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로 하면 '고급' 취급 받는데, 9월에 갑자기 가격 폭등한 '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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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수요로 29% 뛴 전복, 산지 가격은 절반 수준 왜?
공급 과잉 속 도매가 반등, 추석 이후 가격은 어디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하락세를 이어가던 전복 도매가격이 9월 들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선물세트와 제수용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 대목을 맞아 도매시장의 매입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국내 전복 생산량이 수년째 증가하면서 산지 출하가격은 과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이번 상승을 전반적인 가격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주간수산물동향에 따르면 9월 1주 차인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양식 전복의 일평균 경락시세는 1㎏당 1만9800원으로 집계됐다. 8월 4주 차 평균인 1만5300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29.41% 오른 가격이다.

8월에는 전복 도매가격이 줄곧 1만4000~1만5000원대에 머물렀다. 8월 1주 차는 1만4900원, 2주 차는 1만4600원, 3주 차는 1만5100원, 4주 차는 1만5300원이었다. 한 달 동안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다가 추석을 앞두고 상승폭이 커진 모습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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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의 실제 거래에서도 명절 수요가 반영됐다. 11일 거래된 활전복은 모두 2402.8㎏으로, 총 거래금액은 5772만9400원이었다. 평균 거래단가는 1㎏당 2만4026원을 기록했다.

상품별 가격 차이도 컸다. 추석 선물용으로 활용되는 대형 특품을 중심으로 경매가 이뤄지면서 최고 낙찰가는 1㎏당 9만원까지 올라갔다. 중간 가격대는 3만6000원 선에서 형성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추석 선물세트와 명절 특판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면서 도매시장에 단기적인 매입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복은 명절 수산물 선물세트에서 꾸준히 활용되는 품목이다. 크기가 크고 상품성이 높은 전복은 선물용으로 사용되며, 가정에서는 명절 음식이나 가족 식사용으로 소비된다. 추석처럼 선물과 제수용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시기에는 평소보다 유통업체의 물량 확보 경쟁이 커질 수 있다.

이번 도매가격 상승도 이런 계절적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전복을 생산하는 산지의 상황까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복 자체가 크게 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복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남 완도 지역에서도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전복 생산량은 2024년 2만3317t에서 지난해 2만7177t으로 증가했다. 올해 생산량은 3만t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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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사이 생산량이 약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양식 기술 발전도 있다. 양식 환경이 개선되고 폐사가 줄면서 실제 출하할 수 있는 전복의 양이 증가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지만, 시장에서 소비되는 물량보다 생산량이 빠르게 늘면 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산지 가격은 이미 이런 공급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022년 1㎏당 4만5000원 선이었던 대형 전복의 산지가격은 최근 2만2000~2만5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1㎏에 8마리 정도 들어가는 8미 기준으로 보면 수년 만에 산지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중형 전복의 가격 하락세도 뚜렷하다. 1㎏당 10마리 정도가 들어가는 10미 전복의 산지 출하가격은 2023년 2만4981원에서 지난해 1만9789원으로 내려갔다. 올해 6월에는 1만4696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생산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전복 양식에는 사료비와 유류비,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이 들어간다. 산지 출하가격이 생산비를 충분히 보전하지 못하면 생산량이 많아도 어가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수출을 통한 물량 해소에도 한계가 있다. 전복 수출시장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해외에서는 자연산이나 대형 전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식 전복의 잉여 물량을 단기간에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명절을 앞둔 도매가격 상승과 산지 가격의 장기적인 약세는 서로 다른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에서 특정 시기의 수요가 증가하면 경락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국내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낮아진 원물 가격이 오히려 가격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전복 가격 약세를 활용해 실속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는 완도산 활전복을 활용한 추석 선물세트를 4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출시하며 명절 선물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전복 선물세트의 가격 문턱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4년 전에는 대형 전복 1㎏의 산지 매입가격 수준이었던 금액으로 현재는 완제품 선물세트를 구입할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원물 가격 하락이 유통업체의 상품 가격에도 반영된 결과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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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소비를 늘리기 위한 판로 확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식품기업은 활전복을 그대로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공식품으로 소비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복죽과 같은 가공식품을 비롯해 외식 메뉴와 대량 납품 등을 통해 연중 소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완도군은 오뚜기 등 식품기업과 협력해 전복죽을 비롯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복을 활용한 특화 메뉴를 개발하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납품, 수도권 직거래 장터 등을 추진하며 소비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명절처럼 특정 시기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활전복은 소비자가 직접 손질하고 조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가공식품이나 외식 메뉴로 전환하면 소비층을 넓힐 수 있다. 기업이나 급식 등 대량 소비처를 확보할 경우 가정용 소비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물량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량 자체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소비 확대만으로 가격 안정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전복은 일정 기간 양식해 출하하는 수산물인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즉각적으로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생산된 물량이 시장에 계속 공급되는 동안 가격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나타난 이번 가격 상승이 산지 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명절 이후 시장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명절 선물과 제수용 수요가 줄어든 뒤에도 높은 경락가격이 유지된다면 소비 확대에 따른 수급 개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지만, 다시 기존 가격대로 내려간다면 계절적 수요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직전 선물과 제수용 수요가 몰려 도매시장 경락가가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전반적인 누적 생산량이 풍부해 명절 대목이 지나면 다시 이전 수준의 약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판촉을 넘어 가공 인프라 구축 등 중장기적인 수급 조절책이 안착해야 산지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