해 혐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A씨는 지난 5월 18일 오전 11시 53분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자택에서 80대 조부를 과도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직접 119에 신고하고 119 대원의 지시에 따라 조부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같은 달 20일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고 A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27일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6월 11일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인 살해 고의 부인… 상해치사 판단 요청

A씨 측은 조부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존속살해가 아닌 상해치사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결심 공판에서 이번 사건이 특수한 가정환경과 장기간 이어진 가족 간 갈등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A씨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망한 뒤 조부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폭언과 폭행에 노출됐고, 대학 진학 이후 조부모와 다시 함께 생활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A씨가 조부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사건 당일에도 겁을 줘 폭력을 멈추게 하려 했을 뿐 사망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범행 직후 직접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한 점도 재판부에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A씨의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증인으로 불러 성장 과정과 가족 내 갈등 등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아들이기도 한 두 사람은 A씨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어떤 일을 당했건 인간으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며 "스스로는 범죄를 무서워하면서 제가 할아버지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역겹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참거나 자리를 피했어야 했다"며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지어서 죄송하다. 죽을 때까지 속죄하고 또 속죄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3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직계존속 살해하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존속살해는 형법 제250조 제2항에서 규정한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인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유기징역의 하한이 높다.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여기서 직계존속은 자신을 기준으로 위 세대에 해당하는 혈족을 뜻한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도 포함된다. 배우자의 부모나 조부모 역시 형법 조문상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해당한다.

존속살해죄도 살인죄인 만큼 사람을 사망하게 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살해를 계획한 경우뿐 아니라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행동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될 수 있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더라도 행위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토대로 판단한다. 범행에 사용한 도구와 사용 방법, 공격한 신체 부위와 정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범행 전후 행동 등이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

살해 고의 없고 상해로 사망했다면 존속상해치사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살해할 고의가 인정되지 않고 상해를 가할 의도만 인정된다면 적용되는 죄가 달라질 수 있다.

형법 제259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피해자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면 같은 조 제2항이 적용돼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아진다.

존속살해와 존속상해치사는 모두 직계존속이 사망했다는 결과를 전제로 하지만 행위자가 사망의 결과를 고의로 받아들였는지에서 구별된다. 살해의 고의가 인정되면 존속살해가 성립하고, 상해의 고의만 있었는데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면 존속상해치사가 문제 된다.

두 죄는 법정형에도 차이가 있다.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고, 존속상해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범행 경위와 방법, 피해 부위와 정도, 행위 전후의 사정 등을 증거에 따라 판단해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