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사러 온 초등생에게 '피임약' 준 약사… 초등생 응급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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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확인, 복약지도 제대로 이뤄졌는지 두고 논란

감기약을 사러 약국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성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일이 벌어졌다고 MBC가 보도했다. 나이 확인과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두고 피해 학생 측과 약국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감기약을 사러 약국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성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감기약을 사러 약국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성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MBC 보도에 따르면 이 학생은 감기 기운이 있어 약국에 들렀다. 카운터에서 약사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약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가져왔다. 이어 자리로 돌아와 바코드를 찍고 약을 건넸다. 학생은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었지만 감기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학생이 받아 온 약은 감기약이 아닌 여성 경구피임약이었다. 학생은 이를 두 알 복용했다.

이후 학생은 심한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옮겨졌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가족이 약을 살펴봤고 포장에 적힌 복용 시 주의사항을 통해 피임약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학생의 부모는 약사가 약을 건네면서 어떤 약인지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MBC 인터뷰에서 "아이가 상태가 안 좋아서 아내가 약을 보니까 거기에 피임약 복용할 때 주의 사항이 있어서 엄청나게 화나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가 약을 팔면서 이게 무슨 약인지,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그런 설명도 안 했느냐"고 했다.

약국 측 입장은 다르다. 학생이 초등학생으로 보이지 않았고 피임약 이름을 정확히 말해 해당 약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약국 측은 학생에게 몇 알을 먹으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부모는 해당 약국을 경찰에 신고했다.

학생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은 사전피임약이다. 경구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등 여성호르몬을 이용해 배란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막는다. 제품에 따라 성분과 함량은 다르지만 복용 과정에서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두통, 어지러움, 유방 압통, 부정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을 사러 약국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성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감기약을 사러 약국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성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특히 이번처럼 어린이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용했다면 먼저 어떤 제품을 몇 알 먹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구피임약은 제품에 따라 호르몬이 들어 있는 활성정과 호르몬이 없는 위약이 함께 들어 있기도 한다. 일부 위약에는 철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어 복용한 약의 종류와 양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소량의 피임약을 실수로 복용한 어린이에게 심각한 중독이나 장기적인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두 알을 먹었다고 해서 곧바로 성장 장애나 향후 임신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복용한 약의 성분과 양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 달라지는 만큼 무조건 괜찮다고 넘길 일도 아니다.

복용 뒤에는 메스꺼움이나 복통 같은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일시적인 출혈이나 유방 통증 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계속된다면 복용한 약의 포장이나 남은 약을 챙겨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경구피임약에 포함된 에스트로겐은 드물게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성인 여성에게도 복용 전 병력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 매일 복용하는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된다. 반면 성관계 이후 임신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이번 학생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약은 사전피임약에 해당한다.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어떤 설명을 했는지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학생 측은 자신이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약국에서 확인하지 않았고 피임약이라는 설명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학생이 약국에서 무엇을 말했고 약사는 어떤 약을 건넸는지, 나이를 확인했는지, 복용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설명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모의 신고를 바탕으로 당시 약국에서 오간 대화와 약 판매 과정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