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철 지난 쉰소리 그만하고 손가락에 깁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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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급락, 현실감각 상실한 대통령의 위험성
공소취소와 연임개헌, 여권 내 갈등의 핵심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진 교수는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 “집권 3~4년차라면 모르겠는데, 집권 1년 몇 개월 만에 몰락의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여권 내부의 갈등을 거론하며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최근 발언을 둘러싼 자신의 견해를 올렸다. 그는 “같은 시기 여론조사들을 보면 윤석열과 비슷하거나 외려 조금 떨어진다”며 이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을 언급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이날 X에 올린 글을 거론하며 “오늘 X(엑스)에 올린 글을 보니, 이분이 완전히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 6개월쯤 전에 여기에 윤석열이 현실을 떠나 자신만의 가상세계에 유폐되었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불길한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진 교수는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및 지지율 관련 인식을 함께 비판했다. 그는 “얼마 전엔 집값이 치솟는 마당에 ‘집값폭락을 대비하라’고 하더니, 이번엔 지지율 바닥을 치는 마당에 ‘구조적 다수’ 운운한다”며 “어쨌든 우리와는 다른 우주에 거주하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야무진 ‘소망’으로 번거로운 현실을 대체해 버린 것”이라며 “아직도 거의 4년 남았는데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저 지경이라면, 그에 대한 호오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여권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진 교수는 별도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개혁이냐 혁명이냐 다 쓸데없는 소리고, 핵심은 하나”라며 “민주당의 이재명이냐, 이재명의 민주당이냐, 이게 지지자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범여권 내 일부 인사들을 가리키는 표현인 ‘문조털래유’를 언급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 간 인식 차이가 갈등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문조털래유’는 진 교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를 묶어 표현한 말이다.

그는 “문조털래유는 민주당이 대통령보다 먼저이고, 우리가 그 당의 주류이며, 이재명도 우리가 대통령으로 세운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친명은 당보다 대통령이 먼저이고, 우리가 그를 지지하므로, 우리가 그 당의 새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양측의 갈등이 당의 노선이나 개혁 과제를 둘러싼 이견보다 이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선택과 관련돼 있다고 봤다. 그는 “검찰개혁이고 뭐고 다 가짜 의제이고, 이들 사이의 쟁점은 하나”라며 “공소취소와 연임개헌”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문조털래유는 이재명이 이걸 추진했다가는 민주당이 파탄 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이라는 한 개인이 대통령직 수행하는 것까지는 지지 혹은 용인해도, 그 직을 자기 개인을 위해 사용하다가 민주당이라는 밑천까지 날리는 것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두고 “너 혼자 살겠다고 무리수 두다가 통째로 집안 말아먹지 말고 조용히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란 얘기”라고 표현했다. 또 유시민 작가가 공소취소를 비판한 발언을 거론하며 “유시민이 ‘공소취소는 미친 짓’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최근 개각을 둘러싼 상황에서도 김승원 의원의 역할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이번 개각에서 나머지는 다 자투리고 핵심은 김승원이다”라며 “이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승원을 임명할 것이고, 김승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소취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럼 지지율은 더 바닥으로 떨어져, 바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각 자체보다 김승원 의원의 임명 여부와 향후 공소취소 추진 가능성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진 교수의 분석이다.
진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국정 운영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이 보여줬듯이 극심한 위기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현실감각을 잃고 자기만의 가상세계로 이주하기 마련”이라며 “그 경우 이 나라는 또다시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조언을 내놨다. 진 교수는 “그러니 각하, 공소취소 포기하고 연임개헌도 포기하고, 내란척결이니 뭐니 철 지난 쉰소리로 갈라치기 그만하고, 오디세우스가 제 몸을 묶듯이 SNS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손가락에 깁스하고, 민망한 자기영웅화와 보여주기식 만기친람도 그만하시고, 그냥 겸손하고 솔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다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퇴임하시는 게 정답”이라고 촉구했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퇴임 이후 사법 절차까지 언급했다. 그는 “나 혼자 살겠다고 국가 시스템 망가뜨리지 말고, 퇴임 후엔 다른 국민과 똑같이 재판받으세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사 유죄가 난들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통령을 국민이 오래 감옥에 두진 않을 거다. 정도를 걸으세요”라고 덧붙이며 글을 맺었다.

한편 진 교수는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학과 문화예술 분야의 글을 쓰는 한편 사회 현안에 대한 칼럼과 토론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1994년 출간한 『미학 오디세이』를 비롯해 『폭력과 상스러움』, 『시칠리아의 암소』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미학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로도 알려졌다.
정치평론가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출간한 정치평론집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을 통해 정치와 사회 현상에 대한 비평을 이어갔고, 이후 신문과 시사잡지 기고 및 방송 토론을 통해 진보 성향 논객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에는 친일 문제와 사학법 등 사회·정치 현안을 두고 보수 진영 인사들과 공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2005년부터 약 1년간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중권의 SBS 전망대’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중앙대학교 등에서 강의한 데 이어 2012년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뒤 조 전 장관과 문재인 정부 및 당시 여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 교수는 당시 자신이 몸담았던 진보 진영을 향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정의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같은 해 동양대에도 사직서를 냈으며, 학교 측은 이를 수리했다.
조국 사태 이후 진 교수의 정치적 발언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는 2020년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등과 함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펴냈고, 같은 해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출간하며 진보 진영의 정치와 도덕성 문제를 비판했다. 당시 진 교수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보 진영이 기득권화됐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이어왔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국민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지만, 당시에도 국민의힘에 대해서까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인물로 소개됐다.
진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 변화와 관련해 조국 사태를 중요한 계기로 언급해왔다. 2020년 인터뷰에서는 과거 자신이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 영향을 받았지만 독일 유학을 거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인정하고 유럽식 사회주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보 진영 내부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을 특정 정당의 정치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논객과 저술가의 위치에서 정치 현안을 다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