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인도 첫 토큰화 회사채 50억 루피 발행…디지털 루피로 당일 결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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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REC, 토큰화 회사채 707억원 발행…CBDC 동시결제 첫 사례
SEBI 파일럿에 L&T·IIFL도 참여, 총 1,439억원 규모로 확대

REC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REC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인도 국책 인프라금융기관 REC가 인도 최초의 토큰화 회사채 발행 파일럿을 마쳤다. REC는 9월 7일(현지시각)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50억 루피(약 5,260만 달러, 약 707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거래는 인도중앙은행(RBI)이 운영하는 도매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즉 디지털 루피로 대금을 결제한 첫 사례다. 채권 인수와 대금 지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동시결제 방식이 적용돼 청약, 배정, 상장이 모두 같은 날 마무리됐다.

사흘 뒤인 9월 10일 SEBI는 뭄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페스트에서 이 시스템을 “Demat 2.0”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공개했다. 발표 시점까지 REC를 포함해 3개 기업이 이 시스템을 통해 총 102억5000만 루피(약 1억700만 달러, 약 1,439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상태였다.

REC 시작으로 L&T·IIFL까지 참여 확대

REC의 발행에는 투자자 18곳이 참여해 50억 루피를 조달했다. 채권은 만기 1년 9개월, 연 7.30% 고정 쿠폰으로 설계됐다. REC 측은 응찰 규모가 79억6000만 루피(약 8,380만 달러, 약 1,127억원)에 달해 애초 기준 발행액이었던 10억 루피(약 141억원) 대비 약 8배 청약이 몰렸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확정된 50억 루피 기준으로 보면 응찰 대비 실제 배정 비율은 약 1.6배 수준이었다.

이틀 뒤 인프라·엔지니어링 대기업 라슨앤투브로(L&T)가 투자자 4곳으로부터 동일한 규모인 50억 루피를 조달했다. 비은행 금융사 IIFL도 같은 날 투자자 1곳에 2억5000만 루피(약 26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세 건 모두 NSE의 전자 청약 플랫폼을 거쳐 NSE와 BSE에 같은 날 상장됐다.

앞서 지난 8월 로이터는 인도가 REC 단독으로, 50억 루피 미만 규모에 선별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파일럿은 이보다 범위가 커져 L&T와 IIFL이 추가로 참여했고, 발행 총액도 당초 REC 계획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다.

Demat 2.0, 어떻게 채권과 CBDC를 묶었나 / AI 생성 이미지
Demat 2.0, 어떻게 채권과 CBDC를 묶었나 / AI 생성 이미지

Demat 2.0, 어떻게 채권과 CBDC를 묶었나

Demat 2.0은 채권 소유권 기록을 분산원장에 올리고, 이를 RBI의 도매용 디지털 루피와 통합 시장 인터페이스(Unified Market Interface)로 연결하는 구조다. 채권 예탁기관 NSDL·CDSL, 거래소 NSE·BSE, HDFC은행·ICICI은행, 인도결제공사(NPCI)가 이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산 시점이다. SEBI에 따르면 기존 방식에서는 발행 기업이 청약일로부터 2~3일 지나야 대금을 받았지만, 새 인프라에서는 청약 당일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자금과 채권 이전이 하나의 동시결제 절차 안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한쪽만 의무를 이행하는 시차가 사라진다.

채권 자체의 이자율, 만기, 투자자 권리 같은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바뀌는 부분은 이 조건들을 기록하고 정산하는 인프라뿐이다. SEBI는 이자 지급과 채권 상환까지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화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는 발행사나 등록기관이 예탁기관으로부터 보유자 명단을 받아 금액을 계산하고 은행을 통해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기관 전용으로 시작…계좌는 그대로 쓴다

Demat 2.0 참여는 현재 기관 투자자로 제한돼 있다. 투자자는 별도 계좌를 새로 열거나 추가 고객확인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기존에 쓰던 데마트 계좌에서 그대로 토큰화 채권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예탁기관을 통해 Demat 2.0 기능을 활성화하고, 참여 은행에 도매용 CBDC 지갑을 유지해야 대금을 정산할 수 있다.

SEBI는 파일럿 이후 단계에서 기존 호가요청 플랫폼을 통한 2차 거래를 도입하고, 개인투자자에게도 접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체적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EBI는 분산원장에 채권을 네이티브로 발행하면서 소유권 기록은 법정 예탁기관이 관리하고, 정산은 기존 규제된 시장 인프라 안에서 CBDC로 처리하는 조합을 시도한 나라는 인도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토큰화가 채권의 법적 지위나 상환 의무, 투자자 보호 수준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

Demat 2.0은 아직 기관 투자자 중심의 제한적 실험 단계다. 2차 거래와 개인투자자 접근이라는 다음 단계는 아직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RBI는 국내 정산 실험과 별개로 브릭스 회원국 간 CBDC 연계도 추진하고 있어, 도매용 디지털 루피의 활용 범위를 국내 채권시장과 국경 간 결제 양쪽으로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