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주민 80%가 아직도 휘파람으로 대화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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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씨름대회부터 주민 80%가 사용하는 ‘휘파람 언어’까지
쿠쉬쾨이에서 확인한 사라지지 않은 특별한 소통법
휴대전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산 너머 사람과 휘파람으로 대화를 나누는 마을이 있다. 10년 전에도 세계테마기행이 찾았던 튀르키예 흑해 연안의 ‘휘파람 마을’이다. 제작진은 다시 이곳을 찾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휘파람 언어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9월 15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튀르키예 북동부, 소문 추적기’ 2부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휘파람 마을’에서는 튀르크 언어학 박사 장주영이 튀르키예 흑해 고원의 황소 씨름대회를 지나 기레순의 쿠쉬쾨이 마을을 찾는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현재에도 휘파람 언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일상과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인연을 따라간다.

여름마다 열리는 흑해 고원의 황소 씨름
여름이 되면 튀르키예 흑해 고원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해발 1200m가 넘는 아르트빈 지역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는 황소 씨름대회 ‘보아 귀레슐레리(Boğa Güreşleri)’다. 과거 여름철 고원으로 소 떼를 몰아 방목할 때 목초지의 우두머리를 정하기 위해 소들끼리 힘을 겨루게 했던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전통이다.
스페인의 투우처럼 사람이 소와 맞서는 방식과도 다르다. 소의 체급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를 치르며, 한쪽 소가 힘에 밀려 물러서거나 달아나면 즉시 경기가 끝난다. 피를 흘리게 하는 행동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자연스럽게 힘을 겨루는 소의 본성을 이용하면서 동물 학대를 막는 것이 경기의 중요한 원칙이다.
이번 대회에는 네 살 황소 다일이가 처음 출전한다. 주인은 경기를 위해 평소 곡물을 먹이고 꾸준히 산책을 시키는 등 운동선수를 관리하듯 다일이를 훈련시켰다. 생애 첫 대회에 나선 다일이가 쟁쟁한 황소들 사이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지가 첫 번째 볼거리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휘파람 마을’
이어 장주영은 튀르키예 흑해 연안에서도 오래전부터 특별한 소통법으로 유명했던 쿠쉬쾨이(Kuşköy)로 향한다. ‘새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주민들이 새소리처럼 높은 휘파람을 이용해 서로 대화한다고 해서 흔히 ‘휘파람 마을’로 불린다. 산과 계곡이 많은 지형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목소리 대신 휘파람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했던 것이 독특한 언어문화로 자리 잡았다.
휘파람 언어는 언어학계에서도 관심을 받은 문화다. 그러나 제작진이 다시 이 마을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10년 전 세계테마기행이 쿠쉬쾨이를 방문한 이후 휴대전화가 더욱 널리 보급됐기 때문이다. 전화 한 통이면 먼 곳에 있는 사람과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주민들이 여전히 휘파람으로 대화를 나누는지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궁금증이다.
10년 만에 도착한 마을은 헤이즐넛 수확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산비탈 곳곳에서 헤이즐넛을 따며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장 야쿱 씨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자 예상과 달리 곳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현재도 주민의 약 80%가 휘파람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제작진은 실제 전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선다. 1~2km 떨어진 사람에게 휘파람 언어만 이용해 세 가지 행동을 전달하고 상대가 제대로 알아듣는지를 확인한다. 산 너머까지 날아가는 휘파람에 구체적인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지가 방송에서 공개된다.
10년 전 만났던 사람들과의 재회
쿠쉬쾨이에서 제작진이 꼭 다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다. 10년 전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했던 주민들이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방송에 모습을 보였던 무아젯 씨도 그중 한 명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무아젯 씨는 촬영팀을 금세 알아본다. 다시 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정말 지켰다며 반갑게 제작진을 맞는다. 생활환경은 예전과 달라졌다. 무아젯 씨에게도 이제 휴대전화가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꺼진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휘파람 언어가 가장 익숙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쿠쉬쾨이의 휘파람 언어는 과거 산에서 가축을 치며 살아가던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깊은 계곡과 산비탈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어려웠고, 높은 소리로 먼 거리까지 전달되는 휘파람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다.
하지만 축산업이 줄고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휘파람 언어를 사용할 기회는 이전보다 적어졌다. 전통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마을 주민들이 마주한 새로운 고민이다.
할아버지부터 어린 손자까지 휘파람 대결
그럼에도 어린 세대 가운데 휘파람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아이가 있다. 마을에서 어린이 중 가장 휘파람 언어를 잘한다는 차아다쉬다. 이장 야쿱 씨의 조카 손주이기도 하다.
함께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휘파람 대결도 벌어진다. 이장과 조카, 어린 차아다쉬가 차례로 휘파람을 불며 누가 가장 큰 소리를 내는지 겨룬다. 세대를 뛰어넘어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휘파람 언어가 여전히 일상의 일부로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장면도 이어진다. 주민들이 휘파람을 불자 밖에 있던 개까지 소리에 반응한다. 사람 사이의 대화뿐 아니라 오랜 기간 가축과 함께 생활하며 사용해 온 휘파람 문화의 흔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주영 역시 쿠쉬쾨이에 머무는 2박 3일 동안 주민들의 휘파람 언어를 배워본다. 목표는 휘파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연습하며 주민들의 소리를 따라 해보지만 단순히 크게 휘파람을 부는 것과 의미가 담긴 휘파람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마을을 떠나는 순간 그가 실제로 휘파람 인사를 건넬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휴대전화 시대에도 남아 있는 산골의 언어
쿠쉬쾨이의 휘파람 언어는 단순한 묘기에서 시작된 문화가 아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라는 지형, 가축을 돌보며 살아왔던 주민들의 생활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소통법이다. 시간이 흐르고 생활환경이 달라진 지금까지도 상당수 주민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번 2부에서는 황소 씨름이라는 흑해 고원의 전통에서 출발해 쿠쉬쾨이 주민들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10년 전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휴대전화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휘파람 소리를 따라가며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은 마을의 문화를 살펴본다.
EBS1 ‘세계테마기행-튀르키예 북동부, 소문 추적기’ 2부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휘파람 마을’은 9월 15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