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 발칵 뒤집은 '키다리 선배'…3학기째 1000만원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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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끌며 늦깎이 대학 생활 중인 재학생, '비전리더 장학금' 기탁과 밀착 멘토링으로 학과에 새 바람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대학 캠퍼스에 훈훈한 감동을 넘어선 일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학과장 박주혜)에서 공부하며 ㈜씨씨씨폴리머를 운영하고 있는 만학도 재학생(왼쪽 두 번째)이 9월 10일 후배들의 학업 성장을 위해 ‘비전리더 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 호남대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학과장 박주혜)에서 공부하며 ㈜씨씨씨폴리머를 운영하고 있는 만학도 재학생(왼쪽 두 번째)이 9월 10일 후배들의 학업 성장을 위해 ‘비전리더 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 호남대

기업을 운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배움의 뜻을 품고 뒤늦게 대학 문을 두드린 한 늦깎이 대학생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기 및 후배들을 위해 거액의 장학금을 연달아 내놓으며 든든한 바람막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심 어린 멘토링까지 병행하며 겉돌던 학생들을 강의실 앞자리로 이끄는 등, 이른바 '선한 영향력'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 사업 수익금 쪼개 만든 '후배 사랑'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최근 학과 내에 재학 중인 한 만학도 학생이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1000만원을 쾌척했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이 통 큰 기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씨씨씨폴리머를 이끌고 있는 이 익명의 독지가(학생)는 지난 2025년 2학기부터 시작해 벌써 3학기 연속으로 천만 원씩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얻은 이윤을 자신만의 영달이 아닌,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후배들의 밑거름으로 쓰겠다는 평소의 굳은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대학 측은 기부자의 아름다운 뜻을 영구히 기리고자 지난해 이 장학금에 '비전리더 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식 신설했다.

◆ 성적표 대신 '열정'만 봅니다

'비전리더 장학금'의 선발 기준은 기존의 흔한 장학 제도들과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학점이 높아야만 유리한 성적 장학금의 틀을 과감히 깨부수고, 오로지 학생이 지닌 학업에 대한 '의지'와 평소의 '성실성', 그리고 실질적인 '경제적 곤란 정도'만을 다각도로 평가한다.

당장 시험 점수가 조금 낮더라도, 사회복지사로서의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는 돈이나 성적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후배가 없었으면 한다는 기부자의 강력한 요청이 반영된 운영 방식이다.

◆ 결석 잦던 학생도 바꾼 '밀착 멘토링'

이 키다리 선배의 활약은 단순히 장학금 입금 문자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같은 강의실에서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재학생'이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방황하는 후배들의 어깨를 토닥이는 인생 선배이자 밀착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거나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용기를 북돋워 준다. 그 결과 학과 내에는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교에 겉돌며 결석을 밥 먹듯 하던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은 뒤, 과 수석을 다툴 정도로 학업에 매진하는 극적인 반전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나눔의 선순환, 사회복지학과의 자랑으로

이러한 눈부신 변화를 곁에서 지켜본 대학 구성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호남대 이동우 학생처장은 "학생이 스스로 일군 소중한 결실을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을 위해 대가 없이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물질적 지원을 넘어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주는 이 따뜻한 사례가 대학 전체에 큰 울림을 주고 있으며, 학교 차원에서도 이 훌륭한 문화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의 체감 온도는 더욱 뜨겁다.

사회복지학과 오태희 학생회장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공부하는 선배님이 남몰래 이렇게 큰 사랑을 베풀고 계셨다는 사실 자체가 학우들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며 "선배님의 조건 없는 응원을 받은 학우들이 다시 다른 이웃을 돕는 훌륭한 사회복지사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한 사람의 조용한 결단이 빚어낸 나눔의 기적이 학과 전체를 넘어 지역 사회로 퍼져나갈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