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지명 14일 만에 전격 사퇴…알고 보니 ‘이 사람’ 권유 있었다

작성일

비례대표 겸직 논란, 14일 만에 장관 후보직 사퇴
여당 우려 속 국민 정서 고려한 용혜인의 결단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사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후보직을 내려놓을 것을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스1

김 대표의 뜻은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됐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의 의사를 전달받은 뒤 당 지도부와 상의해 거취를 결정했다. 여당도 우려하는 상황에서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김민석의 사퇴 권유, 김태선이 전달했다

김태선 민주당 비서실장은 이날 용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민심을 종합한 김 대표의 자진사퇴 권유를 비서실장인 제가 용혜인 후보자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겸직 논란에 대해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닐지라도, 국민적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 정치의 가치 실현, 진보 연대의 완성,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과제 실현에 용 후보자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함께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전날 전달된 민주당의 뜻…용혜인 “깊이 고심했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 뜻을 알기에 저 역시 깊이 고심했다”며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협력을 끌어내야 하므로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사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의사를 전달받았고, 이후 당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거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소통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제가 알기로 청와대와의 소통은 없었다”고 답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겸직 논란 속 사퇴…대통령에 “송구하다”

용 후보자는 지명 이후 겸직 논란으로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달 31일에는 페이스북에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다”고 했지만,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을 향한 2030 세대의 지지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날 회견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큰일을 맡겨주셨던 믿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소임을 미처 다 해내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것은 같은 부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자진 사퇴했던 강선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 “결정을 존중한다”…용혜인은 의정 활동으로

용 후보자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후보직은 내려놓되 비례대표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같은 날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필요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뉴스1

이하 민주당 김태선 비서실장 페이스북 글 전문.

용혜인 후보자 관련해,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닐지라도, 국민적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민심을 종합한 김민석 당 대표의 자진 사퇴 권유를 비서실장인 제가 용혜인 후보자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진보 정치의 가치 실현, 진보연대의 완성,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과제 실현에 용 후보자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함께해 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