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에게 “비겁한 놈, 두고 보자” 찍혔다가… 실력으로 인정받은 트로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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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 수술 극복한 발라드 가수, 트로트로 화려한 재기

"비겁한 놈" "두고 보자"는 조영남의 살벌한 경고가 무색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한 무대였다.

가수 조영남. / 뉴스1
가수 조영남. / 뉴스1

트로트 가수 춘길은 지난 11일 방송된 TV조선 '금타는 금요일'에서 골든 스타 조영남의 독설을 실력 하나로 잠재웠다. 시청자들이 주목한 건 반전의 결말만이 아니었다. 춘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정체, 목 디스크 수술로 성대를 잃을 뻔했던 시간, 아버지 이름을 예명으로 달고 다시 무대에 선 이유까지, 한 명의 가수가 걸어온 드라마틱한 삶 자체를 조명해 본다.

조영남이 꼽은 '요주의 인물'

해당 회차 '금타는 금요일'의 핵심 포맷은 골든 스타 조영남과 함께하는 황금별 쟁탈전이었다. 조영남의 대표곡을 포함한 인생곡들로 대결이 꾸며지는 구조 속에서, 조영남은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과 솔직한 심사로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조영남도 품지 못한 '가수왕' 타이틀을 2년 연속 거머쥔 슈퍼 메기 싱어가 등장해 긴장감을 더했다. 슈퍼 메기가 지목한 상대는 진(眞) 정서주와 춘길이었다.

'금타는 금요일' 출연한 조영남. /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금타는 금요일' 출연한 조영남. /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 조영남은 춘길을 향해 "비겁한 놈"이라며 발끈했다. 이어 "두고 보자"는 살벌한 경고까지 날렸고, MC 김성주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며 상황 진정에 나섰다. 방송 전부터 조영남이 꼽은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 춘길은 대결 전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 직전 무대에 오른 정서주는 조영남의 1973년 발표곡 '낙엽은 지는데'를 선곡했다. 50년 전 감성을 고등학생이 어떻게 풀어낼지 조영남이 의구심을 표했지만, 무대가 끝나자 "노래를 선천적으로 잘한다"며 타고난 실력을 인정했다. 슈퍼 메기 역시 정서주에게 리메이크 발매를 적극 추천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곡으로 뒤집힌 분위기

춘길의 무대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춘길은 조영남의 '내 생에 단 한 번만'을 선곡했다. 박자 맞추기 까다롭기로 알려진 곡에 감정까지 실어 올린 무대였다. 조영남은 "박자 맞추기 힘든 노래인데 거기에 감정까지 실었다. 의외로 너무 노래를 잘 부른다"며 앞선 경고가 무색할 만큼 호평을 쏟아냈다.

'금타는 금요일' 열창하는 춘길. /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금타는 금요일' 열창하는 춘길. /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같은 날 방송에서 김용빈은 조영남이 직접 작곡한 곡 '지금'을 선택해 무대에 올랐다. 조영남이 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개인적인 과거사를 밝힌 뒤, 김용빈은 이별의 감정을 담아낸 가창으로 스튜디오 분위기를 바꿨다. 조영남은 "나도 김용빈처럼 감칠맛 나게 불러야겠다"며 그의 곡 소화력과 표현력을 인정했다.

조영남의 대표곡 '화개장터'도 새로운 무대로 재탄생했다. 선(善) 손빈아가 자신의 목소리로 해당 곡을 다시 불렀는데, 실제 고향이 하동인 손빈아는 "어릴 때 '화개장터'를 동요보다 더 많이 듣고 불렀다"며 곡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원곡자인 조영남이 직접 디렉터로 나서 손빈아의 무대를 세심하게 이끄는 과정에서 손빈아가 바짓단을 걷어붙이며 현장 분위기는 유쾌하게 달아올랐다. 다른 멤버들까지 합류하면서 스튜디오에는 단체 모내기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춘길의 정체, '사랑인걸'을 부른 발라드 가수 모세

춘길의 본명은 김종범, 2000년대 중반 '사랑인걸'로 주목받은 발라드 가수 모세다. '사랑인걸'은 싸이월드 BGM과 노래방 차트를 동시에 장악하던 시기 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당시 모세가 구사한 감미롭고 애절한 미성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미성의 주인공이 지금 트로트 무대에서 묵직하고 울림 있는 가창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같은 인물임을 알고도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트로트 가수 춘길은 '사랑인걸' 히트곡의 주인공 모세. / 춘길 인스타그램
트로트 가수 춘길은 '사랑인걸' 히트곡의 주인공 모세. / 춘길 인스타그램

'춘길'이라는 예명은 단순한 예명이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함인 '김춘길'에서 따온 이름이다. 과거 '발라드 가수 모세'라는 이름의 후광과 편견을 내려놓고 트로트라는 장르에서 완전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와, 부친에 대한 애정을 함께 담은 선택이었다.

목 디스크 수술 그리고 공백기

1집 성공 이후 모세는 긴 공백기를 보냈다. 원인은 목 디스크 수술, 정확히는 경추유합술이었다. 수술 과정에서 성대에 이상이 생기며 가수로서의 커리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무대를 떠난 시간 동안 그는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반 회사원으로 살았다. 음악과 무관한 삶이었지만 음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그가 다시 무대에 선 방식에서 드러난다.

재기의 기점은 JTBC '싱어게인2'였다. 해당 무대에서 그는 여전한 가창력을 증명했고, 2022년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춘길'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며 본격적으로 트로트 장르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스터트롯3'를 비롯한 각종 방송과 무대에서 연이어 활약하며 과거의 '모세'를 넘어선 '트로트 가수 춘길'로 자리를 굳혔다.

춘길이자 모세. / 춘길 인스타그램
춘길이자 모세. / 춘길 인스타그램

발라드 미성에서 트로트 보컬로, 장르를 가로지른 전환은 단순한 이미지 변신이 아니었다. 목 디스크 수술 이후 달라진 성대 컨디션과 긴 공백 속에서 단련된 감정 표현이 결합한 결과물이 지금의 춘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영남이 "의외로 너무 노래를 잘 부른다"며 놀란 것도, 그 반전의 깊이를 이해하면 더 납득이 간다.

트로트 무대에서 '가수왕' 타이틀을 2년 연속 거머쥔 슈퍼 메기 싱어가 지목 상대로 춘길을 택한 것, 조영남이 대결 전부터 '요주의 인물'로 꼽은 것 모두 그의 실력이 이미 현장에서 검증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TV조선 '금타는 금요일'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