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용혜인 손절' 분위기... 돌아가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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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 "엄중" → "들끓는 여론"... 압박 강도 세져
이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는 것보다는 자신 사퇴 기대

더불어민주당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실상 손절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임명 반대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져 정권 지지율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당내 기류가 '사수'에서 '낙마 불가피론'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동시에 쥐겠다는 용 후보자의 버티기가 국정에까지 부담을 주자 용 후보자를 감싸기보다 스스로 물러나기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그간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수위가 심상치 않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3일 "국민의 목소리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고 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중히 바라보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대변인은 전날 "청년 세대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존중'에서 출발해 '엄중', '들끓는 여론'으로 변화하며 용 후보자를 겨눈 압박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당내외 의견을 비상하게 취합하고 있다"며 용 후보자에게 신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후보자가 버티기를 계속할 경우 취합한 의견을 청와대에 공식 전달해 지명 철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손절' 기류 뒤에는 인사청문 대응력을 분산하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 후보자에게 매달리기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방어에 화력을 모으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가 내건 검찰 개혁 완수의 상징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무조건 사수해야 하는 인사다. 용 후보자는 다르다. 비례대표 재선과 의원·장관 겸직을 둘러싼 특혜·불공정 시비가 국민 정서를 직접 건드린 인사를, 그것도 다른 당의 인사를 엄호할 여력이 민주당엔 크지 않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당은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발탁한 인사의 지명을 거두는 일은 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다. 여당이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대하는 이유다.

문제는 용 후보자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의지를 거듭 밝히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그는 “저 개인의 영달이 중요했다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본소득당 사당화 의혹과 이른바 '언더조직' 내 성차별 묵인 의혹도 청문회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국면에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리는 제11차 고위당정협의회가 분수령으로 꼽힌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과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용 후보자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조 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안이 "고위당정에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층, 청년 세대 여론이 들끓고 있지 않나"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제대로 한 번 점검하고 대응 방안도 고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고위당정을 계기로 용 후보자의 거취에 관한 입장이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여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한 공소청 직제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날 논의 대상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법무부에 대대적 수정·보완을 지시했다.

용 후보자를 향한 냉랭한 기류와 달리 김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방어 태세는 확고하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김 후보자를 두고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권이 제기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온 사안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데다, 대가성 청탁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낙마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각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은 다음 달 2일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 국정 운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이 김 후보자 지키기에 총력을 쏟는 배경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은 이번 주 정점을 찍는다. 국회는 오는 15일 김 후보자를 시작으로 개각 검증 '슈퍼위크'에 들어간다. 같은 날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함께 열린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검증대에 오른다.

용 후보자 청문회 일정만 안갯속이다. 민주당은 다른 후보자들과 비슷한 시점인 오는 18일 개최를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검증을 이유로 21일이나 22일 개최를 요구하며 맞선다. 인사청문회법상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는 청문회 5일 전까지 송달돼야 출석을 강제할 수 있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가 지난 10일 예정된 전체회의를 취소하면서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용 후보자 청문회는 18일 이후로 밀릴 공산이 커졌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시민단체 관계자의 항의를 받고 있다.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시민단체 관계자의 항의를 받고 있다. / 뉴스1

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증인 채택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련자 44명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국·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각각 11명과 4명의 증인이 채택됐던 전례와도 대비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신약 로비'와 관련한 새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이를 어떻게 소명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민주당이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여론 지표는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43%로, '적합하다'(22%)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의혹이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채 임명 절차가 진행되면 당청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9.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