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신작 발표, 그런데 장르가 완전히... 전세계 게임판 뒤집은 소식

작성일

RTS에서 슈팅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대전환

훈련소를 갓 나온 신병 한 명이 강하정을 타고 낯선 행성 지표에 내려선다. 해치가 열리는 순간 저그 무리가 밀려들고, 총 한 발 제대로 쏘지 못한 병사는 순식간에 짓밟힌다. 잠시 뒤 화면에 잡히는 것은 피에 젖은 강화복뿐이다. 그 갑옷은 세척돼 다음 신병에게 다시 넘겨진다. "인류가 가장 필요로 할 때 도미니언의 아들딸들이 부름에 답했다. 그들의 용기가 전선을 지켰다. 그들의 희생이 우리에게 하루를 더 벌어줬다. 이제 그 부름이 당신에게 온다." 비장한 내레이션이 깔리는 이 예고 영상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신작 소식이 발표됐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13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26 개막식에서 '스타크래프트' 신작 소식을 발표했다. 202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린 팬 행사의 첫 발표가 이 소식이었다. 신작은 2030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개막식 무대에는 요한나 파리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CEO가 먼저 올라 블리자드와 이용자들을 잇는 오랜 유대를 언급하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처음 나온 우주 배경 실시간 전략(RTS) 게임이다. 인류의 후예인 테란, 벌레 형태의 외계 종족 저그, 고도의 정신문명을 지닌 프로토스 등 세 종족이 코프룰루 구역이라 불리는 우주에서 벌이는 전쟁을 그린다. 이용자는 자원을 캐고 기지를 세우며 병력을 뽑아 상대를 제압한다. 종족마다 전술이 완전히 달라 깊이 있는 대전 구도를 만들어냈다. 특히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PC방 문화와 e스포츠 산업이 자리 잡는 토대가 됐다. 원작에 이어 2010년 '스타크래프트 2'가 나왔고, 마지막 확장팩인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은 2015년 출시됐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이번 신작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 전환이다. 시리즈를 대표해 온 실시간 전략이 아니라 이야기 중심의 오픈월드 슈팅 게임이다. 전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병력을 지휘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용자는 지상에 직접 발을 딛고 싸운다. 정식 명칭은 '스타크래프트 3'가 아니라 그냥 '스타크래프트'다. 시리즈의 세 번째 주요 작품이지만 원작과 같은 이름을 써 혼동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예고 영상의 제목은 '도미니언(Dominion)'이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개발은 '파 크라이' 시리즈를 이끈 댄 헤이 개발 총괄이 맡는다. 헤이 총괄은 유비소프트에서 '파 크라이 3'부터 '파 크라이 6'까지 제작을 주도한 인물이다. '파 크라이 5'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공포 게임 '피어(F.E.A.R.)' 시리즈 개발에도 참여했다. 2022년 블리자드에 합류했다. 헤이 총괄은 무대에 올라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작을 "모든 발걸음을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하늘 위가 아니라 진흙과 화염 속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강조했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신작의 무대는 원작과 같은 코프룰루 구역이다. 시점은 '공허의 유산'으로부터 70년 뒤다. 블리자드는 신작을 기존 이야기를 잇는 완전히 새로운 장으로 소개했다. 2015년 이후 시리즈의 첫 본편이기도 하다. 2017년 나온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원작을 다시 손본 버전이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이 될지는 헤이 총괄의 이력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파 크라이'는 넓은 개방형 무대, 곳곳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 이용자가 스스로 국면을 만들어가는 높은 자유도로 이름을 알린 시리즈다. 신작 역시 코프룰루 구역의 여러 행성을 누비며 테란 병사의 시점에서 저그, 프로토스와 맞서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고 영상이 도미니언 소속 해병의 훈련과 전사에 초점을 맞춘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공포 게임을 다뤄 본 경력을 고려하면 어두운 분위기와 긴장감이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조작 시점이 1인칭인지 3인칭인지, 지원 기기와 가격, 멀티플레이 구성 등 핵심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도 내놓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를 슈팅 게임으로 만들려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발표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잠입 액션 게임으로 기획됐지만 여러 스튜디오를 거치다 조용히 취소됐다. 이런 전례 탓에 신작을 향한 기대와 경계가 함께 나온다. 발표 직후 팬들 사이에서는 2030년이라는 먼 출시 시점을 두고 아쉬움이 쏟아졌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예고 영상에서 신병이 허무하게 쓰러지는 장면을 두고 "역시 해병의 평균 수명"이라는 우스개도 나왔다. 블리자드가 게임을 완성 시점보다 한참 앞서 발표하고 여러 차례 출시를 미뤄 온 전력이 있는 만큼 실제 출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하는 '디아블로' 애니메이션 시리즈 계획도 함께 공개됐다. 블리자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신작은 개발 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게임 플레이 공개와 세계관 소개 등 더 많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