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드라마 역주행해 '월드스타급 인기' 폭발한 한국배우 (실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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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 공항 들썩이게 만든 신현준
페루 리마 국제공항 입국장이 한국인 배우 한 명 때문에 들썩였다. 선글라스에 'PERÚ'가 적힌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짐수레를 밀며 걸어 나온 배우 신현준이 그 주인공이다. 바리케이드 너머로 길게 늘어선 팬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손에는 직접 뽑아 온 드라마 사진과 손뜨개로 만든 해바라기 인형이 들려 있었다. 보안요원의 호위 속에 걸음을 옮기는 신현준을 향해 팬들의 손이 끝없이 뻗어 나왔다.

신현준은 이 벅찬 순간을 인스타그램에 직접 전했다. 그는 12일 공항 영상과 함께 스페인어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공항까지 저를 맞이하러 와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해 정말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먼 길을 달려와 따뜻하게 맞아 준 페루 팬 여러분, 그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다. 정말 사랑한다"고 적었다. 페루는 스페인어를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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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이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월드스타급 환대를 받은 배경에는 SBS의 23년 전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있다. ‘천국의 계단’에서 신현준이 연기한 태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천국마저 기꺼이 내던지고 어두운 길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이 비극적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남미 팬들이 태화라는 인물에 열광한다. 신현준도 과거 인터뷰에서 길에서 "태화 오빠"라고 부르며 사진을 청하는 젊은 팬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천국의 계단'은 2003년 12월 3일부터 이듬해 2월 5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수목극이다. 금지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20부작 로맨스다. 권상우, 최지우, 신현준, 김태희가 주연을 맡았다. 연출은 이장수 감독이 담당했다. 극본은 박혜경 작가가 썼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운명처럼 얽힌 차송주와 한정서가 있다. 순백의 피아노 건반이 있는 눈 덮인 놀이공원 같은 순결한 세상을 천국이라 믿는 남자 송주, 그 놀이공원에서 오빠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천국이라 믿는 여자 정서다. 두 사람은 유학을 앞두고 목걸이를 나눠 끼며 재회를 약속한다. 하지만 이 목걸이는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는 시발점이 된다. 여기에 두 인물이 더 얽힌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천국을 기꺼이 희생하고 지옥의 길도 걷겠다는 남자 태화, 천국은 돈으로 살 수 있으며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그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 여자 유리다. 서로 다른 천국을 좇는 네 남녀가 관습과 금기를 넘어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20회에 걸쳐 펼쳐진다.
신현준이 맡은 태화는 정서를 향한 이룰 수 없는 마음을 끝까지 지키며 자신을 내던지는 인물이다. 그 헌신적인 캐릭터가 세월이 흘러도 시청자의 가슴에 오래 남았다.

방영 당시 '천국의 계단'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43.5%까지 치솟았다. 이 작품으로 권상우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거의 신인이던 김태희도 단숨에 얼굴을 알렸다. 아역으로 나온 박신혜와 이완 역시 이 드라마로 인지도를 높였다.
드라마는 음악으로도 오래 기억됐다. 레베카 루커가 부른 '아베 마리아'와 현악으로 편곡된 레드 제플린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이 명장면마다 흘렀다. 김범수의 '보고싶다'도 이 드라마를 통해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23년 전 작품이 20여 년 만에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페루 방송국이 꾸준히 ‘천국의 계단’을 재방영하기 때문이다. '천국의 계단'은 2006년 페루 TV Perú를 통해 방송됐고 2014년에는 Panamericana TV에서 다시 방송됐다. 최근에도 또 방영돼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신현준이 페루를 찾았을 때도 공항에는 팬들이 몰렸다. 팬들은 팻말과 꽃, 사진, 인형 등을 준비했다. 팬미팅에서는 신현준이 '천국의 계단' 대표곡인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직접 불렀고 드라마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심포니 공연도 함께 열렸다. 이 행사는 '메모리스 투 헤븐(Memories to Heaven)'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신현준은 오는 12일에도 같은 이름의 행사로 페루 팬들을 다시 만난다. '천국의 계단' 음악을 중심으로 한 심포니 리사이틀과 팬미팅이 함께 진행된다. 리마 멜리톤 카르바할 학교 강당에서 열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티켓이 이미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