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창업자 에르삼, 베네수엘라 PDVSA 원유계약…비트코인·리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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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 창업자 에르삼, 베네수엘라서 원유 베팅 나서
PDVSA와 생산분배계약 체결, 크립토 시장에도 파장 우려

프레드 에르삼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프레드 에르삼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프레드 에르삼(Fred Ehrsam)은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이자 현재도 이사회 멤버로 있는 인물이다. 그가 최근 수개월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호텔에 머물며 원유 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에르삼의 투자사 프라이머베라(Primavera)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생산분배계약을 맺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월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38세 벤처투자자가 석유·가스 경험 없이 뛰어든 이 베팅은 단순한 개인 사업을 넘어선다. 원유 공급과 인플레이션, 통화정책을 매개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위험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코인베이스 창업자가 카라카스에 머문 이유

에르삼은 카라카스 고급 주거지역 라 카스테야나(La Castellana)에 있는 47개 객실 규모 부티크호텔 카예나 카라카스(Cayena Caracas)에서 수개월을 보냈다. 호텔 방을 사무실처럼 쓰며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와 에너지 전문 변호사, 자문단으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WSJ이 전했다.

에르삼은 이 베팅을 위해 텍사스에 특수목적 투자사 프라이머베라를 세웠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스탠퍼드대를 나온 마누엘 이리바렌(Manuel Iribarren)이 2월부터 현지 자산 발굴에 합류했고, 퀀텀에너지파트너스 전 사장이자 TC에너지 이사를 지낸 다지라지 베르마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에르삼은 2012년 코인베이스를, 2017년에는 크립토 벤처투자사 패러다임을 공동창업하며 약 24억달러의 자산을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2025년 대통령 취임기금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오리노코 벨트 노리는 생산분배계약 / AI 생성 이미지
오리노코 벨트 노리는 생산분배계약 / AI 생성 이미지

오리노코 벨트 노리는 생산분배계약

프라이머베라가 노리는 곳은 세계 최대 초중질원유 매장지로 꼽히는 오리노코 벨트다. 앞서 알려진 목표 유전 중에는 알보라다헤비인더스트리스가 운영하는 유전도 포함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WSJ 최신 보도는 프라이머베라가 PDVSA와 생산분배계약을 확보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최종 운영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프라이머베라는 9월 초 부다레 블록 동부의 경질원유 유전을 대상으로 PDVSA와 생산분배계약에 서명하며 첫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계약은 신속하게 상업생산이 가능한 원유 채굴·탐사 권리를 부여한다.

이 흐름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교체 이후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 재건을 추진하는 큰 그림과 맞닿아 있다. 미국 정부는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파트너스에 유전 17곳, 매장량 650억배럴 이상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면서 이 회사 지분 35%를 확보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분석에 따르면 PDVSA는 이 계약을 100년 특혜가 아닌 연장 옵션이 있는 25년 계약으로 규정했다.

세계가 베네수엘라 원유에 주목하는 이유

베네수엘라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을 2023년 기준 약 3,030억배럴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생산량은 매장량에 크게 못 미쳤다. 2023년 하루 생산량은 78만3,000배럴에 그쳤고, 국제에너지기구 추정치로는 2026년 7월 기준 하루 112만배럴까지 늘었다.

셰브런은 5년간 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베네수엘라 생산량을 하루 약 60만배럴로 두 배 넘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분석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2025년 말부터 2028년 말까지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약 17%, 하루 19만4,000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타드에너지는 “지질이 아니라 실행력이 핵심 제약”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리스타드에너지는 오리노코 벨트에서 의미 있는 신규 생산이 나오는 시점을 2035년 무렵으로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는 “몇 달 안에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실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일가격정보서비스 보도에 따르면 코메르츠방크는 계약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컬럼비아대 분석은 이 계약 구조가 베네수엘라보다 투자자 보호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을 짚었다.

오일과 크립토를 잇는 연결고리

원유와 코인 가격이 직접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너지 비용은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위험자산 수요를 좌우하는 유동성 환경을 바꾼다. 연방준비제도 연구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026년 4월 브렌트유가 연초 배럴당 61달러에서 약 95달러까지 오르는 동안 에너지 CPI가 10.8% 넘게, 전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3.3% 올랐다고 밝혔다. 브렌트유는 최근 중동 긴장으로 공급 우려가 커지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곧바로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원유 주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면 금리와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공급 차질이 다시 벌어지면 상황은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크립토 경제와 깊이 연결된 나라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2025년 베네수엘라의 크립토 거래 흐름을 446억달러(약 60조원, 1달러 1,345원 기준) 규모로 추정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이 자금이 가계의 생계 수단이자 제재 우회 원유 거래의 도구로 동시에 쓰인다고 분석했다. 에르삼의 베팅이 성공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실제로 늘어난다면, 그 파장은 에너지 비용과 인플레이션, 글로벌 유동성을 거쳐 정작 그가 코인베이스로 부를 쌓았던 크립토 시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