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서 또 수상 쾌거... 장관 출신 이창동 감독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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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연출로 유명하지만 당대 최고 배우들도 써주길 원하는 감독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이다.
이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지 24년 만에 베네치아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 황금사자장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교사로 시작해 소설가를 거친 이 감독은 1997년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 사회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 왔다.
이 감독은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교단에 서던 1983년 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활동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는 1992년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받았다.
분단과 도시화, 산업화가 남긴 상처를 주로 다룬 그의 소설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순수문학의 힘에 회의를 느낀 그는 마흔을 앞두고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영화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93년이다. 그는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다. 1996년에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시나리오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으며 각본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감독의 길로 들어섰지만 소설에서부터 이어 온 인간과 사회를 향한 관심은 스크린에서도 계속됐다. 1997년 도시화에 밀려난 청년 막동(한석규)의 비극을 그린 데뷔작 '초록물고기'로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국내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은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도 받았다. 신인이던 배우 송강호를 발굴한 작품으로도 기록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라는 이 감독의 화두는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2000)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시간을 거슬러 한 남자의 삶을 되짚는 이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군사독재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개인의 삶과 겹쳐 보여 줬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주연 설경구의 절규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세계 관객과도 만났다.
세 번째 작품 '오아시스'(2002)에서 이 감독은 지체장애 여성 공주(문소리)와 전과자 종두(설경구)의 사랑을 통해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9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았다. 문소리는 같은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거머쥐었다.
세계적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던 시기 이 감독은 잠시 영화계를 떠나 문화행정에 몸담았다.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돼 2004년까지 1년 4개월간 일했다.
영화계에 복귀한 뒤 내놓은 '밀양'(2007)은 아들을 잃은 여성을 통해 고통과 용서, 신앙의 문제를 다뤘다. 이 작품은 전도연에게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한국 배우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전도연이 처음이었다.
'시'(2010)에서는 손자의 범죄를 알게 된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과 윤리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이 감독은 이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칸에서 각본상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8년 뒤 선보인 '버닝'(2018)은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세 청년을 통해 계급 격차와 청년 세대의 불안을 그렸다. 이 작품은 다시 칸 경쟁부문에 올랐다. 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대신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그는 2022년 첫 단편 '심장소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의뢰로 우울증을 주제로 만든 이 작품은 아픈 어머니에게 달려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한 호흡으로 담아냈다.
이 감독은 작품에서 분명한 메시지나 정답을 내밀기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는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분명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고, 삶과 영화가 연결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연출 방식도 독특하다. 리얼리즘을 고수하는 감독으로 이름이 높다. 배우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 인물의 감정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살아 내기를 요구한다. "연기하지 말라"는 주문은 그의 연출을 상징하는 말로 통한다.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거듭하는 방식은 배우들에게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당대 최고의 배우들은 그의 작품에 출연하기를 바란다. 이 감독이 연기의 틀을 깨주기 때문이다.
배우를 알아보는 안목도 남다르다. '초록물고기'의 송강호, '박하사탕'의 설경구와 문소리, '버닝'의 전종서가 그의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거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과작 감독으로도 꼽힌다. 데뷔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장편은 '가능한 사랑'까지 일곱 편에 그친다. 그만큼 한 편 한 편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 이 감독은 2002년 보관문화훈장을, 2006년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에서도 이런 태도는 이어진다. 작품에는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출연했다. 설경구가 연기한 호석은 파업 강경 진압 이후 해고돼 무기력에 빠진 인물이다. 전도연이 연기한 아내 미옥은 어려운 형편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해고 노동자를 카메라에 담던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를 만나 서로의 삶에 얽혀 든다. 이 감독은 계급과 노동, 욕망의 문제를 다루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하사탕'에서 현실에 발 딛은 인간을 이야기한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해고 노동자 부부와 이른바 '금수저' 부부의 삶을 나란히 놓으며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사회 구조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에는 그 구조 안에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