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거래소, 美 CFTC 승인으로 비트코인·이더 무기한선물 미국 기관에 첫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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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X, 美 CFTC 승인으로 비트코인·이더 무기한선물 미국 기관에 개방
아시아거래소 첫 사례…누적거래 58억달러, CME와 경쟁 새 국면

싱가포르거래소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싱가포르거래소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싱가포르거래소(SGX)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비트코인과 이더 무기한선물을 미국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9월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로 알려졌다. 아시아 주요 거래소가 미국 기관투자자에게 크립토 무기한선물 시장을 개방한 첫 사례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자기자본거래업체가 기존 청산 계좌를 통해 아시아 크립토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승인 절차와 근거: 규정 48.10

SGX는 지난달(8월) CFTC에 미국 투자자 대상 크립토 무기한선물 제공 신청서를 냈다고 블룸버그가 9월 14일 보도했다. 해외 등록 거래소 자격으로 CFTC가 10일 이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미국 기관투자자에게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법적 근거는 ‘규정 48.10(Regulation 48.10)’이다. 해외 선물거래소가 일정 규제 기준을 충족하면 CFTC 승인을 받아 미국인에게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과거 미국 투자자가 런던이나 도쿄 상품시장에 접근할 때 쓰인 것과 같은 틀이다.

무기한선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크립토 파생상품이지만 미국 규제 틀 밖에 머물러 있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를 비롯해 CFTC 규제를 받는 미국 거래소 어디도 무기한선물을 상장하지 않았다. SGX는 해외 규제 거래소에 상품을 상장한 뒤 CFTC 승인을 받아, 미국 기관에 이 상품 접근권을 준 첫 거래소가 됐다.

SGX 무기한선물, 어떤 구조인가 / AI 생성 이미지
SGX 무기한선물, 어떤 구조인가 / AI 생성 이미지

SGX 무기한선물, 어떤 구조인가

SGX는 지난해 11월 24일 비트코인 무기한선물(BTP)과 이더 무기한선물(ETP)을 출시했다. 만기 없이 주기적인 자금조달료(펀딩비)로 가격을 현물에 붙이는 구조다. 표준 선물과 달리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가격 방향에 베팅할 수 있다.

SGX 상품은 크립토 거래소의 무기한선물과 구조가 다르다. 하루 22.5시간, 주 5일 거래되며 회원사는 35% 마진을 예치해야 한다. 담보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법정화폐로만 받는다. 일부 크립토 플랫폼이 쓰는 자동감산 메커니즘도 적용하지 않는다. 전통 금융 거래소의 안전장치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도적 선택이다.

누적 거래량은 CFTC 승인 발표 시점까지 58억 달러(약 7.8조원, 1달러 1,343원 기준)로 약 40만 계약에 달했다. 하루 최대 거래량은 1만1,500계약, 약 1억4,500만 달러가 하루 동안 오갔다. 8월 말 기준 미결제약정은 1,300계약, 약 1,900만 달러 수준이다. 비트코인이 미결제약정의 66%, 일평균 거래량의 83%를 차지한다.

미국 시장 파급력과 경쟁 구도

SGX의 크립토 파생상품 책임자 KC 램은 기관, 적격투자자, 전문투자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거래하는 유형의 고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램은 미국이 선물과 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크립토 기관 참여가 가장 활발한 시장 중 하나라며, 미국 시장으로의 확장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무기한선물 유동성은 여전히 크립토 네이티브 플랫폼에 몰려 있다. 탈중앙화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월간 비트코인·이더 무기한선물 거래량은 800억~1,0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SGX는 지난해 11월 상품 출시 이후 누적 거래량이 약 60억 달러(약 8.1조원) 수준이다. 격차는 크지만 SGX는 미국 기관 자금 유입이 거래량 확대의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5월 미국 규제 선물중개업자를 통해 기관 고객에게 글로벌 크립토 무기한선물과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증권거래위원회에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 제공 신청서도 냈다. 앞서 CFTC는 5월 예측시장 운영업체 칼시의 비트코인 무기한선물 상품을 승인하며 미국 내 무기한선물 규제 편입의 첫 발을 뗐다.

이 승인을 둘러싸고 CME그룹은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CME는 무기한선물이 실질적으로 스왑에 해당한다며 칼시 승인의 무효화를 요구했고, CFTC는 최근 법원에 이 소송의 각하를 요청하며 맞서고 있다. 무기한선물을 선물과 스왑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SGX의 미국 진출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

CFTC 승인이 났다고 해서 미국 기관투자자가 곧바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GX의 기존 청산회원사를 통한 온보딩에는 2~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거래 개시는 1~2개월 뒤로 예상된다. 새 거래소 회원 가입이나 오프쇼어 법인 설립 없이 기존 체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GX는 무기한선물에 이어 만기가 있는 비트코인·이더 선물과 옵션 상품까지 라인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램은 “유동성이 유동성을 낳는다. 더 많은 투자자가 들어와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규제 편입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크립토 네이티브 플랫폼과 전통 거래소 간의 경쟁 지형도 당분간 계속 변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