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상 시간을 매일 고정해보세요, 가을 밤 취침이 저절로 당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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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되면 왜 자꾸 늦게 잠들까
기상 시간 고정과 취침 전 1시간 습관이 답이다

수면습관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수면습관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여름 내내 자정을 훌쩍 넘겨 잠들던 습관은 9월이 됐다고 저절로 고쳐지지 않는다. 아침엔 눈이 잘 안 떠지고, 밤엔 정신이 말똥말똥한 채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날이 반복된다. 이렇게 어긋난 수면 시간표는 하루아침에 되돌릴 수 없지만, 순서만 지키면 며칠 안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잠이 안 오는데 일찍 눕는 것부터가 문제다

가을 시간표로 되돌리겠다며 평소보다 두세 시간 일찍 침대에 눕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졸림은 마음먹은 대로 오지 않는다. 행동수면의학 전문가 사라 실버맨(Sarah Silverman)은 졸리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잠을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완 활동은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하고 정말 졸릴 때만 침대로 들어가야, 침대가 '잠자는 곳'이라는 신호가 몸에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캔이 잠을 부른다는 생각도 흔한 오해다. NYU 랑곤 헬스의 수면 연구원 레베카 로빈스(Rebecca Robbins)는 알코올이 처음엔 잠을 쉽게 오게 해도 렘(REM,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얕은 수면 단계) 수면 시간을 줄여 수면 질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한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잠이 안 올 땐 술 대신 카페인이 없는 차를 택하는 편이 낫다.

기상 시간이 수면 리듬의 닻이다 / AI 생성 이미지
기상 시간이 수면 리듬의 닻이다 / AI 생성 이미지

기상 시간이 수면 리듬의 닻이다

몸속에는 시상하부에 자리한 생체시계가 있어 24시간 주기로 자고 깨는 리듬을 조율한다. 이 리듬은 매일 같은 시각에 깨는 습관에 크게 좌우된다. 실버맨은 기상 시간이 매일의 '닻' 역할을 해 생체시계를 규칙적으로 맞춰준다고 말하며, 이 닻이 고정돼 있으면 밤마다 졸림 신호도 비슷한 시각에 찾아와 취침 시간을 지키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덧붙인다.

반대로 취침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몸은 언제 자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수면의학 펠로십 프로그램 디렉터 일린 로즌(Ilene Rosen)은 어느 날은 밤 10시에, 어느 날은 새벽 2시에 잠든다면 몸이 진짜 잠자는 시간을 인식하지 못해 얕은 수면 단계로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주말이라고 늦잠을 몰아 자는 습관이야말로 이 리듬을 매주 다시 흔드는 원인이 된다.

아침엔 햇빛, 밤엔 화면 줄이기라는 두 경계선

헌팅턴 헬스(캘리포니아 시더스사이나이 계열) 임상의학 조교수 라지 다스굽타(Raj Dasgupta)는 기상 시간을 매일 비슷하게 맞추고 일어난 직후 햇빛을 쬐는 것이 저녁 수면 준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든 식사를 챙기고 여유가 되면 가벼운 운동을 곁들이는 것도 그날 밤 수면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밤에는 정반대의 원칙이 적용된다. 휴대폰과 노트북, 태블릿 화면에서 나오는 짧은 파장의 청색광은 뇌를 각성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늦춘다.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취침 한 시간 전부터 기기 사용을 줄이고 화면을 야간모드나 노란빛이 도는 설정으로 바꿔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스탠드 조명을 호박색이나 붉은 계열로 바꾸는 것도 뇌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멜라토닌 생성을 돕는다.

침실은 서늘하고 어두운 동굴처럼 만든다

내셔널 슬립 파운데이션의 환경 연구자 내털리 다우토비치(Natalie Dautovich)는 침실을 꾸밀 때 동굴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어둡고 조용하고 서늘해야 잠들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서늘함의 기준으로 그가 예로 드는 온도는 약 20도 안팎이다. 다만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 모두에게 똑같이 맞는 절대 기준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언급한다.

체온을 이 서늘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낮추는 방법으로는 취침 75~90분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것이 꼽힌다. 물에서 나온 뒤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는 과정이 실제로 잠들 때 몸이 식어가는 감각을 흉내 내 수면 시작을 돕는다는 것이 다우토비치의 설명이다. 국내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 어둡고 조용한 환경 조성을 숙면 습관으로 안내하고 있어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15분 규칙과 카페인 컷오프로 취침 전 한 시간을 채운다

잠이 안 온다고 침대에서 뒤척이며 버티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MU 헬스케어의 신경과 전문의 프러딥 볼루(Pradeep Bollu)는 잠자리에 든 지 15분쯤 지나도 잠들지 못하면 침대에서 나와 빨래 정리처럼 조용하고 지루한 일을 하다가 다시 졸릴 때 들어오라고 권한다. 이렇게 하면 몸이 침대를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해 다음번엔 더 쉽게 잠들 수 있다는 원리다.

카페인도 취침 시간표를 흔드는 변수다. 최소 여섯 시간 전에는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끊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만,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크므로 자신에게 맞는 컷오프 시간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카페인이 없는 캐모마일이나 라벤더 차를 취침 전 루틴에 넣거나, 코로 넷을 세며 들이쉬고 일곱을 세며 참았다가 여덟을 세며 입으로 내쉬는 호흡법을 몇 차례 반복하는 것도 다스굽타가 제안하는 이완 방법이다.

루틴을 지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진료가 필요한 신호다

기상 시간을 고정하고 취침 전 화면을 줄이고 침실을 서늘하게 만드는 과정을 며칠 반복하면 대부분 취침 시간이 서서히 앞당겨진다. 다만 이런 루틴을 꾸준히 지켜도 불면이 계속되거나,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다가 숨이 잠깐씩 멈추거나, 낮에 심한 졸음이 이어진다면 이는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신호다. 이런 경우 루틴을 더 엄격하게 고치려 애쓰기보다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