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유시민과 조국에게 쌓인 게 많았나... 의미심장 발언

작성일

박태훈 글 공유하며 "개혁 가장 큰 걸림돌은..."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지지층 분열을 부추기는 범여권 강경파와 일부 친여 인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에서 박태훈 전 진보당 부대변인의 X 글을 공유하며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글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두고 "이재명은 언제나 시작할 때보다 끝날 때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온 정치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임기 말에 시민 만족도 80%, 경기도지사 임기 말에 지지율 52.2%를 기록한 점을 근거로 들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의심이 신뢰로 바뀌는 궤적을 그려 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재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기는 이르다"라고 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지지율 하락에는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는 적이 많다. 당장 '내란 세력'을 이겨내야 한다"며 조희대(대법원장) 사법부와 검찰, 신천지와 통일교, 보수 개신교단 등을 저항 세력으로 지목했다. 이어 부동산과 지방소멸, AI 산업전환, 소득·자산 불평등 등을 과제로 들며 "지지율은 이 싸움의 크기를 보여 주는 숫자이지 이 싸움의 승패를 보여 주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여권 내부의 비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바깥의 적보다 아픈 것은 안에서 흔드는 말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물전 썩은내'라느니, 반드시 망할 것이라느니 하는 유시민(작가) 등이 내뱉는 저주의 말, '왜 더 강하게 개혁하지 않느냐'는 진영 내부의 준엄한 꾸짖음, 이런 말들은 대통령을 안에서 흔든다"고 지적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신뢰하는 근거로 그의 삶과 이른바 '상대원 시장 연설'을 들었다. 그는 "1976년 2월 눈비 내리는 새벽에 성남으로 이사 온 소년, 시장에서 청소 노동을 하던 아버지와 공중화장실을 지키던 어머니,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공장으로 출근하던 손"을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박 전 부대변인이 옮긴 이 대통령의 연설은 "국가가 할 일이 뭐겠나. 힘겹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장사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정치 아닌가"였다.

박 전 부대변인은 "이 연설에는 웅변가의 수사가 아니라 웅덩이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아직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는 부채감이 있다"며 "나는 그 부채감이 이재명 개혁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자신이 진보당원임을 밝히며 "이 대통령의 많은 정책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개혁에 갖고 있는 선의를 의심한 적은 한순간도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이 대통령을 비판할 때는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개혁을 앞으로 밀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란청산'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다. 적이 존재하는 싸움이고, 우리는 이 싸움에서 가장 큰 장기말인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부대변인의 글을 두고 "말씀 중에 틀린 말씀이 단 하나도 없다"고 호응했다. 이어 "나는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36년 전 판검사의 길을 버리고 빚을 내 인권변호사의 길을 시작했던 25살 젊은 이재명이나, 온갖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맡아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2026년 오늘의 이재명이나 억강부약 대동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의 열정과 속도를 절제하지 못한 과잉과 과속으로 반혁명의 불행을 초래한 안타까운 역사는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어 "개혁은 최대한의 공감 아래 섬세하고 절차적이어야 하며,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해 실효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혁명적 변화를 바라는 일부의 순수한 열망을 이용해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반발이 수반되지만 개혁이 없으면 반발도 없다"며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은 모두를 위한 봉사자여야 한다"며 "부정하고 무능해도 가깝다는 이유로 기용하자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자 대표자가 아닌 정복자가 취할 태도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적이고 평화로우며 안전한 나라, 민주적이며 공평하고 포용성장하는 나라를 향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글은 최근 범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쓴소리를 내놓은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이 대통령을 만드는 데 노력한 사람들이 반명 소리를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문조털래유'(문재인 전 대통령+조 원장+김어준씨+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유시민 작가)에 대한 공격이 올해 상반기 초기부터 맹렬하게 이뤄졌다"며 "중도 확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보층 내부의 특정 그룹을 적으로 만드는 게 맞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조 원장은 "결국 이재명 정부를 만든 사람들은 쪼개지고 오른쪽에서 다가온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며 양쪽을 다 잃었다"며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에서 큰 방향을 새로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의 수장 아닌가"라며 "진솔하게 나와서 '이런 점은 이렇게 추진하려 했는데 이런 점은 잘했고, 이런 점은 실수한 것 같다'고 얘기하면 사람들 마음이 돌아선다"고 했다. 조 원장은 앞서 지난 2일에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공소취소를 서두를 게 아니라 조작기소 여부부터 규명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공소취소가 어렵고 임기 뒤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유시민 작가도 지난달 24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은 내란극복 정치연합으로 모든 진보 개혁 진영을 다 결집해 49%를 얻었다"며 "이걸 지금까지 스스로 해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1년간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오만한 권력자의 모습"이라며 "대통령은 소통, 교감, 공감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하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작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건 민주당원 절반을 잃은 것"이라며 "이건 대통령에게 굉장히 치명적인데 왜 이런 일을 스스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세운 정부니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자신이 픽해서 당선시키려 하는 건 왕정, 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지난 연말 '인사 청탁 논란'을 거론하며 "당시 사표를 냈던 김남국이 민주당 대변인이 되고 전략 공천을 받아 안산의 국회의원이 됐다"며 "옛날 민주당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